부커상 수상 이후 5년,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한강 작가의 온라인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독자의 오랜 기다림에 응답하는 작가의 소회를 알라딘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 정리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소설을 쓰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두 페이지는 2014년 6월 말 즈음에 쓰게 되었어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악몽을 계속 꾸었는데, 소설을 쓰는 동안에는 직접적인 폭력에 대한 꿈을 많이 꾸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아, 이건 광주에 대한 꿈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좀더 상징적인 꿈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때 이런 꿈을 꾸었어요. 눈 내리는 벌판을 제가 걷고 있었고, 저 벌판의 끝에서부터 제 뒤쪽에 있는 능선, 산봉우리 끝까지 검은 통나무 수천수만 그루가 심어져 있었습니다. 그 나무들 뒤에 봉분들이 있었고요. 아 여기가 무덤이구나, 이렇게 큰 묘지가 여기에 있는 걸 모르고 있었구나, 생각하면서 나무들 사이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운동화에 물이 밟혀서 돌아보았더니 바다가 밀려들어오고 있었어요. 밀물이구나, 왜 이런 곳에다가 무덤을 썼을까? 너무 이상했어요. 봉분 아래에 있는 뼈들이 다 쓸려가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미 쓸려가버린 뼈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더 위쪽에 밀물이 닿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구도 없고 시간도 없어서 어떻게 할 줄 모르는 채로 나무들 사이를 달리다가 깨어났습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그 꿈을 기록했어요. 이 꿈이 언젠가 소설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1996년 제주에서 삼 개월 정도 지낸 적이 있는데, 하루는 방을 내어주신 할머니가 짐을 들고 갈 데가 있다고 도와달라고 하셨어요. 고장난 TV며 우체국에 부칠 짐을 들고서 골목을 걷고 있는데, 그때 할머니가 멈춰 서서 말씀하셨어요. 이 담이 4•3 때 사람들이 총 맞아서 죽었던 곳이라고. 눈부시게 청명한 오전이었는데, 그 일들이 무서울 정도로 생생하게 실감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있어요.


그 순간의 기억과 꿈의 장면이 만나면서 이 소설을 쓰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책을 내고 보니 하나의 물성을 가진 책으로서 이 이야기가 제 손에 쥐어졌다는 게 굉장히 감사하고 뭉클합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어떤 소설이라고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이 어떤 소설이냐고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고민이 되었어요. 어떤 때는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고 대답했고, 어떤 때는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가는 소설이라고, 또 어떤 때는 제주 4•3을 그린 소설이라고 했어요. 모두 진심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고르자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는 말을 고르고 싶어요.


모든 소설은 쓸 때 그 소설이 요구하는 어떤 마음의 상태가 있는데, 이 소설이 언제나 저에게 요구한 것은 지극한 사랑의 상태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설을 쓰면서 그 상태를 잊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사랑이라는 것이 두 개의 삶을 살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랑은 나의 삶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삶을 동시에 살게 하는 것이라고요. 특히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때, 나는 여기 있지만 동시에 그곳에 있게 되는 것이고, 그러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그 마음이 초자연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마음이 그러한 간절한 상태라고 생각했고요. 거기에 이르기 위해서, 불가능하지만 애써보았던 소설입니다.




80년 광주를 다룬 소설을 쓴, 『작별하지 않는다』 속 경하와 작가의 삶이 포개어집니다.


경하의 모습이 다 제 얘기는 아니지만, 『소년이 온다』를 쓸 때에도, 쓰고 나서도 악몽을 계속 꾼 것은 사실이에요. 어떤 소설이든 쓰는 과정이 쓰는 사람을 변형시키거든요. 저도 변형되었고, 그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의 삶은 그전의 삶과는 다른 것이 되었고. 그 악몽이나 제가 가지게 된 고민과 질문들은 제가 평생 지니고 가야 하는 것이 되었죠. 그런데 이 소설을 쓰면서는 이상하게도 저 자신이 많이 회복되었어요. 『소년이 온다』를 쓰면서 악몽과 죽음이 제 안으로 깊이 들어오는 경험을 했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를 쓰면서는 저 자신이 죽음에서 삶으로 건너오는 경험을 했어요.


