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화요일.
장례식장의 빈소 옆에 이렇게 잘수 있는곳이 있다는걸 첨 알기도 했지만 이렇게 가족들이 잠시 한숨 잘수도 있고 씻을 곳이 있다는것은 참 좋은 것 같다. 일어나자 마자 엄마를 보니 다행스럽게도 주무시고 계신다.예전의 울 엄마 같으면 안달이실텐데..맘이 차분하고 편해 보여 보는 우리가 더 편안해 지다가도 뭉클 하기도 하고 그런다. 친척들이 우르르 몰려올때마다 그들은 우리들을 위로한다지만 우리들은 정작 담담하다.아버지가 천국으로 가셨다는 확실한 믿음이 있기에..
아침에 입관을 한다고 가족들 모두가 아버지를 뵈러 안치실에 내려갔다.어젯밤에 옷 입히실때는 형부들이 처제들은 안 보는게 좋을것 같으니 그냥 있으라고 해서 있었지만 아침에 뵌 아버지의 모습은 그렇게 편안하고 고와 보일수가 없었다..그냥 편안하게 주무시고 계시다는 생각밖에는 안든다..하지만 늘 입고 계시던 옷이 아니고 그 좁디 좁은 상자 안에 누워 계시다는게 눈으로 보면서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현실이었다..꿈길이길..꿈길이길....몽롱한 시간이었다..아버지 편히 가세요..편히 가세요..이제 다시는 아버지 얼굴을 뵐수가 없다는게 이제 현실로 다가온다.사실 그 때는 정말 꿈꾸고 있는 것 같았었는데;;
안치실에서 올라온 우리들은 팔년전쯤인가 해 두었던 하얀 한복을 모두 꺼내 입었다.이걸 해 두면 아버지나 엄마가 오래 사신다고 해서 해 두며 오래 오래도록 이걸 꺼내보지 않아도 되길 바랬건만 이 아침 이걸 꺼내 입게 되다니..그래도 미리 준비해 두니 아버지가 그리 좋아하시던 당신 딸들만의 표시가 확실히 되었다. 아버지는 딸들이 모두 같은 옷을 입는것도 좋아하셨고 언제나 당신 곁에서 하하호호 웃으며 떠드는걸 너무나 좋아하셨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즐거워도 했고 슬퍼도 했다. 빈소에서 내려다본 화단에는 철쭉이 너무나 곱게 피어웃고 있고 화사한 꽃들 만발한 봄날이다...이렇게 좋은 날이다..이렇게 좋은날....언니들 말대로 아버지는 멋쟁이 신사다..춥지도 덥지도 않고 이렇게 꽃만발한 좋은 봄날에 그렇게 소풍을 끝내시다니..
큰조카와 조카 며느리가 내려왔다.,너무나 이뻐한 큰조카다..여지껏 참았던 눈물을 엄마는 큰 조카녀석을 안고 운다..외할아버지가 이녀석을 얼마나 이뻐하셨었는데..하며...조카들까지 오니 정말 든든하고 믿음직스럽다. 네째 언니아들 군대간 지수도 군복을 입고 나타났다..그래서 든든한 아버지의 손자 녀석들이 세명이나 빈소를 지킬수 있게 되었다.잠시라도 비우지 않고 빈소를 지키는 남동생 혼자 무거운 짐 다 짊어지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동생만 쳐다보면 안스럽고 눈물이 나온다.
낮에는 정말 정신없이 손님들이 몰려와서 슬퍼할 틈도 없었다.여기 저기서 밀려오는 손님들로 북적거렸고 일해 주시는 분들도 정신없이 바쁘셨다.그리고 멀리서 와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뭐라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 모두들 호상이라고 또 여자 형제간들이 많어서 정말 좋아보인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또 들었다.
손님들이 밀려올때마다 각자의 손님들을 책임지고 배웅까지 해드리며 분담해야 했다. 각자의 시댁에서며 각자의 교회며 회사에서 밀려오는 손님들은 정말 우리 형부들이나 언니들의 신임을 짐작할만하니 든든하고 정말 좋아보인다,.
새벽 두시가 되니 손님이 조금 줄어들었다.
난 동생과 조카들 옆에서 빈소를 밤새 지켰다. 동생 친구랑 이야기도 많이 하고 동생의 맘을 잘 헤아려 주는 많은 친구들이 그저 고맙고 형제하나 없이 혼자서 외로웠을 동생을 생각하니 더 잘해 주어야겠단 생각뿐이었다. 그저 바라만 봐도 든든한 동생이다..하는 일마다 아버지가 잘 살펴 주실것이라고 생각하며 더 동생을 응원하는 누나가 되어주어야지 생각했다.사람들을 좋아하고 골고루 인정도 많이 베푸신 내 아버지처럼 동생도 그렇게 살고 있는것 같다.
날이 밝도록 아버지의 빈소를 지키면서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게 믿어지지 않고 그저 또 하나의 가족 행사를 치루며 가족들이 모두 모여 담화를 나누며 즐거워 하고 있는 기분이다.
집에만 들어서면 아버지는 계실것이고 또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실 것이다..그래 그렇겠지..하다가 또 아침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