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 맨발천사 최춘선, 특별 보급판
김우현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05년 8월
품절


"그저 용서해주지 뭐. 잘 모르고 한 것이니까."
노인의 발을 찍었다.
오래된 아스팔트보다 더 거친 발이다.
늦은 오후 햇살을 받아서일까, 그 발은 결코 추워보이지 않았다.
세상의 거칠고 추운 기운을 다 흡수하는 발처럼 느껴졌다.
"그저 용서해주지 뭐."
가슴 깊은 뿌듯한 숨이 들이마셔졌다.
이토록 명랑하고 기분 좋은 표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은 풍경들이
그 말에 녹아 춤을 추는 착각이 일었다.-120쪽

"효자는 대통령보다 성공이요. 대학 총장보다 더성공이오."
노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아이들에게
한번 더 소중한 교훈이라는 듯 말해주었다.
효자는 대통령보다 대학총장보다 더 성공이다.
참으로 쉽고도 대단한 성찰이 아닌가.
누가 그렇게 단순한 듯 깊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전해준단 말인가.-123쪽

세상에 미운 사람 없고,
보기 싫은 사람없고,
부러운 사람이 없다는 경지, 그것이 최고의 부자요,
세상 무엇보다 가장 큰 권세라는 이 깨달음 앞에,
아니 그 삶의 지평 앞에서
나의 허기虛氣, 시퍼런 청춘의 치기에 휘청이며
걸음마다 토해지던 공허의 한숨이,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과 갈증들이
그 한 마디로 씻은 듯 날아가버림을 느꼈다.
개운하고 청량감이 스미는 성찰, 통쾌한 자유의 울림.
"말세에 내가 세상에 다시 올때에 믿는 자를 볼 수있겠느냐,
진리는 고독해도 날로 담대합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않아도 그렇게 본질을 외치는 고독.
가짜로 가득한 세상에서 진짜를 , 그 길을 외치는,
어느 외로운 선지자의 저녁노을처럼 서러운 다짐을
나는 노인의 독백에서 만질 수 있었다.-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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