이 소설을 쓰는 것은 물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고통으로부터 저를 구해주는 경험이 되기도 했습니다. 계속해서 지극한 사랑의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에, 이 소설을 쓰던 시간을 생각하면 그렇게 고통스러웠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아, 내가 간절했지’ ‘이 소설이 나를 구해줬지’ 하는 마음이 더 듭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사랑이라는 생각을 『소년이 온다』 이후로 하게 되었고, 이 소설을 쓰면서 더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께서 소개하신 '지극한 사랑'은 무엇이고, 지금 이런 이야기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 소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8년이었어요. 소설의 배경이 된 시간도 그때인데요,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흘러 코로나 팬데믹 시국이 시작되었고, 후반부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써가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쓰면서 우리의 삶이 이렇게 고립된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홀로 있어야 하고, 함께 있어도 마스크를 쓰고 악수를 하지 못하고 포옹을 하지 못하는 시절을 통과하고 있죠. 그렇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더욱 연결되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이 고독과 고립으로 인해 오히려 간절하게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나 합니다. 우리의 방에, 우리 자신의 삶에 갇히는 것이 아니라 그 밖으로 뻗어나가서 서로에게 닿고 싶어하는 게 아닐까, 그런 마음을 모두가 간절히 느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이즈음 하고 있어요. 그런 마음이 이 소설을 쓰는 데에 조금이나마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오래 기다려주신 소설입니다. 소설을 출간하며 느끼는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사이사이 「작별」 같은 글도 썼지만, 일 년 넘게 소설을 쓰지 못한 공백기도 있었어요. 그러다 이 소설을 시작하게 되었죠. 이 소설은 여러 가지로 자료가 많이 필요했어요. 팬데믹 초기엔 이동도 어렵고 도서관도 문을 닫아서 출간된 단행본을 구해서 읽으며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느꼈던 것이 있는데요, 소설 뒤에 제가 참고한 작품을 많이 적었지만 대부분 2000년대, 2010년대에 출간된 책들이에요. 4•3이라는 70년 전 일을 계속해서 기록하고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계속 존재해온 것이죠. 저도 그런 자료들을 읽은 것이고요. 이렇게 이 사건에 대한 마음이 이어져오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제가 참고한 영상, 영화, 책, 증언을 해주셨던 분들,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제주 방언부터 세세한 것까지 도움을 많이 청했는데, 자기 일처럼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을 기억합니다.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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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쓸 수 없을 거야' 저주의 목소리를 듣는 소설가, 그가 대불호텔에 들어섭니다. 단편소설 「음복飮福」으로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강화길 작가가 여름에 잘 어울리는 소설로 돌아왔습니다. '음복'의 프리퀄이라 할 수 있는 '한국형 여성 스릴러 소설'입니다. 강화길 작가에게 질문했습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Q.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 ‘그러나’로 시작합니다. 첫 문장부터 이미 이 이야기가 편하지 않다고 느꼈어요. 이 소설의 첫 문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그러나”는 프롤로그 앞, “이것은 소설이다. 소설에 불과하다”라는 문장을 잇는 접속사입니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분명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소설에 불과하지만, 현실에서 느끼는 공포와 분노, 악의에 대한 두려움 같은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난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접속사는 그 경계를 잇는 가장 효과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Q. 인천에 실존한 호텔 ‘대불호텔’의 서사성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참 소설적인 장소다’ 떠올리게 되는 공간이 있다면, 당분간 여행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제가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추천드릴 만한 곳이 마땅히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식물원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이 소설의 초고를 마무리하고 식물원에 간 적이 있는데, 여러 종류의 식물들이 가득한 공간을 천천히 걸으며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의 감정에 대해 언젠가 소설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전작『화이트 호스』에서도 ‘글을 쓰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테마 중 하나로 등장합니다.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는’ 소설가가 그럼에도 왜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지, 「니꼴라 유치원」과 「다른 사람」을 쓴 작가이기도 한, 소설가 강화길 작가께 여쭙고 싶습니다.


