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머리가 기는 것을 못 참는다. 어깨 정도만 내려와도 그것이 주체스러워서 잘라 내버리고만다. 특히 겨울에는 목 올라오는 스웨터를 즐겨 입는 데-목도 길지 않고 가늘지도 않으며서-  머리가 길면 거추장 스러운 것이 된다.

셔틀을 운행하지 않는 머루의 학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잘랐다. 미용실에서도 머리 자른 모습이 더 보기 좋다는 소리를 들었건만 다시 데리고 오는 길에 머루는 엄마를 보고도 아무말이 없다.

엄마가 뭐 달라진 것 없니? 하고 묻자 그제야 파마했어? 그런다. 파마의 웨이브가 머리를 감고나면 아무래도 전보다 살아나니 아들녀석의 눈에는 그것만 보이나 보다. 엄마 머리 잘랐잖아하고나니 그제야 응 그렇구나한다. 시큰둥.

다래가 학원 끝나고 돌아왔다. 다래는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머리 잘랐네, 왜 잘랐어, 엄마 머리 긴 게 좋은 데 마구 관심이다.

저녁 랑이 돌아왔다. 그때쯤 나도 내가 머리를 자른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한 한시간 즈음 지났을까 화장실을 다녀오다 거울을 보고는 내가 머리를 잘랐지,,, 그러다 보니 랑이 머리에 대해 나에게 한마다 건네지 않았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화장실을 나와 랑을 말없이 째려봤다. 랑은 나 오늘 화장실 안 썼는 데... 그런다. 화장실이 엉망이어서 화가 난 줄 알았나보다 그러자 덩달아 머루도 나도 아니야. 그런다.

어휴~ 그게 아니고 이 사람아. 뭐 달라진 것 없냐구. 나. 그랬더니 머루와 똑같이 파마했어? 그런다.

흥! 남자들이란.

아니구나 싶어 다시 보더니 머리 잘랐구나.그러면서 그제서야 왜 머리 잘랐냐고 한다. 내가 머리 자르는 것을 싫어한다.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긴머리가 뭐가 좋다구...

다래는 엄마, 나는 한 눈에 알아봤지. 하고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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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1-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이란... ㅎㅎ

랑이, 재밌네요.^^

조선인 2005-01-11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전 신랑 이발할 때마다 번번이 못 알아채 구박 많이 받는데. ㅋㅋㅋ

미설 2005-01-11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 자르신 기념으로 사진 한장 올리시지^^

미설 2005-01-11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아들도 있고 딸도 있으셔서 좋으시겠어요^^

미누리 2005-01-11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남자들은 결혼하면 눈이 무뎌지나봐요. 사랑이 식은거야 어쩌구 하니 랑이 아니라고 부인은 하더군요.

조선인님, 우리집 랑은 머리 깍을 때 온 집안에 알리고 가기 때문에 절대 모를 수 없는 데.^^ 그리고 남자들은 머리길이 차이가 잘 안 나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쉽지 안잖아요. 깔끔해졌네 할 정도?

미설님, 제목을 쓰고보니 아들딸 골고루 뒀다고 광고하는 것이 되었어요.^^;; 사진은... 규형이하고 규림이하고 잘 조합해 주세요. ^^

세실 2005-01-12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랑....참 예쁜 표현입니다. 저도 써먹어야 겠네요. 아쉬울때.....

남자들은 참 둔하죠? 전 옷 새로 사서 모르게 들고 들어와서는 아침에 신랑이 알아보면 " 이거 작년에 입던거야. 봤을텐데" 합니다. 그러면 고개를 갸우뚱~ ㅋㅋㅋ 가끔은 무딘것이 가정을 평안하게 하곤 하지요.

미누리 2005-01-1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그래도 저에겐 요놈들이 제 보물인걸요. 그래서 쓰다보면 꼭 자랑같이 되네요. 제 서재에서 애들 이야기 빼면 앙상하다는 것 아닙니까.^^

세실님,^^ 작년에 입던거야...라니. 재치만점은 세실님이신걸요. 그런데 정말 모르고 넘어간 것일까요, 아니면 모른척 해준 걸까요.^^






세실 2005-01-13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그게 바로 남편의 미덕이죠. 그런가보다 하고....알면서도 모른척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