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인생>을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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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의 인생 - 삶은 아름답고 소중하다 ㅣ 헤르만 헤세 : 사랑, 예술 그리고 인생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켈스 엮음, 이재원 옮김 / 그책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헤르만 헤세라고 하면 기억나는건 <데미안> 정도가 전부이다. 사실 같은 독일 작가이지만 난 헤르만 헤세보다는 토마스 만을 좀 더 좋아하는 편이다. 내게는 <데미안>이 성장 소설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인지, 지극히 평범한 인생을 보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데미안을 잘 이해가지 않는 어쩌면 조금은 부담스러운 그런 책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데미안>속에 드문드문 나오는 한 문장은 분명 사람을 울리는 울림이 있는 문장들이었다. 그런 그가 삶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았는지, 그가 자신의 분신으로 여긴 자신의 책 속에서 거른 헤세의 인생관에 대한 책 <헤세의 인생>이다.
사실 난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제목이 <헤세의 인생>이기에 헤세의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가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에서 자라, 글을 어디에서 쓰고 가족과는 어떤 관계를 이루었고, 그리고 어떻게 죽었다더라라는 그런 일대기 말이다. 어쩌면 이런 일대기를 통해서 그에게 조금이나마 관심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읽어보면 이해할 수 있을거다 책을 처음 받는 순간 '이건 뭐지'라고 중얼거린 내 마음을. 이 책은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헤세의 책에서 뽑아낸 생(生)에 대한 그의 인식이며, 잠언구이다. <데미안>에서 책의 전체적인 면 보다는 한 문장의 울림이 더 소중했던 나는 반갑기도 했지만 제목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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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사소한 일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야 말로 몰락의 시작이다. 인류를 매우 존중하면서도 하인들은 괴롭히는 것, 조국이나 교회나 정당을 신성시하면서도 나날의 일과는 형편없고 소혼히 하는 것에서 모든 부패가 시작된다. 이것을 막기 위한 교육 수단은 한 단지 뿐이다. 그것은 신념, 세계관, 애국심 같은 이른바 진지하고 신성한 모든 것을 자신과 타인에게서 완전히 치워버리고, 작고 사소한 것이나 순간의 일에 매우 진지하게 몰두하는 것이다. 자전거나 가스레인지를 고치러 가서 수리공에게 요구할 것은, 인류에 대한 사랑이나 독일의 위대성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고장 난 것을 제대로 고치는 일이다.(p.96)
진리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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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은 상당히 재미있기도 하지만 지루하기도 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한 사람의 일기와 편지와 작품들에서 구절을 뽑아내는 것은 그 사람의 자취를 따라가는 일이고, 이는 통상 일관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를 열렬히 좋아하는 팬이 아니기 때문에 내게는 감흥이 적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헤르만 헤세라는 사람이 무엇을 바라보며 글을 썼는지는 분명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데미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결국 이 책은 헤르만 헤세'를' 말하는 책이 아닌,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책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