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철의 초록이야기








♧ 할미꽃 / 목필균



겨울을 밀고 나온
무성한 솜털들


봄빛 눈부셔
고개 숙인
자줏빛 얼굴


어머니보다
더 따스한 눈길






♧ 할미꽃 / 문정희

  

이곳에 이르러
목숨의 우뢰 소리를 듣는다. 

절망해본 사람은 알리라
진시롤 늙어본 이는 알고 있으리라

세상에서 제일 추운 무덤가에
허리 구부리고 피어 있는
할미꽃의 둘레

이곳에 이르면
언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

꽃이란 이름은 또 얼마나
슬픈 벼랑인가

할미꽃
네 자줏빛 숨결에





♧ 할미꽃(37) / 손정모



퍼런 실바람 나부껴
지열 아직 차디찬데
시린 풀숲에 서서
혼자 우는 너

너무 쇠진하여
잠시 눈을 감았는데
계절 바뀐 벌판에
봄 하늘만 남실거린다.

지기들 사라진 벌판에
서러운 게 외로움이더라고
먹먹한 눈빛에 떨며
하염없이 흐느끼는 너.






시와 이미지 :김창집의 오름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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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4-25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방울 꽃도 이쁘지만 할미꽃의 전설은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다..

한샘 2006-04-30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방울꽃 참 좋아하는데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 할미꽃은 볼 때마다 마음이 애잔해져요. 또 퍼가요. 쌩유~

치유 2006-04-30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샘님..귀여운 이미지를 보며 너무 반가워요..퍼가실게 있다니 저에겐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