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나 - 2012년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김영하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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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이상문학상 대상은 작가 김영하에게 돌아갔다. 팟케스트를 통해서 그의 작가적(?) 능력은 모르겠으나 책 읽어주는 사람으로서의 능력에는 굉장한 - 솔직히 엄청나다 - 신뢰를 보내고 있는 관계로 읽었다. 사실 이 책은 김영하의 작가적 능력을 한번 믿어보자는 마음으로 읽었다는 말 외에는 설명이 안되는데, 지금은 문학상 작품집을 좀처럼 잘 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면 각종 문학상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작가들이 많았는데( 이럴 때는 신인의 등용문이 맞구나 싶을 정도로) 이제는 그도 아닌 것 같고. 학교를 다닐 때 많은 작가를 알았던건 아마 많은 문학상 작품집을 읽었기 때문이구나 라는 깨달음을 이번에 또 얻었다. 그리고보니 그 때는 잘도 이런 작품집을 빼놓지 않고 읽었구나 싶다.
 
아무튼 2012년은 작가 김영하씨에게 대상이 돌아갔고, 그 외에 7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그런데, 일단 난 대상에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성향이 이야기가 뭉개지는 소설은 좋아하지 않아서 이번 김영하의 소설은 나에게는 탈락. 이야기가 뭉개진다는 표현이 좀 이상하겠지만, 소설을 읽노라면 분명한 스토리라인은을 가진 이야기가 있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소설이 뭉개인 이야기이냐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김영하씨는 내게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이다.
 
정말 괜찮은 이야기를 내놓을 때는 - 이를태면 <빛의 제국>이나 <악어>와 같은 - 정말 괜찮은 이야기꾼이나 싶은데, 이야기가 뭉개지는 이야기를 쓸 때는 두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을만큼 외면하게 되는 작가이니. 작가에 대한 호오(好誤)보다는 작품에 대한 호오가 더 큰 셈이다. 아무튼 아쉽게 이번 대상 작품은 내게는 이야기가 뭉개진 편이라 탈락이다.
 
오히여 대상외에 다른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김숨 이라는 작가의 <국수>와  작가 조현의 <그 순간 너와 나는> 이다. 두 편 모두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야기가 굉장히 명확해서 머리를 싸매도 읽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충만한 작품들이다. <국수>의 경우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자신을 길러준 새어머니와의 이야기인데,  아이를 낳지 못한 그래서 여자로서는 부족한 삶을 살아야했던 그 여인이 주인공에게 해준 첫 음식이 국수였다. 밀가루를 치대로 밀어서 가늘고 가는 면을 만들어 처음 해준 음식. 그렇게 부정하고 싶었던 그 여인의 삶을 나이가 들어 그녀의 입장이 되고 나서 그리고 그녀를 위해 국수를 만들면서 담담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갓 만들어진 국수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것처럼 먹먹하게 다가온다. <그 순간 너와 나는>은 어린 시절 무당집 딸이었던 한 소녀와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미래는 보는 소녀와 그 소녀의 이야기를 믿어보려는 주이공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전달된다. 마치, 이들의 이야기는 해질녂 창가에서 바라노는 노을 같은 풍경이다.
 
두 이야기 모두 너무 뻔한 이야기를 뻔하게 해서 조금 심심한 맛이 없지 않다. 이렇게 줄줄이 다 써도 되는건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면 알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분명하게 정돈된 이야기를 언어로 풀어내서 독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머 좀 줄줄이 다 토해놓는 이야기 한 편 쯤 어떤가 싶기도 하니, 독자의 마음은 창가에 내놓은 크리넥스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싶다. 새로운 작가와 마주한 감상이 크리넥스라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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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2-04-12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가 뭉개졌다는 표현을 보니까 김영하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떠오르네요. 제목은 뚜렷한데 이야기는 뚜렷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책이에요. 그러고 보면 저도 이야기가 뚜렷한 소설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때때로 관념적으로 불타오르는 글(전혜린의 글 같은!)을 읽으며 전율하기도 하지만, 소설은 역시 이야기죠! 김숨이라는 작가를 한 번 만나봐야겠네요. 저는 김이설도 좋던데요? :)

하루 2012-04-12 18:45   좋아요 0 | URL
역시 소설의 제 1의 요소는 이야기에요!!! :)
이야기가 약한 소설은 읽는 재미를 주지 않는다구요.
전 김이설 작가를 읽어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