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범죄 이야기'라고 하지만 사실 왜 여름에는 추리소설이나 범죄물이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여름은 밤이 길기도 할 뿐더러, 공포물이나 추리물은 밤에 오돌오돌 떨면서 봐야 제 맛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셜록 홈즈를 시작으로 각종 추리소설은 항상 무더운 여름 날 밤이나 이불을 뒤집어쓴 따끈따끈한 겨울이었다. 그리고보니 밤이 길게 느껴지는 날에는 추리물이나 범죄물을 손에 잡게 된다. 어쩌면 그래서 이 계절에 <모방범>을 읽게 된건지도 모른다. 지금은 밤이 아주 길게 느껴지는 꽤 무더운 여름이고, 이 책은 아주 호흡이 길다. 



범죄를 말하다
<모방범>은 3권으로 이루어진 - 일단 한권의 두터움에 기가 질리는 - 책이다. 무엇보다 총 3권을 쌓아놓고 보고 있자면 읽지 않은 자는 약간의 창백함은, 읽은 자는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만만치 않은 내용과 호흡을 자랑하는 책이다. 내용은 간단하다. 

<모방범>은 범죄자와 피해자, 그들의 가족들, 그리고 범죄는 무엇인가 혹은 왜 저지르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1권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 이야기가 주된 내용으로 쓰레기통에서 핸드백과 잘린 손목이 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한 연속 살인사건이 피해자 -결국 그들의 가족도 피해자이다-  입장에서 쓰여진다. 사연많은 가해자와 관련 된 이야기는 2권에서 다루고, 가해자도 피해자로 만든 또 다른 범인의 이야기가 3권에 전개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중 구조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가해자 속에 또 다른 가해가자 있는 구조가 들어가 있고, 그 범죄자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그가 범죄를 어떻게 저지르는지, 그는 왜 이런 범죄를 계획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서  이 책은 말한다.

이야기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다. 꽤나 두터운 내용의 책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힘이 분명 미야베 미유키에게는 있다. 요컨데 작가는 글을 읽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을 정확히 이야기 한다. 어떤 범죄이든 발생하면 많은 이들이 사건에 연관된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을 관찰하는 방관자인 대중, 그리고 그 사건에서 결코 방관자가 될 수 없지만 가해자나 피해자는 아닌 사람들. 이 사람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면 이들에게 각 권을 통째로 할애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보통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악'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모방범>과 같은 범죄물에서는 '왜' 그 범죄가 벌어졌는지를 독자에게 설득시키는 일이 꽤 중요하다. 우리는 '그냥 그랬어'와 같은 흔한 말로 표현되는 '악'에 해당하는 개념에 대해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방범>은 피해자의 입장과 생각을 표현하는 일반적인 소설이 아니라 범죄자의 생각을 그리는데 엄청난 분량을 할애한만큼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작가의 의도가 사건과 관련된 가능한 모든 이들을 그려보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100% 성취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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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09-0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운 닉네임이 보여서 땡스 투 날려요 :)

하루 2008-09-02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 뒷북소녀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