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일단 고등학교까지의 경험상 내가 알고 있는 세계사는 확실히 서양사였다. 재미있는건 대하게 가서도 서양사나 가까운 일본에 관한 역사 수업은 한번쯤은 들어봤으나 중국사와는 인연이 없었다. 듣기가 싫었는지 아니면 인연이 없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중국사는 딱 고등학교 학생이 국사를 배우면서 들었던 연대비교기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는 그래서 손이 잘 가지 않아 책상위에 꽤 오래 누워 있었다. 일단 책이 만화다. 너무 강렬한 문장이지만 일단 만화라는 매체의 속성이 엄청난 흡입력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독자를 끌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성공요인은 50%쯤은 - 어쩌면 더 일수도- 그 화법이 만화였기 때문이지 않은가.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도 덕분에 술술 잘 읽힌다. 1권은 최초로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와 그의 제상 이사의 이야기이다. 책은 전반적으로 진시황에 대한 그동안의 역사가 지나치게 유교적인 관점에서 서술되어 왜곡된 것은 아닐까라는 짙은 의심이 바탕에 깔려있다. 전쟁을 통해 각 군주의 패권을 장악하여 통일제국을 이루었고, 그 제국을 유지하게 위한 나름의 시스템을 구축하려 노력했다는 것이 저자의 평가이다. 진시황이 서양에서 태어나 이런 노력과 업적을 이루었다면 대왕이라는 - 알렉산더나 카이사르 처럼- 이름으로 역사에 남았을텐데, 유교의 입장에서 쓴 역사 덕분에 분서와 갱유만으로 기억에 남았다는 것이다.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는 사실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는 합격이다. 진시황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해석으로 중국사에 대해 진시황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건 분명하다. 아마도 많지 않은 분량으로 내놓은 걸 보면 작가도 이 정도까지를 염두에 두고 쓴 것 같아서 딱 기획과 결과물이 적합하게 만들어진 책이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