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난 금요일 밤이 너무 아쉽다. 마치 만났다 헤어지는 견우와 직녀처럼, 매주 금요일 밤만 되면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금요일 밤은 끈을 묶어서 매어놓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딱히 이유를 대라면 모르겠으나, 그냥 그렇다. 이유가 없다. 그냥 금요일 밤은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
오늘은 금요일, 난 회사에서 9시가 넘어서 퇴근을 하였고 집에 들어오니 10시 즈음이었다. 그리고보니, 집에 들어왔을 때 한국 시리즈 1차전에서 SK가 이겼다는걸 마지막으로 야구 중개방송이 끝나고 있었다. 금요일 밤이니 라며 오랜만에 팩을 하고 꼼꼼하게 평소보다 공들여서 화장품을 바른다. 아직 슬리핑팩은 바르지 않았지만 자기 전에 바를것이니 이걸로 금요일 밤 준비는 끝났다. 거기에 손대면 닿을 곳에 읽을 책을 두어권 쌓아놓고, 이 넷북도 옆에 두니 정말 준비 끝이다. 이게 내 금요일 밤, 모습이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은 항상 이런 식이다. 마치 금요일 밤의 의식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충분할것 처럼 항상 꾸준히 착실히 반복된다. 더 첨가되지도 않고 빠지지도 않는 군더더기 없는 금요일 밤이랄까.
사실 좋아하는 요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목요일을 더 좋아한다. 목요일을 지나면 한 주의 8부 능선이 넘는 것 같아 힘을 내게 된다. '내일이면 금요일이고, 금요일 밤, 착실한 일상이 날 기다히고 있고, 그럼 주말이구나. 아 힘이 들지만 8부 능선을 넘어야겠다' 이런 기분 말이다. 목요일 출근하는 순간 주먹을 한번 불끈 취게 되고, 퇴근 길에는 한숨 한번 쉬면서 이번 주가 거진 흘러갔음에 감사하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목요일에 학수고되하면 금요일 밤의 일정은 지극히 일상이며, 소소한 것이지 싶다. 너무나 소소해서 말하기도 민망한 그런 것들 말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렇게 흘러가는 일상 중에 하루 밤 쯤은 아쉬워서 몸부림이라도 쳐봐야 하지 않을까?
+ 한 권의 책이 끝났고, 다른 한권을 읽고 있으며 과자 한 봉지를 끝냈고, 1리터짜리 패트병 생수가 옆에 있으며, 지금 눈은 반쯤 감겨 있지만 난 자지 않을 생각이다. 왜? 금요일 밤이니까. 1분 1초가 한없이 아쉽고 또 아쉬운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