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 문학동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하루키의 에세이가 최근 여러 권 발간되었다. 작년에 발간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이 한 권이고, 올해 발간된 다른 한권은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이다. 하루키의 수필은 지금까지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을 해왔기 때문에 사실 아주 중구난방이다. 그래서 이전까지는 비결이라고 해야하나, 한 출판사를 정해서 쭉 그 출판사에서 내놓는 수필집을 읽는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전에 읽은 책과 무려 반이나 겹치는 내용의 책을 신간이라고 만날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 새로 정리되서 - 출판사의 표현대로라면 - 나왔다는 이 5권짜리 수필 시리즈가 참 내게는 반갑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읽은건 어쩌나..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연속으로 출간된 진적 2권의 에세이집에 - 사실 [잡문집]은 무라카미 하루키 자신이 이미 제목을 [잡문집]이라고 지었으니 예고된거 아니었냐고 물는다면 할말이 없다 - 너무 크게 실망을 해서 이전 작품들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는 목적이 강했다. 역시 문제는 집에 있는 기존 책과 얼마나 겹치느냐의 문제인데,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은 출판사 홍보 담당자의 말대로라면 가장 소개가 덜 된 이야기의 모음집이라는 말을 믿고 일단 읽어보기로 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전작 2권이 너무 실망스러워서 이대로 아무 이야기도 읽지 않는다면 내가 알고 있는 '하루키표 에세이'의 정의가 흔들릴 판이다.

[쿨하고 와일드 한 백일몽]은 일단 내 기준에서 보자면 우려를 걷어낼 수준으로 이전 이야기가 많이 겹치지는 않는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에세이 집 어딘가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 가장 대표적인게 역시 쌍둥이 이야기 - 전체 이야기 중에 10% 내외정도 인듯 하니,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 싶다랄까? [잡문집]이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너무 짧은 분량에서 오는 날아가버릴 듯 한 가벼움이 ([앙앙]이라는 잡지를 읽어본 적은 없지만 연재하던 잡지의 탓이 반이라고 사실 생각한다) 이번 [쿨하고 와일드 한 백일몽]에서는 적당히 무게감을 가지고 땅 위로 내려앉은 분위기이다. 

사실 내가 알고 있는 하루키표 에세이는 무심하게 날아가버리는 글이 아니라 읽고 나서 '아 그런가'라면서 읽고 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글이 다시 생각나 버리는 순간이 분명히 있는 그런 글이다. 이를태면 지금도 난 다림질을 하면서 하루키 에세이를 생각하고, 모나미 볼펜을 보면 세라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생각난다. 요컨데 그렇게 '아 맞아 그런 글이 그리고보니 어딘가 있었던거 같아'라고 문득 생각나는게 하루키의 에세이라면 이 생각을 하루키표 에세이라고 생각하는데 조금이라도 동의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즐거울거다. 비록 이 에세이를 썼던 하루키는 지금의 하루키 보다는 꽤 젊은 하루키지만, 그래도 시간을 거슬러 다시 만나는 내가 아는 하루키의 글은 여전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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