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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한국의 지방 도시 D시의 중학생 '나'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오래 전에 자각한 십대 퀴어입니다.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미국의 출판 전문 잡지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2021년 가을 주목할 작가’에 선정한 그 작가, 박상영이 첫 장편소설을 선보입니다. 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 코너에서 작가와의 5문 5답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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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인 상태이긴 하지만, 전작의 현란한 유머와는 다른 감각을 가진 『1차원이 되고 싶어』의 주인공이 신선했습니다. 스스로가 늘 남을 속여왔다고 말하는 주인공이지만, 실은 십대답게 아직 완성 전인 상태라 그 위장이 어설프다는 느낌이었어요. 스스로를 ‘감추고 싶다’는 마음은 꼭 퀴어만의 것은 아니어서, 무늬에게, 윤도에게, 태리에게, 희영에게, 그들이 지닌 비밀에 각각의 독자가 각각의 기억으로 공감하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이전의 소설들의 주인공들이 다소 위악적이고 들뜬 마음의 상태였다면,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이 조숙하며, 세상의 일을 꿰뚫고 있다는 (그야말로 십대다운) 자의식을 가지고 있어 이전 소설들의 화자들과는 다른 말투를 구사하는 것 같아요.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의 비밀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특히 십대는 자신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모든 게 부끄러운 때이기도 하고요. 말씀하신 대로 십대 시절 스스로에 대한 ‘견딜 수 없음’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며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이전에 알라딘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빨라지니까 작가들도 그에 발맞춰서 왕성하게 생산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말씀대로 데뷔 이후 계속 바삐, 무언가를 하고 계신 모습을 여러 매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무엇이 이 ‘수성못’의 이야기로 작가님을 이끌었는지 궁금합니다.

(2019년 인터뷰 보러 가기 https://blog.aladin.co.kr/line/10772742 ) 

 

이번 소설은 저 자신이 왜 글을 쓰게 되었으며, 무엇이 저를 이토록 ‘열심히’ 살게 만들었는지, 저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었지만, 저를 추동하는 원동력은 기쁨이나 자아실현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오히려 불안감이나 우울, 분노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 발걸음을 멈추면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과장된 공포감이나 강박 같은 게 항상 무의식적으로 자리하고 있었고요. 저 혼자만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들이 다들 그런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 원인을 찾던 중에 자연스럽게 제 유년의 공간이었던 수성못이 등장하게 되었고, 그 속에 제가 숨겨놓았던, 저조차 모르고 지냈던 어떤 상처와 시대의 아픔까지 같이 섞여 들어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잔인한 시절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시절에 학교를 다녔고, 우열반을 경험했고, 푸른새벽의 음악을 들으며 ‘야자’를 했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그렇게 잔인한 일’을 어떻게 무심히 넘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이 소설을 읽으며 했습니다.



정말, 그런 야만의 시절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을 정도로 엄청난 일들을 많이 겪었지요.


저희 때만 해도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의 육체적 정신적 폭력이 공공연하게 이뤄졌고, 학내 성희롱이나 성폭력 사건도 빈번했어요. 소설에도 썼지만 모의고사와 내신 시험을 칠 때마다 중앙 현관에 1등부터 꼴등까지 성적표를 붙이는 문화도 그렇고, 다름 아닌 학교에서 입시 실적을 이유로 학벌지상주의와 성적지상주의를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했어요. 공부만 잘하면 다 괜찮다, 누군가를 이기고 1등에 올라서면 된다는 메시지가 모두에게 뼛속 깊이 새겨졌고요.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가정 재산의 규모를 묻는 설문을 공개적으로 했었던 기억도 나요. 주거 형태가 자가냐 전세냐 월세냐, 아파트에 사냐 주택에 사냐, 냉장고와 텔레비전은 몇 대이며, 자동차의 크기는 어떠한가 같은 거. 성인이 된 지금, 타인에게 묻는다면 큰 실례가 될 만한 것들, 철저하게 사적인 영역을 아무렇지 않게 모두의 앞에서 공개하도록 강요한 충격적인 문화였달까요. 소수자를 다루는 무신경하고 폭력적인 태도 같은 것.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도 당연히 공공연하게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곤 했고요. 모두가 그렇게 살았으니까, 그게 이상한지도 모르고 그저 괴로워하며 그 시절을 보냈습니다. 지나고 나니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상처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 때의 풍경들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윤도와 나란히 눕거나 서로의 무릎을 벤 채 읽던 만화들, 『원피스』 『타로 이야기』 『아름다운 그대에게』 『나루토』와 같은 목록에서 반가움을 느낄 독자가 많을 듯합니다. 야자와 아이의 만화처럼 ‘그 시절’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을 소개한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이미 소설 속에 다 써놓았는데요, 사실 『1차원이 되고 싶어』를 구매하시면 함께 알라딘에서 굿즈로 받을 수 있는 ‘코멘터리 북’ 안에 소설에 나오는 만화 작품 목록이 모조리 담겨 있답니다. 그 속에 있는 모든 작품을 재밌게 읽었고, 감히 모든 작품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정말 좋아하는 작품을 딱 두 개만 꼽자면, 야자와 아이의 『나나』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 입니다. 상반된 의미로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에요.














