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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제 올 한해도 네달밖에 안 남았네요.

가을도 성큼 다가왔고요~

남은 시간을 열매 맺듯 알차게 채울 책들을 소개해 보도록 할게요.


고고씽^^


 1. 본격 시사인 만화 2 - 굽시니스트


 오랜만에 만화책 한 권 가 볼까요?^^ 2011년 2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시사IN>에 연재된 만화 중에서 가장 통쾌한 재미를 안겨준 작품 62편을 선별해 실은 <본격 시사인 만화2>는 시사 만화가 굽시니스트의 ‘정수’만 모아 묶어낸 책이라고 하네요. 비난 말고 풍자가 활발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아직 보진 않아서 내용이 올바른 것인가, 하는 문제는 봐야 알 것 같네요. 우리 사회가 건강한 풍자와 비판으로 가득찬 곳이 되었으면 좋겠고, 그걸 더 넘어서서 꼭 네편 내편 나누지 말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 하비 리벤스테인 


 이 책 읽고 나면 아무것도 못 먹는 거 아닌지...ㅠㅠ 앗 생각해보니 전 매우 잘 먹고, 다이어트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겠네요 ^^;;

유행 식품, 식습관, 세균 공포 등등등 음식 혹은 식품이 우리 건강과 어떤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 총망라한 책입니다. 우리 루머에 관심 많잖아요. 일종의 음식X파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 지방질을 참 좋아하는데, 지방이나 쇠고기와 관련해서도 자세하게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또, 우리가 편의점 등에서 간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가공식품에 대한 내용도 있고요. 요고 한권 정독하고 건강 단단히 챙기자고요. 그런데 걱정입니다. 읽는다고 해서 그것을 실제 생활에서 옮길 수 있을지 말입니다.




 3.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으악! 제가 왕왕왕 좋아하는 우리 시대의 최고 지성, 지그문트 바우만 님의 신간입니다. 이걸 정말 빼놓고 가면 안 되겠지요!!! <액체 근대>를 참으로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정말 시대를 읽는 타고난 통찰력. 감동이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꼭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다가올 우리 시대를 고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습니닷! 우리의 삶이 왜 이렇게 피곤할 수밖에 없는지 짚어주려는 책입니다. 왜 성형수술을 수없이 많이 하고, 스마트폰을 꼭 쥐고 살아가고, 집이 없어 외지로 몰리고...정말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을 실에 구슬 꿰듯 조근조근 짚어주는 책입니다. 우리가 왜 고독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 편지 형식으로 풀어준다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남자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한다 - 피에르 뒤캉


넵. 이실직고합니다. 제목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흥미롭지 않나요? ㅎㅎㅎ 그런데 '통통한'이라는 기준이 애매한데, 정말 '통통한' 여자들을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책을 읽어보고 판단하겠어요. '통통한 몸매가 금기시한 이유' 등 재미있는 차례가 많네요. 예전에 '패션의 유혹'이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이 책도 재미있게 읽고 현대 미디어를 읽어나가는데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저자인 피에르 뒤캉은 프랑스의 의사이자 영양학자고, 사람들의 식생활습관 분석을 통해 21세기 최악의 현대병으로 불리는 비만 퇴치에 많은 공헌을 했습니다. 또 역사, 문화, 생물 등의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현대 문명의 폐해를 날카롭게 지적하고, ‘진정한 여성의 매력’을 회복할 것을 주장하였는데요. 그런데 이 책 읽으면 우리 여성들이 위안받을 수 있는 건가효?ㅎㅎ




5.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 고미숙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사주명리학과 안티 오이디푸스>는 그와 짝꿍을 이루는 동양역학을 재해석한 결과물이라고 합니다. 항상 인문학적 상상력을 재치있게 풀어내시던 고미숙 선생님이 이번에는 또 어떤 글로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실지 기대가 되는데요. “미신적인 것”으로 치부되거나, 『주역』으로 대표되는 역학고전에 대한 ‘신비감’에 가두어져 왔던 사주명리학에 대한 편견을 확실히 풀어주시겠지요. '주역'은 옛말에 젊을 때 읽지 말라는 말이 있었어요. 그만큼 어렵고 잘못 읽으면 인생이 꼬이기 쉽기 때문이지요. 그래도 읽지 말라고 하면 더 읽고 싶잖아요?^^ 자 그럼 우리 동양 역학의 세계로 빠져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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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2-09-2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고르신거에서 두권이나 됬네요. 전 아직 한권도 선택을 못받았는데ㅋ

koopuha 2012-10-04 13:32   좋아요 0 | URL
넷.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제가 추천한 책이 두권 다 되다니 ㅎㅎㅎ 일개미님, 10월을 기대해 보세요!
 
