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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알라딘에 팔 책을 눈으로 더듬었다. 도저히 집에 비해 책이 많아 감당할 수가 없어서 -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 의견은 존중되어야 하니까 - 아무래도 내놔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책장 하나쯤은 덜어서 책장을 덜어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책을 아무리 예전껄 다시 자주 읽으려고 한다고 해도 책장 맨 위에 있는 책에 먼지가 앉아있는건 책에게도 못할 짓이다 싶었다. 역시 책을 읽혀야 가치가 있는건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기도 하고. 


문제는 주말에 거실에서 둥글거리면서 책장을 들여야 보고 있는데 도무지 어떤 책을 내놔야 할지를 정하지 못하겠다는 거다. 물론 '너 따위는 두번 다시 읽을 일 없으니까 딴데가도 전혀 상관없다'는 마음이 드는 책도 있기는 하지만 '너만큼은 절대 보내고 싶지 않다'는 책도 있다. 요컨데 [장송]은 '절대로 너만은 내줄 수 없다!'는 책이고, [13번째 사도]는 '너는 보낼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잘 살아라'라는 기분이랄까? 


역시 문제는 이 둘 사이에 걸쳐진 책인데, '널 보내면 분명히 다시 찾는 일이 생길거 같은데, 당장은 아닌거 같고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네' 라는 마음이랄까. 덜어내자니 앞날이 걱정스럽고 당장 지금에 치여 앞날따위는 상관없다는 마음이랄까. 책을 골라내야 정리를 하는데 이거 참 언제 진척이 될지 모르겠다. 장마철 시작하기 전에는 끝을 내야 책이 이동할 때 무리가 없을텐데. 



주말 하루는 밖에서 일을 보고 하루는 집안에서 밀린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강사가 참으로 엄하게 설명을 해서 강의를 듣는 내내 이걸 계속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계속 고민했다. 


우리집 컴퓨터는 거실 창가에 있는데, 이 자리가 참 애매해서 바람이 통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햇볕이 - 즉 직사광선이 - 작렬하는 자리이다. 덕분에 여름에는 정오부터 저녁 부렵가지는 컴퓨터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일요일 점심을 먹고 커피를 가득 부어놓고 이 자리에 앉아서 강의를 듣고 있는데, 바람은 산들산들 하지 햇볕은 적당하게 따땃하지 커피는 맛도 좋지. 그런데 내가 이 시간에 이런 강의를 듣고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강의 중간중간 심각하게 했더란다. 


아무튼 22일까지 진도률 80% 이상을 채워야 하는데, 어제까지 77.5%를 채웠다. 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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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다 읽고 글을 써야 하는데 어찌써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먹먹하게 앉아있다가 결국 쓰기를 포기했다. 역시 내게 이 책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 이야기인가보다. 요즘은 책을 읽고 나서 점점 글로 남기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듯 해서 고민이다.


올해 [제 3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고 너무 깜짝 놀라서 작년 수상작 작품집을 읽었는데, 2회와 3회가 너무 달라서 깜짝 놀라고 있다. 취향이라는 단어로는 좀 부족하지만 경향이라고 할까? 3회를 지배하는 분위기와 2회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솔직히 읽기가 어려울 지경. 일전에 난 '이야기의 서사구조가 뭉개지는 이야기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라고 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2회 수상집은 제대로 끝까지 읽지 못하는 이야기가 한둘이 아니다.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다르다의 문제. 하지만 너무 달라서 정말 신기할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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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어머니 시장가시는 길에 동생과 내가 동행했다. 이것저것 사고 나니 마트에서만 6만원이 넘었다. 동생이 기함을 하며 물가가 왜 이러냐고 묻는다. 니가 내놓는 생활비가 이렇게 쓰인단다 라고 말해주며 이게 요즘 물가라고 말해줬다. 조용히 수긍하는거 같았는데 대뜸 이런 말을 한다.. 


'그러지 말고 매실나무를 키워보는게 어때?'


어머니가 매실을 사다가 매실액기스(?)를 만드신다고 매실 시세를 알아보고 있으셨는데 그걸 보더니 이런다. 경기도 근방에 좀 넓은 땅을 얻어서 한번 키워보면 어떠냐고 시험 삼아. 매실이 박스에 5~6만원씩 하는데, 한번 해보는게 어떠냐고. 일단 주말농장 삼아서. 공부를 해야겠지만 그리 손이 많이 가는 거 같지 않다고. 실제로 우리가 사는 집에서 한 50미터 정도 가면 한적한 공터가 있는데, 그 공터에서 주인장이 매실나무를 키우고 요즘 한창 수확해서 하는걸 보더니 저런다. 한창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니 '쉽지 않겠다'고 말을 하는데 못내 아쉬운 눈치이다. 동생의 뇌구조가 아주 가끔씩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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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6-18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장도 책장이지만 돈이 필요해서 책을 좀 더 내놔야겠어요. 기준은 점점 더 관대해져요. 처음에는 싫었던 책, 만 팔았는데 이제는 또 읽을것 같지는 않은 책을 팔고, 그것들을 다 팔고나니 사놓은지 오래되었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들도 팔아요. 몇 년간 안 읽었다면 내가 너를 읽겠느냐, 하는 마음이 들어서 말이지요. 이 댓글을 쓰는 와중에 팔아야 할 책 한 권이 또 생각나네요. 부지런히 팔아야겠어요.

책의 가치는 읽힐때 가장 빛나는 거니까요.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읽혀지는 쪽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하루 2012-06-18 23:36   좋아요 0 | URL
아 전 책을 좀 덜어내야 집이 좁아보이는게 나을거 같아서.ㅜㅜ
제가 책을 주로 거실에 보관을 하는데 - 이미 방은 포화상태 - 아무래도 이건 아니자 싶더라구요. 정말 덜어내야 더 채울 수 있겠구나 싶다랄까?
으으, 책을 팔기는 팔아야 하는데 누구를 팔아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계속 방황하고 갈등하고 있어요 .어쩌죠. ㅡㅡ

+ 알라딘에 팔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너무 두근두근해요.
+ 음 책은 읽히는 순간에 가치가 있어요 역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