지금도 “천장의 무게를”(‘작가의 말 중에서) 느끼며 살고 있을 사람들, 특히 소설 속 이야기와 같은 시기를 건너갈 십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떤 얘기일까요.


(그 시절 많은 어른들이 제게 했던)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는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십대에 제가 겪었던 문제들은 삼십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아직도 제 삶에 나이테처럼 새겨져 때때로 저를 괴롭게 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을 지나면 갖게 되는 굳은살이나 근육 같은 것들이 삶을 조금은 더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작가가 된 것은 십대 시절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문학작품을 통해서 위로받은 경험 덕분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는 십대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는데 난 왜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자주 생각했어요. 그런데 세상 어딘가에 나처럼 고통받으며,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상을 감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됐습니다. 작가로서 감히 『1차원이 되고 싶어』가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무엇보다 이 세상의 모든 십대들이 무엇이 되지 않아도 좋고, 그저 자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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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작가의 <창 너머 겨울>을 읽은 후 매 해 겨울마다 이 소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락스와 가려움증, 퍼져나가는 포자의 이미지 같은 감각들과 함께. 독자가 신뢰하는 작가, 최은미의 분기점이 될 세번째 소설집 <눈으로 만든 사람> 출간과 함께 최은미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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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설집에 실린 소설 중 ‘수상작품집’ 등의 형태로 미리 독자를 만난 소설이 여러 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집 원고를 읽으며 최은미 작가의 단편들과 함께 한 시절을 지나왔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이 소설들이 발표된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소설집에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발표한 소설들이 묶여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그렇듯 이 시기는 제게도 큰 변화가 찾아왔던 시기였어요. 제 감정과 경험들을 공적인 맥락에서 살피면서 저를 둘러싼 것들을 재해석해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소설을 쓰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고요. 그간 쓴 소설들을 묶으면서 저도 제 인물들과 함께 2016년과 2018년을, 또 2020년을 돌아볼 수 있었어요. 그때를 지나온 이들이 어디선가 오늘을 계속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요. 




최은미 작가의 소설을 읽으면 종종 소리가 들린다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보내는 이>의 거실의 풍경, 생활 소음 같은 것들이요. 이러한 ‘최은미’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독자가 많이 계실 듯해요.


소설을 쓰면서 감각에 대한 묘사를 할 때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에요. 오직 소설을 쓸 때만, 또 소설을 읽을 때만 가능한 방식으로 독자들과 세상을 함께 감각할 수 있다는 건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소설을 쓰면서 느꼈던 그 즐거움을 함께 누려주시는 독자분들을 만날 때 저도 더없이 좋습니다. 




<나와 내담자>,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등의 소설에서 상담 장면이 등장하는데요, 소설을 읽는 상황 역시 독자가 주인공의 상황을 보며 그와 ‘상담’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나와 내담자>에 상담자의 이런 서술이 나와요. 여러 내담자들이 만든 모래 상자를 마주하면서 상담자 또한 자신의 상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고요. 우리가 소설을 쓰거나 읽으면서 그 소설의 인물과 만나는 과정도 어느 면에선 그와 유사한 과정이 아닐까 생각해요. 자신의 어떤 부분을 모른 척한 채로는 핵심에 가닿을 수 없다는 점에서도요. 




<눈으로 만든 사람>의 윤희, <내게 내가 나일 그때>의 유정과 같은 어떤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람들에게 한마디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희와 유정은 폭력 이후를 살고 있는 인물들이에요. 자신이 겪은 폭력을 세상에 공유한 뒤 현실과의 괴리 사이에 서 있는 인물이기도 하구요. 저는 폭력을 말한 사람도 말하지 못한 사람도 여전히 곳곳에서 무언가를 무릅쓴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뭔가를 얘기할 수 있다면 저는 윤희과 유정들보단 이들 외부를 향해 말하고 싶어요. 윤희와 유정들이 더 무릅쓰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길 원한다고요. 




