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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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난 엄한 가정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에는 회초리도 맞아봤고, 손을 들고 벌서는 일도 해봤고, 아버지가 무서워 - 정말 무서웠다 - 내가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마음을 먹은 이면에는 어쩌면 이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항상 아버지는 심각했다. 그랬다. 이제는 머리가 다 큰 친척들을 가끔 만나 이야기하면 이렇게 심각한 아버지는 집안의 가풍이라는 생각을 공유한다. 그들의 아버지와 내 아버지는 모두 엄격한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 상이었다. 그는 지금에서야 이야기를 하곤 한다, 자신의 집안이 아버지들이 조금은 자유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어린 시절 경험했던 엄격하고 보수적인 아버지 탓인지 난 지금도 엄격함이라는 단어가 많이 부담스럽고 때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난 나와는 다른 가정 이야기가 항상 궁금하다. 아니 목마르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는 한국보다 독일에서 더 긴 35년을 산 한 여인과 그녀의 가족이야기이다. 엔지니어 남편과 아들, 딸과 함꼐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은 내 기준에서는 독특함 그 자체이다.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 직업적인 성공의 일부를 포기해야하고, 돈 때문에 싫은데 밀하지 말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며 살고 싶다는 그녀와 그녀의 가족 이야기는 내게 신선함 그 자체이다. 책은 아이들을 축으로 하는 가족의 이야기에 절반을 할애했고, 나머지 반에는 그녀가 독일에서 긴 시간 외국인으로 - 그녀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살면서 느끼는 독일사회와 한국 사회에 대한 속깊은 이야기들에 할애했다.
아이들과을 기르면서 들려주는 그녀의 일상 이야기들은 그녀과 가족들의 삶의 원칙을 보여준다. 인간으로 품위있게 살기 위해 조금만 포기하면 되는 삶을 실천하고, 그 실천을 자신의 자녀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는 평범하게 살 수 있는 선택의 권리를 주되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능성이 있다는걸 항상 알려준다.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도 곰곰히 들어보면 이 과정의 연속이다. 사실 한국에서 평범(?)하게 자란 내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이들의 가정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이 원칙을 축으로 삶을 그런 삶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이 '고등어를 금하노라'인데, 내륙 지역인 독일에서 바다생선인 고등어를 먹는건 지극히 변태(?)적이라는게 그들의 삶의 방식이다. 가까운 곳에서 직접 기르는 것들을 먹고 낭비하지 않고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겠다는 그들의 의지이다.
뒷 부분에서는 지금 독일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해 놓았다. 올해로 독일은 통일 20주년을 맞았다. 그런 독일 사회에서도 다양한 삶의 계층이 있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다. 특히 그녀는 우리는 아직 피부에 닿지 않는 이민자 문제를 한국이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라 제안한다. 전후 독일을 복구하기 위해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존재를 외면했을 때 벌어지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특히 전후 독일의 역사 청산 과정과 그 안에 있는 독일인의 역사에 대한 관념이 인상적이었다. 일본에 대한 대조가 함꼐 들어가면서 그녀는 일본이 과거사 청산을 시작할 떄 한국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하는 시점임을 지적한다.
사실 난 <고등어를 금하노라>가 가벼운 에세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저 젊은 시절 독일로 이주해 이제는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중년의 아주머니가 쓴 소소한 가정사일 것이라고. 반을 맞았고 반을 틀렸던 예측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독일에서 35년을 산 외국인 아주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상에 조금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 방식을 한번쯤 고려해볼만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멀고도 먼 독일이라는 나라가 겪은 여러 사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배워야 하는지를 꼼꼼하게 서내려갔다. 가벼울 것으로 생각해 편하게 읽기 시작한 책이나 그 안에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들이 풍요롭게 들어가있음을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