[노동의 배신]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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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일기를 써 보았을 테다. 개학을 앞두고 한달치 일기를 이리저리 지어내던 시절이 지나고, 일기가 자신의 인생에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걸 깨닫는 사람은 기록되는 삶의 뜨거움을 새삼 느낄 수 있을 테다. 하루의 날씨나 그날 먹었던 음식을 끼적이며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조금이라도 색을 입혀보기도 하고, 새롭게 만난 사람에 대한 느낌을 한 글자 한 글자 옮겨 적으며 앞으로 펼쳐질 인연의 달콤함을 기대해보기도 한다. 이렇게 기록한 그날그날의 역사는 '나'를 중심으로 한 세상 이야기가 된다. 세상 모든 것이 나 없이도 아주 잘 돌아가는 것 같은 허무함에 빠지다가도 일기장을 펴 든 그 순간만큼은 내가 멋진 주인공이 되어보는 사치를 누리는 것이다. 소소한 기록의 기쁨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간 사람은 '타인의 방'을 기록하는 사람이다. 내가 아닌 '너'를 나의 삶보다 더 자세히 기록하는 사람. 타인의 삶을 기록함으로써 세상이 좀더 살기 좋은 곳으로 거듭나리란 일말의 희망을 갖는 것. 그 희망에 내 삶을 기꺼이 바치는 사람. 그 예가 바로 이 책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다. 저널리스트인 그녀는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면서 고된 노동 환경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이 책에 기록했다. 그 방법은 간단히 말해, 그녀가 곧 그들이 되는 것이었다. 


<노동의 배신>은 그녀가 스스로 말하듯이 "내가 써 내는 글이 생계를 보장해 주는 상황에 매우 감사한" 상황에서 "저임금 노동자들이 생활하고 거의 평생 살아가는 그 세계를" 잠시 방문하여 기록한 장편의 일기이다. 물론 '일기'라고 한 것은 서평을 쓰는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붙여본 이름이고, 읽는 사람에 따라 이 기록물은 '르포기사', '에세이', '노동일지' 등으로 다양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실험을 하기 전부터 자신이 빈곤을 '경험'하거나 장기간 저임금 노동자로 일하는 기분을 진짜 느낄 수는 없으리란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진짜 가난한 사람들이 매일매일의 삶에서 수입과 지출을 맞출 수 있는지 시험해 보겠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목표를 가지고 시작한 시도였다. 그녀는 자신이 글을 쓰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온몸으로 고생하며 살았던 자신의 조상에게 단단히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번 언급하고 있을만큼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빈곤은 공포와 너무나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는 것을 그녀는 못 박으며 자신이 장난스레 이 도전을 하게 된 것이 아님을 선언한다.