오랜만에 만나는 소설집입니다. 이 꽉 찬 소설집이 한 권으로 엮이기까지 소설집을 기다린 독자가 많이 계실 거예요. 독자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1년 봄을 막 떠나보내면서 독자분들과 만나게 돼 반갑습니다. 이 소설들 중 한 단편에서 ‘지금은 보낼 수 없는 편지’를 쓰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아직은 보내지 못할 것만 같은 편지를 혼자 쓰고 있는 누군가에게 제 글이 또 다른 편지처럼 가닿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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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단 한 권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인상적인 시작점을 찍은 작가, 장류진이 '월급만으로는 부족한' 우리들의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작가의 5문 5답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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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주로 2017년이라 팬데믹 이전의 직장생활에 대해 아득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후의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친구나 지인들도 만난 지 한참이 됐네요. 저도 2017년의 풍경을 그리면서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올랐고 많이 그리워졌습니다. 친구들아 잘 지내지……? 나 책 나왔다!




Q. 다시 소설 속 주요 소재인 '이더리움' 등 비트코인 계열 아이템의 가격이 치솟고 있습니다. 소설이 문학3에 연재되던 2020년 11월 시점엔 가격적으로 큰 변화가 없었는데요, 이렇게 소설이 현재를 '예언'한 듯한 상황이 다가올 때 어떤 기분을 느끼실지 궁금합니다.


- 사실 이 소설을 써야겠다고 처음 발상하고 구상할 때에는 전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어서 ‘이걸 다 쓰고 출간까지 하면 조금 지난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지나가듯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소설을 한참 쓰는 동안 다시 뉴스에서 가상화폐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심지어 연재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2017년과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자 ‘오호라……?’ 싶었죠.(웃음)




Q. 장류진 작가의 소설을 읽을 때는 특히 주인공의 입장에 이입하게 되는 듯합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팔아야 해, 팔면 안돼' 두 가지 감정이 오가면서 주인공이 성공하길 바라게 되었어요. 인물과의 거리가 가까운 이야기라는 생각도 했고요.


- 그렇게 읽어주셨다니 작가로서 정말 기쁘네요. 장편소설이다보니 ‘빌드업’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1인칭이라는 형식상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Q. <일의 기쁨과 슬픔> 이후 발표한 단편과 <달까지 가자>까지, 작품을 함께 읽으며 '장류진적인 문장' 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문장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경제적인 문장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문장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행동 및 성격과 어우러지기도 했고요.


- 제가 잘 읽히는 문장을 좋아해서 문장을 쓸 때 그 부분을 신경을 많이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쓸 때부터 그렇게 쓰는 편인 것도 물론 있겠지만 초고를 쓰고 나서 다듬고 깎아내는 곳도 많습니다.




Q. 장류진 작가의 소설에 공감하는 분 중 다수는 '직장인'일 듯합니다. 이 '직장인' 후배의 책상에 꼭 필요한 선물 하나를 놓아준다면, 어떤 걸 선물하고 싶을까요?


- 노트북 스탠드 혹은 모니터 받침대와 손목 받침대요. 목과 손목의 관절을 지켜주는 아이템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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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아몬드>를 통해 일본 서점대상 번역부문을 수상하기도 한 손원평 작가가 빛처럼 산란하는 사랑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프리즘> 손원평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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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로나 시대에 프리코로나 시대를 사는 이들의 연애소설을 읽는 기분이 신선했습니다. 이 수상한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거의 활동하지 않고 작은 반경 안에서 미니멀하게 지내고 있어요. 모두 고립된 느낌에 답답하시겠지만 이 시기를 통해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음…. 말은 이렇게 해도 실제로는 너무 갑갑하고 깜깜하죠. 빨리 이 시기를 과거로 말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Q. 전작 <아몬드>가 일본 서점 대상 번역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세계인이 함께 읽는 소설이 된 <아몬드> 처럼 <프리즘> 역시 이국적인 시각으로 보게 되면 다른 맥락으로 읽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프리즘>은 특히 (아마도 서울일) 도시의 구체적인 풍경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 구체성이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혹시 상상해보셨을지  궁금합니다. 


A. 아뇨, 저는 오히려 구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서울이 배경이긴 하지만 동네 이름도 가상으로 지었고 특별히 ‘매우 한국적인 것’이 들어있지 않은 것 같아서, 이 무국적성이 괜찮은 건가, 오히려 고민스럽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세계인의 눈이라…. 이 작품도 운 좋게 세계인이 읽어줄까요? 그런 상상도 전혀 안 해봤는데 의외의 질문에 오히려 즐거워집니다. 다 떠나서 어느 곳의 독자든 이 책을 느릿느릿 설렁설렁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Q. 여름에서 여름까지 계절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연애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생각하는 계절이 있을지와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아시다시피 연인들에게 계절 같은 건 중요치 않습니다. 국경도 뛰어넘는데 계절쯤이야 사랑 앞에 무슨 장벽이겠어요. 그래도 생동감과 활기, 반짝임이 주는 이미지로만 따지면 단연 여름! 이죠. 특히 여름은 ‘사랑을 시작하기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느리게 찾아오는 밤과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감정을 묻어둔 채 서로를 탐색하며 길게 산책할 수 있잖아요. 




