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어 행복했어
지니 로비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06년 12월
품절


엄마는 네가 귀가 들리는 사람들의 세계에 섞여 살기를 바라시는 모양이다. 하지만 대부분 귀가 들리는 사람들이 그러듯 네가 소외감을 느낀다는 걸 잘 모르시는 것 같아.-89쪽

그러면 뚜껑이 꽉 닫혀 공기가 통하지 않는 유리병 안에 갇힌 것 같았다. 조이는 차 문을 잡고 엄마가 가지 못하게 붙들고 있었다. 마침내 입을 열었는데, 한참 울고 난 것처럼 숨이 헉헉 짧게 끊어졌다.
"할아버지는 내 기분이 어떤지 이해해 준단 말야."
조이는 말했다. 엄마는 쳐다보지도 않고 손을 뻗어 문을 닫더니 가 버렸다.
조이는 입술을 물고 눈물을 삼켰다. 돌아보니 케니가 현관문가에서 보고 있었다. 케니는 웃지도 손을 흔들지도 않았따. 케니는 조이처럼 몸을 돌려 엄마가 요양원 주차장으로 들어가 차를 돌려서 되돌아가는 걸 봤다.
"나 할아버지한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조이는 이렇게 속삭였다. 엄마는 조이를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117쪽

조이는 <수화의 기쁨>을 집으로 몰래 가지고 들어와 침대 발치에 있는 개잎갈나무 서랍장 안 담요 사이에 숨겨 놓았다. 그래서 집에 혼자 있을 떄는 늘 수화 연습을 했다.
어느 날 창을 마주 보고 침대에 걸터앉아 '위치와 방향'을 수화로 연습하는데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유리창에 엄마 모습이 비쳤다. 조이의 손이 얼어붙었다. 잠깐 동안 엄마와 조이 둘 다 움직이지 않고 굳은 듯 있었다. 조이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엄마가 조이를 노려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
..
조이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엄마는 알고 있었던 거야. 왜 지금까지 잠자코 있다가 이제야 화를 내는 걸까? 그때 조이는 뭔가 깨달았다.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엄마도 조이도 충돌을 두려워했다. 조이보다 엄마가 더 그랬다. 이제는 화를 내고 되는데, 엄마는 화를 꾹꾹 억누르고 상처가 속으로 곪도록 내버려 둔다. 그걸 깨닫고 나니 갑자기 나이가 든 것 같았다. 조이는 록시 생각을 했다.-128쪽

아기 엄마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 태어났을 때는 귀가 들렸어요. 그래서 지금도 기억 속의 소리를 마치 듣는 것처럼 착각하지요. 저한테 친구가 하나 있는데 그분어머니는 날 때부터 귀가 들리지 않았고 아버지는 두 살 때 청력을 잃으셨대요. 어머니 식구는 진작에 모두 수화를 배웠고, 결국 아버지도 수화를 배우셨대요. 제 친구는 틀림없이 아줌마가 아기를 위해 선택을 올바로 했다고 말할 거예요."
선생님이 칠판에 이렇게 쓰는 걸 보자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렀지만 조이는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14.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기 위해서

수업이 끝나고 아기 엄마가 조이에게 다가와 조이를 끌어안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도 몇 명 다가와 내 이름은........과 만나서 반가워요를 수화로 했다.-155쪽

이삼 분마다 수카리는 할아버지의 파자마 소매를 살짝 잡아당겨 보고 몸을 기울여 할아버지 얼굴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조이는 수카리의 허리를 잡고 있었다. 수카리는 할아버지의 속눈썹을 손가락으로 쓸어 보고는 수화를 했다.
거북이 잔다.
조이는 겨우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172쪽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 끔찍한 모습을 도저히 볼 수가 없더라. 차마."
밀러 씨의 눈에 눈물이 고여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도무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밀러 씨는 갑자기 수카리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널 구해 낼 수 있어서 너무 기뻐."
수카리는 잠시 움직이지 않더니 너 착해. 안아줘라고 손짓하고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조이가 수카리의 말을 통역해 주자 밀러 씨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수카리가 밀러 씨에게 팔을 두르고 밀러 씨의 등을 두드려 주자 밀러 씨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조금 뒤 밀러 씨는 평정을 되찾고 조이가 내민 손을 잡고 일어섰다. 밀러 씨는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고 머리를 쓸어 넘긴 다음 조이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거기가 문을 닫도록 만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할게."
밀러 씨는 조이를 살짝 껴안고 서둘러 방에서 나갔다.-291쪽

조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카리가 죽음이 뭔지 모른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그 반대일 때도 있다. 조이가 사라져버렸다가 다시 돌아왔으니, 찰리 할아버지도 언젠가 돌아올 거라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이가 이번에 가 버려도 다시 돌아올 거라고 수카리가 믿으리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수카리가 시간 개념을 알까?-311쪽

내생각
생명은 정말 소중한 것이고 믿음 또한 행복일수 밖에 없다.
조이와 수카리를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우정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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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속에 2007-01-16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좋은 말이 참 많네요. 이 책 표지가 인상적이라 기억하고 있었는데..
담에 기회되면 읽어봐야겠어요. ^ ^

치유 2007-01-1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꼭 보셔요..옆에 티슈 준비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