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시작하자면 꽤나 긴데, 시작은 <남극의 쉐프>라는 영화이다. 원작 소설 - 소설이라고 하니 좀 이상하군 - 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가 꽤 재미있더라, 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이게 왠걸 이 영화를 볼 기회가 생긴거다.(이 영화 국내개봉 언제했지?) 각설하고 영화를 보는데 왠걸 정말 재미난거다. 일본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작은 혹은 소소한 이야기, 그들만의 일상듣기를 꽤나 즐기는 편인지라 - 실제 일본은 이런 영화에 굉장히 강점을 보인다 - 영화를 보다가 홀딱 반해 버렸다.  

영화를 굉장히 심플해서 남극 내륙 기지로 파견된 8명의 대원들의 생활기, 정도면 꽤나 훌륭한 요약이라고 생각될만큼 이게 전부인 영화이다. 영화를 채우는건 그 8명의 대원들이 함께 살아가면서 생기는 소소한 일상의 - 이것도 일상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 이야기들이다. 생일날 깜짝 파티를 벌이고, 좀처럼 먹기 힘든 요리를 해서 먹고, 라면을 먹기위해 오로라 관측을 포기하고. 일견 들으면 스토리도 없고 마땅한 캐릭터도 없는 영화같지만, 묘하게 잔상으로만 한 가득 남는 그런 영화라고 해야할까.

 이 영화를 보다가 배우 사아키 마사토를 알게 된거다. 이럴수가 이런 배우를 왜 아직 몰랐던거지!라고 자책하게 될만큼 멋진 배우였다. 연휴내내 이 배우의 드라마와 영화를 탐독했는데,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에 등장했던 그 사람이었구나!

 

 덕분에 영화 <골든 슬럼버>를 읽다가 소설까지 연휴내내 읽고 말았다. 소설을 영화화한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영화는 상당히 압축적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바람에 영화만 봐서는 '뭐가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게 정확한 감상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약간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되었다.

요컨데 소설을 영화한 경우 혹은 드라마를 영화화한 경우 영화 자체만으로 보기에는 역시 무리가 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 자체만으로 독립적으로 때어서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건 이미 소설을 영화화, 드라마를 영화화한 것이 아닌게 되어 버리는게 아닐까라는 그런 생각이랄까. 요컨데 소설을 읽으면서 그려지던 이미지를 영상으로 옮기고, 드라마의 뒷 이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지언정 말이다.

성공적으로 소설을 영화로 옮겨서 독립적으로 영화만으로도 매력을 발산하는 그런 영화도 있게 마련이지만, 역시 소설에서 영화로 넘어가는 그 간극을 극복하는건 꽤나 어려운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골든 슬럼버>를 읽고 보면서 생각을 했더라. 그래서 <남극의 쉐프>가 꽤나 괜찮은 작품인데,  아직 원작을 읽지 못해서 원작과 영화의 차이를 아직 못 느꼈지만, 이 영화는 이미 원작 소설은 찾아읽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완결된 구조를 영화 자체가 '만들어 버렸다.' 각 소설이 가지는 구성의 문제와 장르의 차이라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꽤나 인상적인 차이였다랄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다락방 2011-06-0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극의 쉐프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 기회에 저도 음, 영화로 볼까봐요. 며칠전 회사동료도 추천했거든요.
말씀하신것처럼 소설에서 영화로 넘어가는 그 간극을 극복하는건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골든슬럼버] 영화를 도무지 볼 자신이 없어요. [상실의 시대]도 그렇구요. 제가 책을 읽고 느꼈던 감정들을 오히려 깍아먹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요. 전 계속 좋아하고 싶거든요.

하루 2011-06-08 19:55   좋아요 0 | URL
<남극의 쉐프>는 그 자제만으로 완결된 영화였어요.
책을 읽고 싶기도 한데, 영화의 감동을 책으로 망치지 않고(?) 싶어서 전 책은 읽지 않으려구요. 골든 슬럼버는 뭔가 애매한 기분을 한껏 느꼈지만 말이죠.

+상실의 시대는 절대 영화는 보지 않을거에요. 이것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