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배에서 사는 노인에게 물었다. "영감님은 배 위에 계시는데 물고기를 잡나 살펴보면 낚시가 없고,장사를 하나 살펴보면 물건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나루터의 사공으로 보자니 배를 띄워 오가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끝 없이 너른 물 가운데 나뭇잎만 한 배를 띄워 두고 사시니, 거센 바람과 물결을 만나면 돛대도 꺾이고 삿대도 부러져 넋을 잃고 목숨이 경각을 다투는 위험에 처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영감님은 배에서 생활하는 것을 즐기면서 뭍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무슨 까닭입니까?"-31쪽
그러자 노인이 대답했다. "아아,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까? 사람의 마음이란 한결같지가 않습니다. 평탄한 길을 걸으면 거리낌이 없어 교만해지고, 위험에 처하면 어쩔 줄 몰라 두려워하게 됩니다. 두려워 하면 조심하는 마음이 생격 자신을 굳게 지킬수 있습니다. 그러나 거리낌이 없어 교만해지면 방탕하게 되어 결국 스스로 망치게 됩니다. 나는 차라리 위험한 곳에 살면서 늘 조심할지언정 교만함에 빠져 스스로 망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 배는 물 위에 떠 있어 한쪽이 무거워지면 뒤집히게 됩니다. 왼쪽이나 오른쪽 그 어느 쪽으로도 취우치지 않아야만 중심을 잡고 기울어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내 배가 중심을 잡게 되면 거센 바람과 파도를 만난다 한들 뒤집힐 염려가 없으니 어찌 내 마음의 평정을 어지럽힐 수 있겠습니까? 무릇 세상은 큰 물결과 같고 사람의 마음이란 거센 바람과 같습니다. 그러니 나처럼 자그만한 인간이 그 가운데 휩쓸려 떴다 가라앉았다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잎 조각배를 타고 강호(江湖)에 떠 있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32쪽
내가 배에서 세상 사람들을 바라보니 편안할 때 어지러움을 생각하지 못하고 끝까지 욕심을 부리다가 어려움에 빠지는 사람이 많더이다. 그런데도 당신은 이런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나를 위태롭다고 하는 것입니까?" 말을 마친 노인은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했다.-32쪽
아득한 강과 바다여, 한가롭기도 하여라. 빈 배를 띄워 그 가운데 흘러가네. 밝은 달빛 싣고 홀로 떠다니며 한가로이 한평생 마치리라.
노래를 마친 노인은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원제 주옹설舟翁說-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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