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집을 찾아서 한젬마의 한반도 미술 창고 뒤지기 2
한젬마 지음 / 샘터사 / 2006년 7월
품절


사람의 일생에는 작은 골목이 무수히 많다.어느 때 우리는 그 골목에
행복한 추억을 남기기도 하지만, 어느 때는 남루한 상처를 묻어 두기도 한다.
그런 골목을 돌고 돌면서 시간이 흐르고, 생의 마디마디가 이어졌다 끊어지고 다시 만난다. 내게 일어났던 무수한 일들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어찌보면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졌을때 생긴 무릎의 성처, 첫사랑과 이별하고 난 후 뒤척거리던 길고 긴 밤이 이어찌 다를까.
나를 화나게 하는 일이나 나를 슬프게 하는 일. 나를 기쁘게 하는 일 모두 다 내가 존재하기에 발생하는 일들이다. 나는 그렇게 세상의 모든 것들과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고, 그 인연에 의해 내가 완성돼 간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게 늘 탄탄대로만은 아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어떤 이는 내 작업을 보고 감탄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는 폄하하기도 한다. 그 감탄과 폄하를 아우르고 한 발 더 나간 지점에서 그 인연들을 품고 도약하는 지점에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 때론 그 인연이 너무 버거워 뛰쳐나가고 싶은 순가도 많지만 그 또한 짊어져야 하는 것이 숙명 아닌가. 그러니 살면서 백팔 번뇌가 없을 수 없다. 아마도 하인두는 그 백팔 번뇌를 건너뛰고 자신의 원초적인 생명성과 마주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181쪽

일과 결혼 생활을 병행해 나가며 한숨 돌릴 겨를도 없이 숨 가쁘게 지내온 세월. 그 세월의 어디쯤에서 신사임당.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욕심 많은 내게 정말 해보고 싶은 목표가 생긴 것이다.
현모양처와 예술과의 삶을 동시에. 그리고 완벽하게 소화해 내기. 그녀를 삶의 지표로 삼는 게 구태의연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모양처라는 게 봉사 정신과 희생 정신의 절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 잘되라고 나를 죽인다? 천만의 말씀이다.정말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반듯하게 서야 한다. 치열한 자기 완성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이제 다시 누가 내게 닮고 싶은 사람을 물어본다면. 말할수 있다 . 바로 신사임당이라고. 그녀는 역사가 증명하는 현모양처이자 동시에 위대한 예술가였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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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1 0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6-11-11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오전에 약 먹고 죽은 듯 자버렸거든요..그랬더니 올빼미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