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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시대 - 누가 세계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가?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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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대안없는 좌파를 싫어했다. 항상 대안없이 그저 번드르르한 비판만을 늘어놓는 그들을 난 항상 싫어했다. 어쩌면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경멸했는지도 모른다. 홍세화씨의 말을 읽으면서도 '말로는 백번 이해한다고 하지만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를 수도 없이 되뇌었다. 그들의 글이 나를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세상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나는 참 많이도 탓했었다. 그런 한탄을 하며 항상 그들의 책을 읽었더란다. 사실 이번에도 그런 책이 될뻔했다.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는. 


<탐욕의 시대>는 정확하게 원제가 L'empire De La Honte. 불어가 원제인데 honte는 disgrace, shame로 영어로 번역이 되는 듯 하니 굳이 번역하자면 불명예의 제국(?) 정도 쯤이 적당하지 싶다. 그걸 탐욕의 시대라고 번역을 했는데, 의견 수긍이 가면서도 또 물음표를 띄우게 하는 번역이다. 전작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장 지글러는 기아라는 화두를 어느 누구보다 뼈아프게 던졌고, 이 책은 그 책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다. <탐욕의 시대>에서는 장 지글러가 UN에서 일하면서 전 세계 아이들과 사람들이 어떻게 기아에 허덕이는지를 고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궁극적으로 세계적으로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가 얼마나 많은지, 그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고발한다. 또한 궁극적으로 그들의 삶이 그렇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소위 선진국들과 그 선진국들이 만든 기구에서 만들어진 부채라는 점을 지적한다. 다양한 기구와 세계 다양한 은행에서 다양한 이유에 의해 - 내전을 지룰 무기를 구입하기 위해, 혹은 사리 사욕을 위해 등등 - 차입을 하고 그 국가 채무에 의해 그들의 기아와 가난은 세습되고 있다. 부채에 대한 이자로 해마다 GDP의 10%가 넘는 금액이 해외로 송금되고 있고, 아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배고픔에 죽어가거나, 다음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배고픔에 떨고 있다. 그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이 책의 서문은 '다시 연대만이 희망이다'라는 이름으로 글이 시작한다. 결국 이 책 전체를 탈탈 털어서 남는 단 하나의 문장은 저 문장이다. '다시 연대만이 희망이다' 부채를 탕감하지 않고는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 만연한 기아를 해결할 수 없고, 그들을 하루 1달러 이하의 극도로 빈곤한 삶에서 구원할 수 있다. 그들의 삶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기아에서 건져내기 위해서는 그들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아게 할 수 잇는 구체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오는 원천이 '연대'이다. 몽골 사람들이 눈이 쏟아지고, 어느 곳에서도 원조를 받지 못한채로 살아가는 힘은 그들이 서로 연대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도 한 때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GDP를 가지고 생활해야하는 빈국이었다. 한국도 보리고개를 걱정해야했고, 입을 덜을 덜기 위해 철이 들기도 전애 딸을 식모살이 보내야 했던 국가였다. 그런 한국은 한국인이 만들기도 했지만 그 토대는 우리도 외국에서 빌려온 차관과 많은 민간 기관들의 도움 이 주요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우리는 그 차관을 모두 상환했음을 기쁘게 이야기하짐나 그건 지극히 놀라운 결과였다. 전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말이다.


난 <탐욕의 시대>를 읽으면서 엄청난 부채를 강요하는 선진국에 분노하고, 국제 기구에 분노하고, 그들의 삶에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분노했다. 어느 광고에서처럼 내가 그들의 기아를 끝낼 수는 없지만 그들에게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2009년에는 굶주리는 저 먼 나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흔한 광고말로 내 돈 만원이며 그 아이들은 한달을 영양가 잇는 우유를 마실 수도 있고, 어쩌면 공부도 할 수 있을지 모르고, 어쩌면 조금은 행복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얇팍한 내 양심에 기대어 말하지만 나도 '다시 연대만이 희망이다'라는 말고 믿고 있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설득력 있고 호소력 있는 글이 무엇보다 가장 좋은 장점이지만, 전 세계를  무대로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분석과 접근이 아주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지만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중반까지 가장 가슴이 움직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앙리 르페브르는 1970년대 중반에 그의 유명한 저서 <헤겔, 마르크스,니체 또는 그림자의 왕국>을 발표했다. 책이 출간되었을 무렵 라디오의 한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저는 선생님 기분을 상하게 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생님을 가리켜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라고 하더군요." 그러자 르페브르는 답변했다. "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그런 말을 들으니 영광이군요. 나는 그렇게 평가되기를 바랍니다. 자기 눈앞에 펼쳐진 지평선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실용주의만 고집하며 일단 손에 쥔 것만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은 절대로 세상을 바꿀 수 없습니다. 오직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들, 지평선 너머로 펼쳐져 있을 세계를 보는 사람들만이 실제론자들입니다. 이 사람들만이 세상을 바꾸는 행운을 거머쥘 수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지평선 너머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분석적인 이성으로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간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도래할 것, 우리가 원하는 것,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은 내면의 눈, 즉 우리 안에 깃들어 있는 유토피아를 통해서만 볼 수 있습니다. (pp.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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