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사내의 詩  / 서정주


내 나이 80이 넘었으니
시를 못쓰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깎아주자 
발톱도 또 이쁘게 깎아주자 

훈장 여편네로 고생살이 하기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내 손발의 
손톱 발톱이나 이뿌게 깎어주자

내 시에 나오는 초승달 같이 
아내 손톱밑에 아직도 떠오르는 
초사흘 달 바래 보며 마음 달래서 
마음 달래자 마음 달래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치유 2009-08-04 0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른날 이른 새벽에 만난 시이다.
시집좀 많이 찾아보고 읽고 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된 아침이다.
로쟈님의 페퍼에서 만나고 시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아침부터 멋진 시강에
얼른 밥해 먹고 도서관으로 직행해야지..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