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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호텔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
브렌다 기버슨 지음, 이명희 옮김, 미간로이드 그림 / 마루벌 / 199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시구아로라는 사막의 선인장이 작은 씨앗으로부터 키 큰 선인장으로 200년을 살기까지의 이야기입니다. 멕시코 북부에서만 자란다는 이 선인장은 큰 키로 사막의 숲을 이룬다고 합니다. 다 자라면 무게가 팔천 킬로그램, 자동차 5대를 합한 만큼이라고 해요. 이 거대한 선인장들이 사막에 무리를 지어 버티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정말 멋지겠지요? 과연 선인장 호텔이라는 말이 붙을 만 합니다.
이 책은 사막에서 하나의 생명이 어떻게 뿌리 내리고 자라는지, 그리고 그 생명이 주변의 다른 생물들과 더불어 조화를 이루며 사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깨알 같은 씨앗으로 메마른 사막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나 이백년이라는 긴 시간을 묵묵히 살아낸 선인장은 토끼의 먹이도 되고 벌과 새들에게 꿀과 열매를 주기도 하면서 점점 키가 자라고 어린 선인장이었을 적 자신에게 그늘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주던 팔로버드 나무보다 더 높이 자라나 새들과 작은 동물들의 호텔이 되었어요. 이백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고 선인장은 생명을 다 해 메말라 쓰러집니다. 하지만 선인장이 죽어 넘어진 자리에도 새로운 생명들이 찾아 옵니다. 지네와 전갈, 개미와 흰개미들 그리고 도마뱀과 땅뱀까지.
긴 세월 우뚝 서서 높은 곳에 사는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던 선인장은 이제 쓰러져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낮은 곳의 생물들의 호텔이 되었습니다. 가시투성이의 키 높은 선인장이 이렇게 멋진 보금자리가 될 줄을 이 책이 아니면 알 수 없었겠지요.
사막은 아이에게 공룡만큼이나 관심을 끄는 미지의 것인가 봅니다. 아이는 두고 두고 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꽤 어려서 본 책인데 아직도 이 책을 들고 봅니다. 선인장이 호텔이 되어 새들이 살고 쥐들이 사는 모습을 본 따 그리기도 하고 쓰러진 선인장을 그리기도 합니다.
사막과 선인장이라는 낯선 공간과 사물이 아이에게 새로운 흥미를 가져다 주고 또 그 안에서 따뜻한 생명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어서 좋은 책입니다. 동화책의 그림도 세밀하여 사막의 생물들을 자세히 살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