散文詩(산문시) 투르게네프의 언덕       -윤동주-

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세 少年(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첫째 아이는 잔등에 바구니를 둘러메고,
바구니 속에는 사이다 병, 간즈메통, 쇳조각,
헌 양말 짝 等(등) 廢物(폐물)이 가득하였다.
둘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셋째 아이도 그러하였다.

텁수룩한 머리털, 시커먼 얼굴에 눈물 고인 充血(충혈)된 눈,
色(색) 잃어 푸르스름한 입술,
너덜너덜한 襤褸(남루), 찢겨진 맨발.
아─ 
얼마나 무서운 가난이 이 어린 少年(소년)들을 삼키었느냐!
나는 惻隱(측은)한 마음이 움직이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지었다.
두툼한 지갑, 時計(시계), 손수건…… 있을 건 죄다 있었다.
그러나 무턱대고 이것들을 내줄 勇氣(용기)는 없었다.
손으로 만지작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多情(다정)스레 이야기나 하리라 하고 "얘들아." 불러보았다.
첫째 아이가 充血(충혈)된 눈으로 흘끔 돌아다볼 뿐이었다.
둘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셋째 아이도 그러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너는 相關(상관)없다는 듯이
自己(자기)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면서 고개로 넘어갔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黃昏(황혼)이 밀려들 뿐----

193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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