Q. 이 소설은 읽으며 유독 재인의 드레스나 호계의 그림 같은 것들이 소설의 장면이 눈에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면이 보이고 들리는 감각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리즘>을 읽으며 함께 듣기 좋은 음악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프리즘>을 읽은 후 독자가 찾아보기 좋은 연애 영화/ 드라마도 권해주실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글쎄요, 저는 추천 앞에서는 늘 망설이고 쉽게 답을 드리지 못해요.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트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요.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는요, 음…. <프리즘>을 읽고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시지 말고 얼른 나가서 사랑을 시작하세요! 




Q. 그렇게 보면 유일하게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일상이 무너지지 않음에 감사하는 일인 것 같아. 라는 문장을 읽으며, 이 시기에 연애소설을 읽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이 소설을 선택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재난상황에 너무 태평한 이야기를 내놓는 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험악한 상황에서라도 사랑만큼은, 또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만큼은 멈춰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찮다 생각했던 일상도 언젠가는, 설령 전과는 다른 형태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회복될 겁니다. 다시 일상 속에 여유로운 날들을 만끽하게 될 거예요. 독자들도 나 자신과 타인과 이 세계를 많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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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를 이끌어갈 한국문학의 얼굴들이라는 타이틀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작가를 모셨습니다. 불현듯 우리 곁에 출현한 한 작가가 한 생태계를 바꾸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SF의 우아한 계보를 잇는 김초엽 작가에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출간 이후,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일들에 관해 여쭸습니다. 김초엽 작가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 : 알라딘 도서팀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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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차기작 등으로 인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논픽션 단행본 ‘사이보그가 되다’와 경장편 하나를 준비 중입니다. 두 번째 소설집 원고도 모여서 이제 어떻게 고칠지 천천히 살펴보고 있어요. 원래는 전형적인 야행성 프리랜서이다 보니 주로 새벽에 글을 썼는데, 요즘은 낮에 일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해가 떠 있으면 정신이 산만해지고요.




Q. SF라는 생태계의 어디에서든 김초엽 작가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어지는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시는 이유에 대해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특별한 이유는 아니고, 제가 사랑하는 세계들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거절을 잘 못 해서… 그런데 이제부터는 정말 소설에 집중할 거예요. 매번 하는 다짐이네요.




Q.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발표 이후, 이 소설로 인해 가장 기뻤던 순간을 혹시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주 : 서점 MD로서 제가 가장 기뻤던 순간은, 문이과 학생을 모두 대상으로 한 독서동아리를 운영하는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에게 <우빛속>을 추천해준 후, 이과 친구들도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보고 웜홀 등을 소재로 즐겁게 발표를 했다며, 추천 고맙다고 친구가 인사해준 순간이었습니다.)


기쁜 순간이 워낙 많았기에 하나를 꼽을 수는 없지만, 독자분들이 이 책을 선물로 받거나 또 선물로 주었다고 말하실 때는 늘 기뻐요. 책을 선물한다는 게 언제나 상당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일이다 보니(책장에 꽂힌 이후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을 가능성을 포함해서) 저도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하는 경우는 ‘이 책을 네가 안 읽을 수도 있지만, 만약 읽는다면 분명 기분이 좋아질 거야’ 하는 확신이 있을 때거든요. 혹시 우빛속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선물이었을까 생각을 하며 몰래 뿌듯해하곤 합니다.




Q. SF의 세계에 조금 더 깊게 발을 담그고 싶은 인문계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과학 교양서 혹은 SF 소설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제임스 글릭의 타임 트래블〉은 SF의 단골 테마인 ‘시간여행’을 다루는 논픽션인데요. 과학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과학 외에도 방대한 영역의 학문들을 다루고 있어서 다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시간여행'을 중심으로 과학, 문화, 예술, 철학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히고 또 나아가는지를 볼 수 있어 흥미로운 책이에요. 〈에스에프 에스프리〉, 〈SF는 어떻게 여자들의 놀이터가 되었나〉와 같은 SF 비평서들도 SF를 좀 더 본격적으로 읽어보고 싶은 독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 <우.빛.속> 이후 2020 젊은작가상, 시티 픽션 등에 실린 김초엽 작가의 글 역시 즐겁게 따라 읽고 있습니다. 소설가로서 김초엽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대단한 이름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조금 들쭉날쭉하더라도 괜찮은 글을 쓰는 ‘믿고 읽는 작가’가 되고 싶네요. 가뿐히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그런데 책장을 덮고 나면 어쩐지 오랫동안 마음에 남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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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약수 2020-08-07 08: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차기작도 기대합니다!

beallears9 2020-08-12 0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빛.속> 출간하시기 전인 2016년도에 <대학내일>에 인터뷰하신거 본 적 있어요. 그 내용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출력했고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작가님, 오래오래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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