요즘처럼 개인화되어 가는 세상에서 '이타주의' 같은 낯선 단어를 떠올리며 혹시 그녀가 지독한 차카니즘에 빠진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품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은근히 타인을 자신의 삶에 아로새기며 사는 사람이 많다. 한국의 언론을 통에서도 그녀가 이 책에서 꾸려가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자가 직접 현장에 몰래 뛰어들어 장기간 타인의 삶을 체험하며 쓴 탐사보도 기사가 있다. <한겨레21>에서 썼던 '노동OTL'이 있었고,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서 연재했던 '한국인의 5대 불안'도 떠오른다. <노동의 배신>을 포함하여 이러한 글들이 갖는 힘은 그렇게 크지 않다. 물론 조그만 물방울들이 모여 큰 바위를 뚫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쓰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움과 먹먹함을 가지고 세상이 꼭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소원하는 갈망은 늘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다. 그러니 어쩌면 글을 읽는 독자는 더더욱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텍스트를 접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바뀔 수는 없지. 하지만 시간을 가지면 돼. 포기하지 않으면 조금씩 나아질거야'라는 다짐을 하면서 접할 때,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세상 일들에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해결책을 포착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어떤 사건을 3자의 입장에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밀착 취재하고 디테일하게 현장을 기록한 글은 감정이입하기가 쉽다. 어느새 글 속에 빨려들어가 있곤 한다. 때론 무릎을 탁 치며, 어느 때는 말도 안 되게 슬픈 상황에 헛웃음을 웃으며 찔끔 눈물을 흘린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글쟁이'들이 돌보아 줄 정도로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데 나름 위안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노동의 배신>처럼 여러번의 시도를 철저한 계획 하에 진행하며 직접 몸으로 뛰고 몸으로 꾹꾹 눌러쓴 바버라 에런라이크 같은 작가를 만날 때면 '글쟁이'를 넘어선 '글장이'가 바로 이런 사람이구나를 알게 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키보드나 두드리는 나같은 사람에게 '펜이 칼보다 강하다'는 것을 다른 차원의 가능성으로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글쓰기 방식은 애절하거나 절절한 뜨거움이 아니다. 오히려 쿨하다. 가난한 사람들을 '끈적끈적하고 눅눅한 불쌍함'으로 묘사하지 않고, 마치 오늘은 화려한 파티복보다는 간단한 일상복을 입어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다가간다. 그가 자신이 놓인 상황을 표현했을 때, 우리는 정극을 본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시트콤을 본다는 생각이 더 들 것이다. 그만큼 그의 필체는 위트 있고 개성 있는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게 전달하는데 최우선을 두었다. 하지만, 왜일까. 오히려 그런 방식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 없이 '타인의 방'을 들여다보게 하며, 끝내는 그들의 삶이 마치 내 삶이라도 된 것처럼 현실의 모순들을 바꾸고 싶은 열망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녀는 정말이지 재주가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쩌면 '서비스 업계' 전체에 고차원적인 아가페가 실천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방을 구하러 다닐 때 어떤 아파트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를 본 게 생각났다. "당신 혼자 행복해지고자 한다면 행복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남을 행복하게 해 주려고 할 때만 당신은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뭐 이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은데, 베스트 웨스턴 호텔의 벨보이가 사는 방 한 개짜리 축축한 지하 아파트에서 볼 법한 포스터는 아니라고 느꼈다.  - 본문 中


그녀는 힘을 가지고 있는 부유한 이들은(아니 부유한 이들까지도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경제적으로 그렇게 못 버틸만한 것은 아닐 중산층) '교과서적'이라고 느낄 법한 착한 발언들을 이런 식으로 재치있게 살금살금 책 속에 넣어둔 것이다. 물론 그녀도 중산층이기에 어쩌면 그녀가 느낀 모든 것들을 자연스럽게 옮긴 것만으로도 그런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그러니 우리가 주목할 것은 그녀가 이 행동을 실제로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경험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알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만 아는 절약법이란 존재하지 않으며(오히려 가난하기 때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수두룩하다), 노동력의 공급이 수요보다 적다면 받는 돈이 상승해야 함에도 새로운 수요 공급 법칙에서는 급여가 너무 낮아서 노동자가 최대한 일자리를 많이 구하도록 놓인 씁쓸한 상황을 맛본다. 용역 청소부를 하면서 1시간당 회사는 25달러를 받는데, 6.65달러를 겨우 받으면서도 다리가 꺾이고 피부병이 온몸에 퍼져도 일을 멈출 수 없는 노동의 배신을 눈물로 배운다. 


내가 연기하고 있는 역할에 충실하려면 일을 마치고 나서 응급실을 찾아가 무료 치료를 받든지 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너무 괴로웠다. 밤사이에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져 거의 발작하는 수준이 되었다. 긁고 싶고 소리 지르고 싶은 걸 참느라 팔을 허우적대고 발을 쾅쾅 구르다가 결국 내가 원래의 삶에서 속한 사회 계층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키웨스트에 사는 아는 피부과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생떼를 써서는 환자를 보지 않고 주는 처방을 받아 냈다. 피부 문제로 인해 가려움증에 바르는 연고, 부신 피질 호르몬 알약, 부신 피질 호르몬 연고, 그리고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복용할 알레르기 약까지 사느라 총 30달러가 들어갔다. - 본문 中


그녀는 참지 못할 상황에서는 이렇듯 끝까지 참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그들보다 우월한 계층에서 사람답게 살기 위해 떼를 쓰는 방법을 알고 있고, 그것을 누릴 수 있는 여력이 된다. 그것을 완전히 회피하지 않고, 적절히 이 글을 쓰는데 섞어냄으로써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현실의 아픔이 더 아리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그 세계는 '통증'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녀는 또 말한다. 


