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급비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선형 옮김 / 자연사랑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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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렵게 다른 서점까지 찾아서 읽은 보람이 있구나. 어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심리가 매력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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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 로망 중에 하나는 언제나 집에 과자가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어머니는 과자를 사주는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기도 했지만, 
먹고 싶으면 그때그때 사먹으면 되지 '집에 과자가 있다'라는 생각을 지금도 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친구들 집에 놀러가면 언제 찾아가도 항시 과자가 있는거다. 
그건 내게 참으로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 까지 한 풍경이었다.
그리고보면 과일도 그런거 같았다. 항시 집에 과일이 풍성하게 있는 풍경 말이다.

지금은 먹고 싶고 사놓고 싶으면 내가 사서 가져다 놓으면 된다. 
하지만 역시 내게 있어 과자와 과일에 대한 로망이라는건 어머니가 직접 사서
집에 두시는 그런 요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미묘한 차이이다

물론 지금도 어머니는 특별하게 필요하지 않으면 과자는 구입하지 않으신다.
저렇게 과자를 무려 박스(!!!!)로 구입하시는건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그리고보니 과일은 풍성하게 구입하신다)

회사에서 누군가 '로망이 많아서 삶이 행복하겠다'라고 말했던게 기억난다.
응, 살면서 로망이 많다는건 소소한 일상이 풍성해지는 그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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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책을 한권 찾았는데 품절도서이다. '어쩌지 읽고 싶은데...'라며 고민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아래쪽에 이 도서를 판매중인 다른 서점이 1곳 있다고 보인다. 서점 보기를 꾹 눌러보니 저렇게 떠있다. 반가운 생각은 일단 '교보는 파는구나!'라는 마음에 (바로가기를 누르면 교보의 해당 북 페이지로 연결된다) 좋아하기는 했는데 최근 확인일이 2011.05월이다. 교보에 갔는데 책 없었으면 이 서비스 두고두고 비난했을 듯. 하지만 가장 최근에 알라딘에서 확인한 기능 중에 가장 좋은 기능인듯.

 

여담이지만 이번에 새로 도입한 '택배기사의 추적 시스템'은 정말 최악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게 최악이 아니라 택배기사의 이동경로를 추적해서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는 개념 자체에 깜짝 놀랐다.

 

여하튼 모든 물건 판매의 핵심이 재고 관리이지만, 서점만큼 재고 관리가 중요한 영역도 없는듯. 아 예전에 '타박타박세계사'라는 프로그램에서 들었는데, 현대적인 백화점이 파리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당시 그 백화점은 최대 관심사는 재고관리였다고. 기존 가게가 망한 이유가 재고 관리가 안되어서 망했으며, 그 때문에 새로 생긴 백화점은 재고관리에 만전의 관심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세일의 개념 - 한 마디로 재고정리 - 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음, 저런 품절 위기의 도서는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이 공동으로 재고관리를 하는 시스템이 구축되면 좋을텐데. 쩝.

 

+ 결론은 교보에서 바로드림으로 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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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혼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깊은샘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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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시간이 날 때마다 신간으로 나온 책을 확인하는 일을 한다. 선호하는 작가의 신간을 찾는 경향이 강해서 - 평범한 시간은 관심이 별로 없다 - 작가의 이름으로 신간을 검색하곤 한다. 물론 그 작가들의 리스트는 정해져있고 굉장히 한정적이며 그에 비례해서 그들에 대한 내 신뢰는 각별한 편이다. 물론 그 작가 리스트는 간간히 교체되기도 하지만 꾸준히 들어있는 작가도 있는데, 그 몇 작가 안에 슈테판 츠바이크가 단연 돋보인다. 당연하지만 츠바이크의 책은 발견하는 대로 족족 사들여서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보통은 신간이 출간되는지를 찾게되지만 아주 가끔씩 구간이 걸릴 때도 있는데, 이런 책은 절판이거나 품절이거나 혹은 재고가 1권으로 표시된 경우가 있다. 갈증이 난다랄까. 이번 책 [감정의 혼란]도  작가 이름으로 검색하다가 정말 우연히 찾은 책이다. 비록 배송은 정말 오래 걸렸지만, 그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은 작가의 이름에 걸맞는 책이었다.

 

[감정의 혼란]은 4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고, 어느 이야기 하나 휘리릭 읽고 넘길만한게 없다. 하나 같이 화자의 인칭과 시점의 변화는 있으나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의 심리묘사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고 봐도 무방하다. 츠바이크의 소설에서 인칭은 꽤 중요한데, 심리묘사의 대가인만큼 이야기의 화자와 인칭이 표현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를태면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를 타자인 남자 화자의 목소리를 빌리는 것과 여인 본인의 시점, 혹은 여인이 자기 자신을 미묘하게 거리를 두고 서술하는 등 시점이 그의 소설에서 표현의 큰 부분을 결정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감정의 혼란] 중 가장 압권인 이야기는 단연 '모르는 여인의 편지'라는 중편 소설이다. 소설에서 한 남자가 모르는 여자의 편지를 받는다. 편지 속에는 곧 자신이 죽을거라는 여인은 한 평생 이 남자만을 사랑했노라 절절하게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남자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는걸 알고 있지만, 자신은 곧 죽을 것이며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다고 여자는 담담하지만 격정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고백한다.

 

남자에 대한 사랑은 여인의 어린 시절 앞 집으로 남자가 이사를 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그녀는 말한다. 소녀였던 시절 지긋지긋했던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앞 집 세입자가 사라지고, 자신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아가는 소설가인 남자가 이사를 오면서 소녀는 그 남자에게 사랑에 빠져 버린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은 어쩌면 그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동경에 가까웠을 것이다. 소녀의 사랑은 어머니의 재혼과 연이은 이사로 헤어져야하는 순간이 닥치면서 소녀의 동경이 어쩌면 사랑으로 그 순간 자라버린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기막히는 설정은 편지를 받은 남자는 이 여인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애정을 받는다는 점이다. 앞집에 살았던 소녀이고 마주쳤을 법도 한데, 그리고 그녀는 분명 매력적인 여자인데 그는 그녀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평생 사랑했던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는건 이 남자의 밑에서 일하는 집사이고, 그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단 한번의 스침으로도 여인의 얼굴을 - 그녀가 그 소녀임을 - 알아차렸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독 이 남자만은 그녀를 '하룻밤의 여인'으로 흘리는 것이다.

 

그녀는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다만 그 편지 글 내내 여인의 절절한 사랑만이 계속 묻어날 뿐이다. 어떻게 이런 여인의 마음을 아니 그녀의 일생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어떻게 이런 여자의 마음을 그리고 그녀의 일생을 따라가며 이야기할 수 있는지, 마치 그녀의 마음을 투명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듯한 이 감상은 츠바이크의 소설을 계속 찾아 읽을만한 충분한 이유이다.

 

 

그 순간에 그의 눈은 책상 위에 놓인 파란 화병에 떨어졌다. 그 병은 비어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의 생일날과는 달리 처음보는 빈 병이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갑자기 문이 열려져 차가운 바깥 세상의 바람이 고요한 방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것 같았다. 한 여인의 죽음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죽지 않는 영원의 사랑을 예감했다. 그는 마음 한 구석에서 뭔가가 허물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먼 데서 들려 오는 음악소리 처럼,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느 여인의 모습을, 형상은 없으나 훈훈한 애정을 갖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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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혼란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 깊은샘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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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힘들게 책을 구한 보람이 있다. 츠바이크의 책인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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