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대단한 꼬리였다. 집안에 있는 물건으로 무릎 높이보다 낮은 것들은 모두 말리가 휘두르는 거대한 털 방망이에 맞고 나가떨어졌다. 말리는 커피 테이블을 쓸어버렸고, 잡지를 흩어 놓았으며, 사진이 든 액자를 선반에서 떨어뜨렸고, 맥주병과 와인잔을 사방으로 흩뜨리기도 했다. 심지어 프랑스식 창문도 금이 갔다. 바닥에 고정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이 무시무시한 곤봉의 사정거리 밖 높은 곳으로 피신시켰다. 애가 있는 친구들이 우리 집을 찾아오면 놀라서 이렇게 말하는것이었다. "우리 애를 당장 풀어놔도 아무것도 망가뜨리지 못하겠군."-47쪽
거실에 들어서자 마자 멈춰서 버릴수 밖에 없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항상 날뛰는 말리가 어깨를 제니 다리사이에 끼고는 큼직하고 뭉툭한 머리를 제니 무릎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꼬리는 축 늘어져 있었는데 이 꼬리가 우리 두 사람 중하나 아니면 무엇인가를 치지 않은 모습을 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눈을 제니 쪽으로 향한 말리는 작은 소리로 낑낑대고 있었다. 제니는 말리의 머리를 몇번 쓰다듬더니 갑자기 얼굴을 말리 목의 두툼한 털가죽에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창자를 끊어내듯 격렬하고 멈출 수 없는 흐느낌이었다. 사람과 개는 그런 모습으로 한참 있었다. 말리는 석상처럼 꼼짝 안했고 제니는 마치 거대한 인형처럼 말리를 껴안고 있었다. 나는 마치 둘만의 시간을 방해하는 엿보기꾼처럼 옆에 서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알수가 없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던 제니는 얼굴을 들지도 않은채 내 쪽을 향햐 팔을 뻗었고 나는 소파에 앉은 그녀의 몸을 내 팔로 감쌌다. 우리 셋은 그렇게 서로 껴안은 채로 슬픔을 나누었다.-76쪽
어느날 밤 잠자리에 들려고 불을 끄다 보니 말리가 아무데도 없었다. 아기 방에 가보니 패트릭의 요람 옆에 말리가 길게 엎드려 있었고 두 녀석은 행복에 겨운 의좋은 형제들처럼 스테레오로 코를 골고 있었다. 거칠 것 없는 야생마 같은 말리도 힘없고 조그만 인간이라는 것을 아는듯 했고. 그래서 아기가 옆에 있을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움직였으며 아기의 얼굴과 귀를 부드럽게 할아주곤 했다. 패트릭이 기기 시작하자 말리는 바닥에 얌전히 엎드려 패트릭이 등산하듯 제몸을 타고 오르거나 귀를 잡아당기거나 눈을 찌르거나 털을 한 웅큼씩 뽑아내도 얌전히 있었다. 패트릭이 아무리 귀찮게 해도 말리는 끄떡도 하지 않고 마치 석상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 말리는 패트릭 주변을 맴돌는 마음 착한 거인이었으며 이제 2등으로 밀려난 것을 기꺼이 받아 들이는 모습이었다.-155쪽
고개를 드니 말리는 우리에게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길 쪽을 향해 일찍이 본 적 없는 황소 같은 단호한 자세로 서 있었다. 투사의 모습이었다. 목 근육은 튀어나와 있었고 입은 굳게 다문 모습이었다. 어깨 뼈 위의 털은 곤두섰고 눈은 도로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언제라도 튀어나갈 자세였다 .그 순가간 제니가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을 든 범인이 돌아왔다면 먼저 말리를 상대해야 했을 것이다. 말리는 놈이 우리에서 다가오지 못하도록 죽기까지 싸울 것이라는 분명한 믿음이 생겼다. 어차피 나는내 품의 소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감정이 북바친 상태였다 .말리가 그렇게 믿음직하고 단호한 태도로 우리를 지키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개가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너무 맞는 말이다.-169쪽
이제 말리의 삶은 덤이었고,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언제라도 또 탈이 날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굳이 몸부림치지 않으려 한다. 그나이에 술을 시키는 것은 잔인한 일이며 솔직히 말해 수술은 말리보다는 제니나 나 자신을 위한것이 되리라. 우리는 그 멍청한 늙은 개를 사랑했고 무수한 결점에도 불구하고 사랑했으며 아마 결점 때문에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말리를 보낼 때가 다가왔다.-351쪽
내생각 이렇게 애완동물을 통해 온 가족이 기쁨이고 즐거움일수 있다는것.. 정말 대단하다.어쩌면 이렇게 사랑이 넘칠수 있는지.. 말리는 정말 행복한 그들의 가족구성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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