A. 답을 알고 있다면, 아마 계속 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늦게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계속 쓰는 것 같아요. 이 소설의 화자처럼 좌충우돌하고 항상 고민하고, 망설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쓰는 일에 매진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실체를 조금이나마 느껴보고 싶으니까요. 어떤 답을 알고 있다면, 알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Q. 소설가 '나'가 듣는 악의에 찬 목소리. “아무것도 쓸 수 없을 거야”(1부 54쪽), 혹은 “겨우 그 정도 가지고 잘난 척하지 마라”(1부 25쪽) 같은 목소리는 꼭 ‘글을 쓰는 여자’만 듣는 목소리는 아닐 듯합니다. 이 ‘목소리’들을 발견한 순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A. 저는 문장들을 발견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언제나 쓰고, 고치고를 반복합니다. 그 문장들은 화자에게 가장 공포를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상상하다가 쓰게 되었습니다. 공포를 부여할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녀만 듣는 목소리가 아닐 거라는 말씀이 마음에 깊이 남네요. 정말로 무서운 말인 것 같습니다. 부디 많은 분들이 이런 말에 휩싸이지 않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Q. 라푼젤, 신데렐라, 백설공주를 거쳐 셜리 잭슨, 에밀리 브론테 같은 이름들로 이야기가 나아갑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 속 여성, 혹은 이야기를 창조한 여성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대불호텔의 유령』과 함께 읽으면 좋을 작가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록산 게이의 『헝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 소설과 어울리는 작품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헝거』를 읽으며 깊이 공감했고, 여성으로서 느끼는 공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픽션이 아니라는 점이 어쩌면 추천의 가장 큰 이유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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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젊은 소설가의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만 독자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그의 등장 이후 SF를 새로이 접한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2021년의 아이콘, 김초엽 작가가 새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로 다시 독자를 만납니다. 작품에 대한 간단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독보적인 첫 작품집 <우.빛.속> 이후 소설로는 오랜만에 독자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소설로 다시 인사드리는 기분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오랜만의 소설책이니 긴장도 되고, 한편으로는 그동안 응원하고 기다려주신 독자님들께 감사한 마음이 커요. <지구 끝의 온실>은 선공개를 했던 터라 그때부터 정식 출간을 기다려주신 분들도 계시거든요. 생각보다 다듬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좀 늦게 나오게 되었어요. 저는 이 소설을 쓰며 힘든 동시에 또 즐겁고 행복했는데, 그런 여러 감정들이 독자님들께도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좋은 이야기를 오랫동안 보여드리고 싶은데 이번 책은 이미 나와버렸고, 어떻게 읽으실지는 독자님들의 몫이니... 저는 이제 내려놓고, 또 다음 작품을 열심히 구상해야 할 것 같아요.




'더스트 시대'는 소설에서 자주 접하는 디스토피아적인 풍경입니다. 그렇지만 이 '멸망' 이후의 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초엽의 소설을 읽고 있구나'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저 우주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면서 우주선을 타는 할머니 과학자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지구 끝의 온실>을 처음 구상하고 초안을 써 내려가던 시기는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였어요.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백신이나 치료제는 가망도 없고, 어쩌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퍼져 있던 시기였거든요. 그때 외출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면서,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타인과 세계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계속 생각했어요.




과학자인 아영이 괴담과 음모론의 세계에 빠져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과학도인 김초엽 작가도 혹 좋아하는 괴담 혹은 음모론이 있을까요? 


저는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괴담은 전혀 믿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괴담이 생성되어 퍼져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무섭고 섬뜩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진술은 그 본인에게는 진짜 경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 '무엇이 그 사람에게 귀신을 보게 했을까?' '유독 귀신 목격담이 많은 장소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이 가능할까?' 같은 생각을 해보고요. 또 우리가 경험하는 외부적인 자극이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섬뜩한 경험으로 재해석되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어요.




1장 '모스바나'라는 식물의 특성과 함께, "생물 다양성이 우릴 구원할 거야." (30쪽)라는 문장이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김초엽 작가가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식물이 궁금합니다.


얼마 전부터 선인장의 매력에 빠져있어요. 식물원에 가서 선인장 정원을 한참 구경하는데, 저 선인장들은 참 이상하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다 저런 생물이 생겨난 걸까 생각하게 되는 식물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댄 토레 <선인장>이라는 책을 읽고 선인장을 소재로 한 짧은 소설도 썼어요. 아쉽게도 <지구 끝의 온실>에서는 서식지와 기후 조건이 맞지 않아 등장시킬 수 없었지만요. 제가 좋아하는 선인장은 변경주선인장(사와로선인장)인데, 사막을 지키는 거인처럼 생겼어요. 가시 달린 거대한 공처럼 생긴 금호선인장도 매력적이에요.




