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노동절.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노동절이 쉬는 날인지 잊고 있었는데, 직장인이 되니 노동절에는 쉬어서 좋다. 재미난건 5월 달력이 되야 5월 1일은 인식하고 그래야 쉬는걸 깨닫는 다는 사실. 사실 지난 주 금요일까지만 해도 5월 1일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다가 회사 사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새삼알았다. 물론 점심 시간이 끝나고 자리에 달력을 보니 휴일이라고 쓰여져 있기는 했지만. 작년부터 회사에 다닌 동생은 올해 쉬는지도 가물가물해 하던데. 작년 5월 1일은 주말이어서 쉬는 날이 아니었다고 하는거 같기도 하고. 덕분에 동생은 정말 회사를 쉬는지 안 쉬는지 확인을 해야겠다고 해서 나를 벙찌게 만들었다. 그러세요, 확인하세요 라고 말해줬다.

 

적당히 늦잠을 자고 - 그래도 10시 전에 일어났다 - 일어나서 씻고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몇일전부터 야채를 너무 못 먹는 듯 해서 야채를 챙겨 먹으려고 하고 있다. 일단은 간단한 양상추를 끼니마다 챙겨먹는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점점 품목을 늘려가야지. 약 한달을 집에 동생과 있어야 하는데, 그 기간 내내 라면으로 연명할 수는 없을테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밥도 집에서 해먹고 살아야지 라고 결심했다. 아무튼 밥을 먹고 볼일을 봐야 하는 대학로로 출동.

 

대학로로 가는 지하철 4호선에 왠 사람이 그리 많은지, 한대를 보내고 다음 열차를 탔다. 음,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주말부터 날이 더워서 그런지 에어컨도 틀어준다. 음 시원하니까 좋기는 한데 에어컨 청소는 하고 작동하는거겠지 라는 생각이 문득.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조금 찜찜하다. 기관지는 소중한거니까. 한강대교를 건너 동작을 지나고 명동을 지나니 사람이 적당히 빠져나가 한산하다. 서울역에서부터 자리가 나서 앉아서 가는데 옆 자리에 앉은 여학생이 레포트 같이 생긴걸 읽고 있다. 집어넣을 때 보니 16세기...라는 제목이 보인다. 대학로에서 나와 함께 내리는걸 보니 대학생이 확실한듯. 그리고보니 오늘은 학생이랑 공무원은 출근을 한다. 아 그들에게는 오늘이 평일이구나. 나만 휴일이었어!라는 생각에 급격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대학로에서 일을 마치고 명동에 잠시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시장에 들러서 장을 봤다. 우유도 떨어지고 쥬스도 떨어지고  - 난 이런 음료류를 잘 마시지 않지만 동생은 없으면 안된단다 - 쓰레기 봉투도 없고 야채도 없고. 필수품인 라면도 떨어지고. 시장에서 바지런히 이것저것 사서 다시 집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먹을 거리를 한 짐 들고 집으로 가면서 이런게 생활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소위 일용할 양식을 사서 집으로 들어가는 이 순간, 나는 내가 생활이라는걸 하고 있구나 라고 느끼는구나. 살아있다는게 아니라 돈을 벌고, 시장에서 복작복작하게 일용할 양식을 사고, 집으로 향하고 . 내가 필요한 것만 사는게 아니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물건을 사고, 이런게 생활이구나. 난 상상도 안되지만 누군가와 - 지금의 가족이 아닌 다른 - 함꼐 살게 되면 , 그 함께 산다는걸 그 사람과 생활을 해 나간다는걸 실감하는건 이런 순간이겠구나.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하나씩 사는 그런 순간 들 말이다.

 

살아간다는 말과 생활을 한다는 말이 이렇게 다르다는걸 오늘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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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5-0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고 보니 정말 생활한다는 말이 산다는 것과는 다르게 들리네요. 아, 이 새벽에 갑자기 배가 고파지는 건 뭔지... 알차게 생활하고 싶고 또 제대로 살고 싶기도 하고, 인간은 여러 모로 바쁜 존재 같아요. 저번에 강추하신 영화는 아직 못 봤네요 ㅠ.. 헌혈을 얼른 해야겠어요 ㅎㅎ

하루 2012-05-02 17:31   좋아요 0 | URL
아 저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니까요.
동생이 필요한걸 사서 올라온게 결정적이었던거 같아요.
음 산다는 것과 생활한다는건 역시 좀 다르죠? 미묘하게? 훗.-_-+

+어제 새벽에 저 비빔면을 끓여먹을려고 했는데
동생 왈 "두유먹고 빨리 자"
그렇게 해버렸어요. 비빔면은 야밤에 끓여먹어야 맛난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