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원의 문화읽기'라는 라디오 프로가 있다. 매일 방송을 하는데, 일요일마다 방송하는 코너 이름이 책읽는 영화관이다. 원작소설이 있는 영화를 찾아서 영화와 그 원작 소설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부분부분 읽으면서 출연자와 진행자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말 재미있다. 난 정해진 시간에 들을 수가 없어서 팟케스트로 듣고 있는데 월요일만 되면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하루에 열번도 넘게 아이튠스에 접속한다. 언제쯤 되면 팟케스트로 올라오려나 이러면서 말이다.

문제는 8.14일에 방송한 내용인데, 영화가 <셔터 아일랜드>였다. 디카프리오가 나오는 영화정도라고만 알고 있는데,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이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이다. 방송 시작부터 끝부분의 반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버려서 차마 난 지금 방송을 들을 수가 없다.

난 꽤나 이 방송에 충실한 청자인지라, 방송에 등장하는 책은 꼬박꼬박 찾아 읽으려고 하고 있다. 아무래도 이런 방송을 듣고 다시 책을 읽으면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책이 다른 경우도 있고, 아주 간혹이지만, 전혀 모르는 내용도 있다. 아무튼 찾아읽는 재미가 있는 프로인데, 이번 주에 등장한 책은 무려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니. 이래선 방송에서 등장할까봐 방송을 듣지도 못하겠다. 실제로 7일 방송된 <오리엔트 특급열차 살인사건>은 범인이 방송에서 공개 되었던 전례가 있는지라 , 참고로 8월 한달은 추리소설 특집,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랄까.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 어떤 소설에 '반전'이 있다는 말 만으로도, 굳이 그 반전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아도, 스포일러인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소설을 읽으면서 도대체 그 반전이 뭘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을텐데. 반전이 있다는 말 그 자체가 스포일러가 아닐까. 도댗 스포일러라는건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걸까.

아무튼 이 소설은 당장 주문해서 읽어야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관계로, 오매불방 기다린 팟케스트를 듣지도 못하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라니.

P.S. 오늘은 책 배송하기에 아주 좋은 날씨이지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1-08-18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이 있다는 말조차 스포일러인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반전이 있다는 사실을 저는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읽으면서 제가 그냥 오와-라고 감탄하고 싶거든요. 음, 이렇게 생각하는 저를 보면 어쩌면 저도 반전이 있다는 말조차 스포일러라고 생각하는 걸지도.

그건그렇고,
후후, 하루님.
저는 이거 몇년전에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도 봤지롱요. 하루님이 하고 싶어하는 거, 전 다 했지롱요. 움화화핫 (자랑자랑)

하루 2011-08-18 23: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반전이 있다는 말 자체를 듣는 순간부터
'언젠가 이 소설에는 반전이 있을거야'라는 의식을 하면서 읽게 되어 버려서 전 반전이 있다는 말조차 스포일러라고 생각해요. 덕분에 [살인자들의 섬]도 지금 그렇게 되어 버릴거 같아서 걱정이라는.

+흑,전 영화도 아직이고 책도 아직이고
책을 어서 읽어야 방송을 듣는데 빨리 읽어야 하는데.
내일은 회식이고... 다음은 주말이고... 흑흑 (미워요미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