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구판절판


마음이 어두운 이를 이웃들이 위로하고, 보다 많이 가진 이가 보다 적게 가진 이를 위하여 재물을 나누고, 농부와 정치가와 사업가와 예술가가 타고난 능력에 의해서 차별을 받지 않는....-25쪽

길 위에서 꽃을 만나고 강을 만나고 마을과 숲과 새를 만난다. 꽃은 길 위의 내게 향기를 뿜어준다. 길을 걷는 동안 옷과 신발과 등짐이 다 향기에 젖는다. 강은 쉬임없이 흐르며 내게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길을 걷다 지치면 강물 소리를 베개 삼아 강 언덕 어디에건 몸을 누이면 그만이다.-31쪽

당신의 고운 노을 아래 잔잔히 빛나던 바다는 어린 게들처럼 모레 속에 숨어들었는지 자꾸만 맑은 눈물 속에서도 모래알이 묻어 나오는 먼 서해에 가자고 한다.작은 배 하나를 만들어 당신의 하염없는 등댓불을 물결쳐 가자고 한다.-56쪽

진도 지산면 인지리 사는 조공례 할머니는 소리에 미쳐 젊은 날 남편 수발 사운케 했더니만 어는 날은 영영 소리를 못하게 하겠노라
큰 돌맹이 두개로 윗입술을 남편 손수 짖찧어 놓았는디
그날 흘린 피가 꼭 매화송이처럼 송이 송이 서럽고 고왔느디
정이월 어느날 눈 속에 핀 조선매화 한 그루
할머니 곁으로 살살 걸어와 입술의 굳은 딱지를 떼어주며
조선매화 향기처럼 아름다운 조선소리 한 번 해보시오 했다란다.
장롱 속에 숨겨둔 두 개의 돌맹이를 찾아와
이 돌 속에 스민 조선의 핏방울을 꼭 터뜨리시오.했다더라.-105쪽

당신, 지나간 시절들은 아름다웠는지요. 꿈과 그리움의 시간들이
단풍빛으로 화사하게 물들었는지요.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한 마음으로 오래 오래 포옹할 수 있었는지요.-233쪽

여행자에게 아름다움이란 먼 곳의 불빛이 아니라 살아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따뜻한 빛과 체온이라는 느낌을 지니게도 한다..-256쪽

서해에 해가 지는 모습은 아름답다. 넓은 개펄이 있고, 아득히 퍼져나가는 갯내음이 있고, 바닷새들의 끼룩거리는 울음소리가 있다.배들이 하나둘 항구로 돌아오고 불빛들이 바닷가 여기저기서 빛나기 시작한다. 강 맞은편, 아니 바다 맞은편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나는 잠시 이곳이 장항인가 아니면 군산인가 넋을 놓기도 했다.-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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