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시작은 별게 아니었다. 회사에 갑가지 뜨게질 바람이 불기 시작하길래, 중학교 3학년 마지막 겨울이 생각났을 뿐이고, 즉석 강좌를 받아가며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가며 한 줄씩 뜨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마침 어떤 소셜 커머스에서 뜨게질 실이 나왔고, 목도리용 따뜻해 보이는 실 네 뭉텅이를 주문했다. 그렇게 시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목도리가 지난 주말에 완성됐다.
난 지금까지 뜨게질로 목도리도 완성해본 적이 없어서 이 완성이 꽤 신기하다. 끈기가 없다고 해야하나 내 성격에 치명적인 부분이 꾸준함이라고 생각하는데 - 신기한건 남들은 내 성격의 가장 장점으로 꾸준함을 하나로 꼽는다 - 그 꾸준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내가 인내력의 상징인 - 이건 내 생각이다 - 뜨게질을 완성한 것이다. 무려 실 네 뭉텅이를 들여서 말이다. 아 그야말로 내게는 놀라운 사건이다. 새로운걸 배워서 조물조물 해서 완성까지 보았다는게 이렇게 뿌듯한 일이었다는걸 잊고 있었는데 새해에 좋은 경험을 했다.
아 정말 손으로 짠 목도리는 따뜻하다.
이번 주 수요일 혹은 목요일부터 영아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온다는데, 후후후 난 따뜻한 목도리가 있으니까 괜찮을거라고 했더니. 옆 자리 대리님이 완전 애라고 웃으신다. 책을 많이 읽는데 왜 아직도 어린아이냐며. 그래서 책을 읽는것과는 상관없는거라고 말씀드렸다. 더불어 많이 추워졌으면 좋겠다고.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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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책읽기 결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그건 제대로 읽은 책을 손에 꼽을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작년에는 전반적으로 책을 읽는 일에 집중을 못했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물론 당연히 글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덕분에 점점 정신이 비워져가는 기분이다. 새로운걸 할 수록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싶어졌다. 단적으로 새로 하고 있는 뜨게질은 절대 책읽기와 동시에 할 수가 없다. 덕분에 TV를 보면서 뜨던가 책 읽어주는 팟케스트를 들으면서 뜨게질을 했다. 도저히 책 읽기와 양립할 수 없는 행위이다.
아무튼 올해는 작년보다 양질의 책을 꾸준하게 읽고, 꾸준하게 생각하고 글로 정리하는게 새해 목표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읽은 책은 다음 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라는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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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들어서면 계획을 세우게 마련인데, 올해는 말로 한 계획만 벌써 몇가지인지 모르겠다. 회사 지인은 '말하는 그 계획들 어디에 적고 이야기는 하는거야?' 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올해는 마인드 맵을 사용해서 - 조금 더 효율적이라는 소문도 있고, 새로운 도구는 언제나 즐거운거니까 -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런데 영 쉽지가 않다. 일단 생각나는대로 쭉쭉 적어놓고 나중에 가지치기를 해야겠다.
일단 생각나는걸 리스트up 해봐야지. 너무나 두리뭉실한 이 계획들을 보시라.
(원래 이런 계획은 널리 알릴 수록 잘 지키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 a shot a day - 무슨 광고 카피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카메라가 어디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 꾸준한일기 - 올해는 작년보다 꾸준히 일기를 써야지
* 성실리뷰 - 읽은 책은 100% 단 한줄이라고 글로 남겨야지. 기억이란 잊혀지게 마련.
* 시험준비 - 시험을 잘 준비해서 털어버립시다
* 건강유지 - 일주일에 최소 3일은 2시간 이상 운동. 식습관 변화가 필요.
* 새로운언어 - 시작한 일본어를 1년 동안 준비해서 여행을 가야지
더 생각나면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