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연수, 난 몇점?” 스펙에 목맨 대학생들
기사입력 2008-10-01 00:40 |최종수정2008-10-01 00:59
ㆍ인터넷서 불안조장… 기업들 “획일잣대 잘못”
대학생 한모씨(24·여)는 최근 한 채용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취업 합격 가능성 테스트’를 받아보고 낙담했다.
한 대기업 지원을 목표로 스터디그룹 동료 5명과 함께 모의 평가를 받았는데 자신의 합격 확률이 48%로 가장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지원 상태도 ‘모험 지원권’에 속했다.
한씨는 “같이 공부할 때는 수준이 비슷해 보였는데 합격 확률은 각자 ‘스펙’에 따라 천양지차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낮은 합격 확률보다 더 큰 좌절감을 안긴 것이 ‘취약·개선 항목’이었다. “학점과 자격증은 우수하나 학력과 연수 경험이 취약하고 전공 부분 점수도 낮다”는 내용이었다.
서울 중위권 사립대 인문학부 출신인 한씨는 “학벌과 전공은 어떻게 바꿀 수도 없고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도 늦었는데 그게 부족하다고 하니 난감하다”면서 “좋은 학교 나오고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친구들의 합격 확률도 높은 걸 보니 스펙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너무 고민이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기업 합격 결과를 예측하는 테스트를 해보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테스트를 제공하고 있는 ㅋ채용 사이트에서는 “지원자 간의 스펙을 비교할 수 있고 취약점과 보완해야 할 점도 알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테스트가 실제로는 획일적인 잣대로 취업 준비생들의 스펙 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학력·전공·학점·어학시험·자격증·해외 연수 등 영역별로 취득 점수를 매긴 결과를 산출하는 ‘스펙 평가’를 통해 취업준비생들의 합격 가능성을 점쳐주고 있다. 취업 준비생 박모씨(26)는 “가고 싶은 대기업 합격 예측 평가에서 50%에도 못미치는 결과를 얻었는데 해외 연수 부분이 가장 부족하다고 나왔다”며 “해외 연수 스펙을 대신하기 위해 이번에 내가 지망했던 대기업 스타일로 진행한다는 영어 면접 코스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씨(25)도 “예측 결과 보고서에서 자격증 부분이 부족하다고 나와 한 달에 50만원이 넘는 금융 자격증 준비 학원에 등록했다”며 “비용이 부담스럽지만 금융계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대부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LG인사팀 남재구 과장은 “어학연수를 갔다오면 몇 점이라는 식의 획일화된 기준에 따르면 현재 LG에 근무 중인 나도 합격 확률이 매우 낮을 것 같다”며 “학생의 학습 성취도 평가를 보기 위해 학점과 토익 등을 기본으로 보긴 하지만 해외연수가 필수 스펙인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거 없는 테스트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하는 게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희진기자>
◆ 스펙
‘상세한 명세서’를 뜻하는 영어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취업 준비생들의 전공·학력·연수경력·자격증·학점·토익 점수 등 개인 평가 항목을 모두 합친 신조어. 일종의 개인 이력·기록 명세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