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더 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억관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6월
구판절판


히로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지만 처음에 내가 하소연했을 때, 선생님은 믿었죠?"
"으응"
이라부는 거침없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한눈에 피해망상이란 걸 알았어.
그렇지만 그런 병은 부정 한다고 낫는 게 아냐.
긍정하는 데서 치료를 시작하는 거야.
잠을 못 자는 사람에게 무조건 자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잠이 안 오면 그냥 깨어 있으라고 해야 환자는 마음을 놓게 되지.
그래야 결국 잠이 오게 돼. 그거랑 똑같아."
히로미는 이라부를 빤히 바라보았다.
혹시 이 사람, 천하의 명의?-67쪽

문득, 가슴에 걸린 '의학박사'라는 명찰에 눈길이 갔다.
이 나라의 박사 학위는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라부는 데츠야가 여태 만나 보지 못한 괴짜 중의 괴짜였다.
그에게는 고뇌라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욕망이 일어나는 대로 행동하고, 소란을 떨고, 웃는 사람임에 분명했다.
다섯 살배기아이가 고뇌하지 않는 것처럼.
그러나 부럽기도 했다.
적어도 이 남자는 자신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구질구질하게 굴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그도 아내에게 버림받은 것 같다.
자신과 똑같은 지경에 처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결과는 이렇게 다른가.-89쪽

감정을 폭발 시킨 것이 효과가 있었을까. 자신이 세운 가설은 맞는 걸까.
차 안에서 이라부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자기암시일 거야"하고 이라부가 대답했다.
"이렇게 하면 나을 거라고 생각한 다음, 그것을 실행했기 때문에 나은 거지.
이른바 플라시보 효과와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인간의 몸이란 참으로 신비로운 거니까."
아무렴 어때. 어쨌든 나았으니까."-1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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