여전히 '온실' 속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늦여름입니다. 이 계절, 소설가 김초엽이 <지구 끝의 온실>을 읽은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생각할 만한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N.K. 제미신의 부서진 대지 시리즈를 읽고 있습니다. 워낙 세계관이 탄탄한 작품이라 첫 번째 이야기인 <다섯 번째 계절>을 읽을 때 약간 진입 장벽이 있는데, 고요 대륙의 암울하지만 결코 '고요'하지 않은 세계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다음 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져요. 절망적인 세계 속에서도 어떻게든 계속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나와서, 그 마음에 공감하며(혹은 나는 도저히 저렇게는 못 하겠다 생각하며...)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요.


<지구 끝의 온실>을 쓰면서 식물에 관한 책도 많이 읽었는데, 잡초의 치열한 생존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전략가 잡초>, <식물학 수업>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이소영 작가님이 <식물과 나>라는 신간을 내셨는데요. 아름다운 표지와 그림을 자꾸 들여다보며 한 꼭지씩 차분히 읽기 좋은 식물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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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을 통해 마음의 여린 결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가 최은영의 첫 장편소설 <밝은 밤>이 여름 밤 독자를 찾습니다. 출간에 맞추어 최은영 작가가 독자에게 편지를 전합니다. 질문과 답변을 공유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좋아하는 친구에게 오랜만에 받은 편지 같은 소설입니다.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작년 한 해는 소설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라고 적어두신 작가노트를 보고 놀라고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안녕하세요. 누구나 인생의 좋은 때와 어려운 때를 겪듯이 저 또한 지난 시간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좋은 날도 있었고 어려운 날도 있었는데 지난 몇 년 동안은 어려운 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작가노트를 쓸 때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습니다. 거의 일 년 동안 글을 못 썼지만 그 이후로 『밝은 밤』을 쓰기 시작하면서 제 마음도 돌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때는 힘들고 벗어나고만 싶었지만 그 시간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연은 이혼 후, 자신을 아는 이가 거의 없는 희령에서 천문대 연구원으로 새 삶을 시작하려 하는 인물입니다. 최은영 작가의 두 권의 소설집에서 우리가 만났던 그 대견하고 잘 참던 소녀, 청년들이 어른이 되어 나타났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연이는 많이 참고 자기 욕망을 억누르던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마음으로 울고 있을 때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맞추느라 겉으로는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지요. 자기 마음을 애써 피하며 살아오느라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울면서도 자기가 어떤 감정인지조차 알지 못합니다. 이런 사람이 인내의 한계에 다다라 더는 자기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맞닥뜨리게 되는 일들을 그려보았습니다.




지금 지연은 '마음의 보호대 같은 것이 부러진'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연이 겪는 심장이 뛰는 증상이라든지 아픈 마음, '기억되고 싶지 않다'는 삶의 태도 같은 것들이 이 시대의 우리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증상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지연의 마음에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감정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자기 마음을 보호하는 일에도 힘이 필요한데, 마음을 보호하는 힘조차도 낼 수가 없어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날이 있지요. 그런 날이 하루일 수도 있고, 이틀일 수도 있고, 몇 주, 몇 달, 몇 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타인의 이런 마음 상태를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감추려고 하면 충분히 감출 수 있기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매일 웃으면서 보는 사람이 사실은 지연이처럼 혼자 집으로 돌아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이 있을까요.




지연이 할머니의 밥 위에 발라낸 박대의 살을 올려놓는 장면이 좋았습니다. 지연과 할머니, 삼천과 새비, 지연과 지우가 서로를 먹이고 아끼며 나누는 그 마음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밥은 먹었어?’ 그런 안부 인사를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거나 부실하게 먹는 걸 알면 마음이 좋지 않죠. 같이 밥을 나눠 먹으면서 드는 정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 음식을 마련할 때는 그 사람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느 정도의 간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조리해야 더 건강에 이로울지 등등을 생각하며 하게 되는데 그런 마음이 음식에 담겨서 실제로 먹는 사람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아요.




