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가장 유용한 기능은 분명 백 퍼센트 팟케스트이다.
사실 처음 스마트폰을 구입했을 때는 팟케스트라는게 뭔지 제대로 몰랐었는데,
스마트폰에 슬슬 지겨워질 때 즈음 팟케스트를 접하게 된게 행운이었다.

시작은 좋아하는 라디오의 팟케스트를 들었던게 시작이었다. 
윤상의 팝스팝스라는 오전 11시에 하는 라디오 방송인데, 평소에는 시간관계로 들을 수가 없다.
그런데, 팟케스트라는걸 들어보니 음악이 없지 멘트는 다 들어있는거다.
이럴수가 이렇게 좋은 방송이라니.

*

그러다가 다음으로 듣게 된게 진짜 개인이 만들어서 올리는 팟케스트.
작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케스트.(그 분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유명한 작가라는건 둘째 치고, 내용이 굉장히 알차서 꼬박꼬박 들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오늘은 어떤 책으로 팟케스트를 녹음하나' 라고 고민하며 서재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오래전 읽었던 책 한권을 보고 반가워 하다가, 한쪽 구석에 앉아 그 책을 다시
차근차근 읽게 될거고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면 아마 팟케스트를 녹음하지 않을까?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 케스트는 듣고 있으면 굉장히 차분한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고,
핵심을 집어내는 관계로 굉장히 재미나게 듣고 있다. 물론, 작품에 대해서 그가 피력하는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꽤 흥미로운 생각을 많이 내놓은건 맞다.

*

사실 난 김영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지, 좋아하지 않는다라기 보다는 '잘 모르겠다'라는게 솔직한 생각이다.

지금까지 읽은 그의 책은 다음과 같다.
너무 적어서 한 작가와 그의 이야기를 안다고 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적다.
(이 이야기를 적고 보니 한 작가에 대해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단 한 작품만으로도 충분한게 아닌가 싶다)









내가 읽었던 김영하의 글 중에 단연 최고는 <빛의 제국>이었다.
북쪽으로 돌아오라는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이 남한의 생활을 정리하고
자신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밝혔는데, 그 날 밤 북한에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
그 상황에 처해있을 때 그는 어떤가. 라는게 글의 요약인데, 최인훈의 <광장>과 비슷하군.

그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능력에 감탄하고, 이런 소재에 감탄했다.
언젠가 김영하는 본인의 팟케스트에서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건 캐릭터라는 말을 했다.
캐릭터가 살아있으면 어떻게든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취지였는데 동감했다.

재미있는건 <빛의 제국>에서는 캐릭터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처한 그 아이러니하고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이 기막히다는 그 인상은 남았다.
그의 관점에서 보자면 <빛의 제국>은 2% 부족한 이야기인 셈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중단편집 <무슨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와 <아랑은 왜>는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 싶어
중도 포기한 케이스이고, <포스트잇>은 설렁설렁하게 책 장을 넘기며 도서관에서 읽었었다.

그래서 내게 김영하의 작품은 한마디로 알다가도 모를 작품들이다.
제대로 읽은게 두어권 정도이고, 거기에 정말 제대로 된 소설은 한권 뿐이니.
그런데도 이상하게 더 읽어야지 읽어야 하는데, 싶은데 읽지는 않고 있다.
집에는 그의 소설이 두어권이나 더 있어서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는데 말이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각설하고 결론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팟케스트'는 정말 괜찮은 팟케스트라는 거다.

*

그 다음으로 많이 듣는 팟케스트는 <신성원의 문화읽기>
KBS에서 일요일마다 하는 책읽는 영화관이라는 프로그램의 팟케스트인데,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일부 발췌해서 읽고, 그 책과 작가 그리고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아나운서와 두명의 평론가가 나와서 두런두런 나누는 방송이다.
약 50~55분 정도의 방송을 녹음한 내용인데, 이 팟케스트로 버릴 내용이 없다.

소설의 흐름을 듣고 부분부분 성우의 목소리로 들으면 꽤나 빠져들고
팟케스트 한 회를 다 들을 즈음이면, 아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화  '파이란'의 원작이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 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고 ,
윌 스미스가 마냥 영웅으로 나와서 싫었던 '나는 전설이다'의  원작 <나는 전설이다>가
그렇게 재미난 책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원작인 필립 K.딕의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오묘한 차이점이 있어서 흥미로운건
방송을 들어본 사람이면 공감할 만거다.  

 








*

지난 주 일요일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이성과 감성>이었는데 
찾아보니 대학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지 집에 책이 없다.

당장 주문해야겠다.

어제할껄. 어제는 1일 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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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8-02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1일인데 정신없어서 주문을 못했더니 오늘 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고(다행히도 지금 행사기간이라 9월며칠까지는-기억안남- 5프로 할인이래요!) 결국 안했네요. 내일 할까, 그러고 있어요. 한달에 한번쯤은 주문을 마구 날려줘야 하지 않나, 하면서.
(제 장바구니에는 하루님의 중구난방 독서중 한권인 [달에 울다]도 들어있어요!)

팟케스트가 일전에도 한번 페이퍼 쓰셔서 뭐지뭐지 하고 또 회사 동료중에도 팟케스트를 적극추천하는 사람이 있길래 오오, 나도 한번, 했더니 안드로이드는 지원이 안되는가 보더라구요. 저는 안드로이드 유저.

하루 2011-08-03 09:27   좋아요 0 | URL
아앗 5%할인이라니. 다락방님은 천사세요. 아하하하
이런 즐거운 소식이라니 여름 휴가도 아직 너무 멀어서 좌절하고 있는데
다락방님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후후후

아 팟케스트는 저도 몰랐는데요 아이폰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파일 같아요.
아이폰이 시장에서 보급이 잘 된 미국 같은 나라가 대상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요, 일종의 표준화인거 같기도 하고. 그 안에 팟케스트도 많고 외국 대학들은 강의도 올려놓고 해서 완전히 자원의 보고라니까요.

아 지금 생각난건데, 아이팟가지고 있으시다면서요. 아이팟은 팟케스트에 접근이 당연히 될거 같아요!!! 아이튠스에서 팟케스트를 받으세요!!!

함께해요~~

+[달에 울다]는 조금 아찔해요. 으 아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