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짐
정상명 지음 / 이루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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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짐..꽃짐..꽃짐...저마다  꽃짐 한보퉁이씩  짊어지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싶다.  

도서관에서 다 읽어치우고 올 생각을 하고 빈자리를 찾아 몇바퀴 돌아서 결국엔 검색대 옆 쇼파에 앉게 되었다. 주말 오후이라서인지 시립도서관은 자리가 없었다.. 모두들 공부하느라 책읽느라 바쁜 주말인것이다. 빈자리에 가방 올려둔 학생들 몇 빼곤~! 

왜 하필 빈쇼파가 검색대 옆이였는지 폭신한게 좋다. 자리 잡고 막 몇페이지 읽고 파부인을 읽는데 파를 도마에 놓고 써는것도 아닌데 눈물이 줄 줄 흐른다.아..나 미쳐..왜 이렇게도 눈물이 많다니...두세페이지 읽었는데 눈물샘을 자극해버리면 어쩌란 것인지..검색하고 있는 아저씨가 민망하게 흘깃거리는 것만 같았다.   

이 파부인편에서 정상명님이 살아온 일생을 다 봐버렸다. 행복과 어둠..떠나보냄으로 인한 방황..참을수 없는 슬픔, 말로 표현할수 없는 수 많은 날들의 뽀사시한 꽃같은 그리움..그리고 남은 생에 대한 희망찬 기대..큰 행복....눈물을 줄 줄 흘리다가 도저히 이 책 못보겠다고 가방에  넣고 와서 읽었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읽으니 동동 떠다니는 햇살 같은 글들이 꽃들과 함께 내게 인사한다. 괜찮다고..꽃짐지고 모든 것을 감사함으로  우리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고...그랬다..긴치마를 입고 식물들의 요정처럼  환한 얼굴로 잘 이겨내며 살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나도 샤프란이란 꽃을 한때 아주 간절히 갖고 싶었지만 구하지 못하다가 이번 여름에 구해서 화분에 뿌리만 잘 묻어둔 상태인데 이분은 친정엄마로부터 받아서 벌써 몇십년을 키우고 계신다..아..이화초가 이렇게 오래가는구나..하고 놀래고 물도 좋아한다고 하니 또한번  놀랐다. 난 뿌리종류라서 물 싫어하는줄 알고 굶기고 있었는데 물을 자주 줘야 살아나겠구나 싶으니 까딱했으면 그냥 죽일뻔 했다는 것이다..얼마나 귀하게 구했는데..나의 무지가 여기서 여지없이 드러나 버린다.   파부인편에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하디 귀한 딸을 잃고 그 상실감을 어찌하지 못하고 바닥을 헤매다가 기도처럼 샤프란에게 한송이만 피워 달라고 부탁하는데 그 간절함이 내 몸속으로 짜랏하게 전해져온다..그리고 마법처럼 한송이를 피워 주고 두송이 기도하땐 두송이를 피워 주면서 주인의 슬픔을 함께 위로해 준다. 그리고 많이 많이 행복할거라고 부탁하자 여려송이 꽃으로 그래요..행복하세요..하며 듬뿍 피워 주는데....식물은 주인과 함께 한다는 말이 정말 맞나보다.. 

타샤튜더처럼 글과 그림을 사랑하며 환경운동가로 자연속에서 자연을 조심스럽게 사랑하며 사는 삶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햇살 좋은 날에 햇살이 마루위를 통통 튀어구르듯이 글들이 통통 튀어다닌다. 그리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그네놀이하는 아이같은 글들이다. 어쩌면 이렇게 이쁜 글들만 굴러다닐까 싶을 정도로 단어들 조합이 이쁘다.  재미있는 글들이 살아있고, 노오란 민들레 길도 성모상 주위의 뽕나무잎도 내 손에 잡힐듯 하다. 산신령님의 호탕한 웃음도 메아리처럼 울려퍼진다.

그리움이 너무 깊으면 그립다 말도 못하고 사는거다. 지금 내 짐이 아무리 고단하고 무겁다 해도 훗날 이 짐은 그저 가벼운 꽃짐일 뿐이었다고 말할수 있게 되리란 희망이 있기에 또 감사함으로 인내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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