소설 속에서 새비 아저씨를 '밝은 분'이라고 묘사하고 있습니다. 최은영 작가가 생각하는 '밝은 분'은 어떤 사람일지가 궁금합니다. 


‘밝은 사람’은 자기 내부를 태워서 빛을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은 어두움으로 기울어지기 쉬운 존재고, 어두움에 빠져서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을 상처 입히기도 하죠.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만나본 ‘환한 사람들’은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배우려는 사람들이었어요. 인간이라면 가지기 쉬운 자기중심성,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멸시하고 싶은 마음, 다른 사람 위에 올라서고 싶은 마음, 타인을 상처 입혀도 좋으니 자기 욕구만 추구하는 마음 같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마음을 분명히 바라보고 하나하나 태워가는 사람, 그 빛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새비 아저씨도 제게는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별을 관찰하는 지연과 할머니의 마음처럼, 때론 원리 혹은 섭리 같은 것이 우리를 위로하는 것 같습니다. 위로가 필요한 이가 읽기 좋은 책을 권해주실 수 있을까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상실 수업』, 아서 프랭크의 『아픈 몸을 살다』,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가 떠오르네요. 엄유정 작가의 『나의 드로잉 아이슬란드』도 저에게는 많은 위로를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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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작가의 <창 너머 겨울>을 읽은 후 매 해 겨울마다 이 소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락스와 가려움증, 퍼져나가는 포자의 이미지 같은 감각들과 함께. 독자가 신뢰하는 작가, 최은미의 분기점이 될 세번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 출간과 함께 최은미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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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20770








안녕하세요.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 ‘수상작품집’ 등의 형태로 미리 독자를 만난 소설이 여러 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집 원고를 읽으며 최은미 작가의 단편들과 함께 한 시절을 지나왔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소설들이 발표된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소설집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소설들이 묶여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이 시기는 제게도 큰 변화가 찾아왔던 시기였어요. 제 감정과 경험들을 공적인 맥락에서 살피면서 저를 둘러싼 것들을 재해석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소설을 쓰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요. 그간 쓴 소설들을 묶으면서 저도 제 인물들과 함께 2016년과 2018년을, 또 2020년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때를 지나온 이들이 어디선가 오늘을 계속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요. 




최은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종종 소리가 들린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보내는 이>의 거실의 풍경, 생활 소음 같은 것들이요. 이러한 ‘최은미’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이 계실 듯해요.


소설을 쓰면서 감각에 대한 묘사를 할 때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오직 소설을 쓸 때만, 또 소설을 읽을 때만 가능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세상을 함께 감각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그 즐거움을 함께 누려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날 때 저도 더없이 좋습니다. 




<나와 내담자>,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등의 소설에서 상담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소설을 읽는 상황 역시 독자가 주인공의 상황을 보며 그와 ‘상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나와 내담자>에 상담자의 이런 서술이 나와요. 여러 내담자들이 만든 모래 상자를 마주하면서 상담자 또한 자신의 상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고요.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읽으면서 그 소설의 인물과 만나는 과정도 어느 면에선 그와 유사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신의 어떤 부분을 모른 척한 채로는 핵심에 가닿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요. 




<눈으로 만든 사람>의 윤희, <내게 내가 나일 그때>의 유정과 같은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희와 유정은 폭력 이후를 살고 있는 인물들이에요. 자신이 겪은 폭력을 세상에 공유한 뒤 현실과의 괴리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저는 폭력을 말한 사람도 말하지 못한 사람도 여전히 곳곳에서 무언가를 무릅쓴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뭔가를 얘기할 수 있다면 저는 윤희과 유정들보단 이들 외부를 향해 말하고 싶어요. 윤희와 유정들이 더 무릅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길 원한다고요.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집입니다. 이 꽉 찬 소설집이 한 권으로 엮이기까지 소설집을 기다린 독자가 많이 계실 거예요. 독자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봄을 막 떠나보내면서 독자분들과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이 소설들 중 한 단편에서 ‘지금은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아직은 보내지 못할 것만 같은 편지를 혼자 쓰고 있는 누군가에게 제 글이 또 다른 편지처럼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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