하지만 연극배우가 된 듯이 느껴졌던 그 순간에도 나는 자신을 억압된 노동자 계급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시간이 지나도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수십 년 동안 평균 이상의 의료 혜택을 받고, 고단백의 영양 섭취를 하고, 1년에 400~500달러씩 내고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생산성 좋은 가짜 노동자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지금까지 몸을 망가뜨릴 정도로 장기간 힘든 육체노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본문 中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그녀는 단순히 그들의 삶을 조명하는데 멈추지 않고, 자신의 삶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의 삶까지도 총체적으로 묶어냄으로써 독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책을 읽어줄 것인가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해 준다. 우리는 누군가를 우리도 모르게 이 사회에서 왕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웃음이 누군가의 눈물을 먹고 자라는 것을 아는가? 끊임없이 뼈 아픈 질문을 던지며 그녀는 답안을 제시해 본다. 노동자의 일은 사회에서 '왕따'로 전락하지 않도록 구원해주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저임금 노동 자체가 노동자 스스로를 천민처럼 느끼게 만드는지도 모른다고. 시트톰이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모두 패션 디자이너나 학교 선생님, 변호사들이라고. 노동자가 회사의 시간에 화장실을 가는 것 조차도 자유로운 것이 될 수 없는 '시간 절도'의 영역에 머물 때, 회사가 그들의 시간을 훔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까지도 말이다. 


읽어보라. "늘 계획을 세우거나 계획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의 목록 정도는 미리 작성해 놓아야 안심이 되는" 당신이라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일에 대처해야 할 방법을 미리 생각하고, 우리의 인생도 어떤 의미에서는 한 번 살아본 것처럼 안전하게 살 수 있기를 희망하는" 당신이라면, 지금 읽어보라. 그들도 당신이 꿈꾸는 것을 꿈꾸지만, 그 꿈이 얼마나 많은 눈물과 땀으로 빚어졌는지를. 그리고 우리에게 이루는 것이 꿈이라면, 그들에겐 그것이 꿈꾸는 것임을. 왜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공유해봤으면 한다. 누군가 진정으로 이러한 글을 읽을 때, 바위를 뚫을 수 있을 것이다.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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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요아힘 나겔 지음, 정지인 옮김 / 예경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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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때 내가 무서운 영화를 엄청 잘 본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귀신이나 악귀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이 존재한다한들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가지는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나에게 공포의 대상은 '조폭'이나 '살인마'와 같은 사람이었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뱀파이어'와 같은 악령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참 지나서야 내가 세상에 떠돌아다니는 악령 이야기에 두려움이 없다고 믿는 것이 착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회피하기. 그것이 악령을 대하는 진짜 나의 모습이었다. 무서운 장면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장면에서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리는 나, 무언가 찔리고 찢어지고 피가 튀는 순간에는 잠깐 정신줄을 놓는 나. 그러고나서는 당당하게 무서운 영화를 볼 수 있었다며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해버리던 것이 공포를 대하는 나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뱀파이어, 끝나지 않는 이야기> 이 책을 받아든 순간에도 나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라며 유쾌하게 맞이했다. 그리고는 한 주 넘게 책상 위에 책을 방치해 두고 있었다. 실제로는 뭔가 책을 열면 당장 뱀파이어라도 튀어 나올 것 같은 두려움이 든 것이겠지만, 겉으로는 사람들이 삶의 지루함을 저런 식의 이야기꺼리를 만들어서 위로삼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태연한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서평을 써야했기에 결국 책을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면서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내가 정말 악령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였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뱀파이어가 등장하는 모습을 묘사한 텍스트를 읽는 것만으로도 그 현장을 머릿속에 상상하고 구현할 수 있는 감정 이입 능력까지 나는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 나는 무서운 걸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무서운 걸 무섭다고 인정하는 사람과 나처럼 무서운 걸 무섭지 않은 것처럼 연기하는 사람. 이 두 부류의 사람이 보이는 행동은 언뜻 차이가 있지만, 둘 다 무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죽음의 공포'에서 달아나는 태도가 달라보이는 것이지 근원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같다는 이야기다. 사람이면 당연히 가질 수 밖에 없는 본질적인 공포가 어떻게 '뱀파이어'라는 대상을 만들어냈고, 끊임없이 그것을 소비하며 그 두려움을 이겨냈는지 이 책은 성심성의껏 펼쳐보여 주었다. 뜬구름잡기 식의 생각 전개가 아니라 그동안 '뱀파이어'를 다루었던 텍스트와 영상 콘텐츠의 풀이 방식과 진화의 모습들을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뱀파이어'에 대한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나같은 사람에게 친절하게 다가와 주었다.


책 속에는 잘 몰랐던 '뱀파이어'에 대한 상식들이 가득차 있어 흥미를 돋운다.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다.


- 1565년의 브레슬라우 연대기에서 볼 수 있듯이, 미신에 따르면 기형아는 흔히 악마와 정을 통한 표시로 간주되었다.

- 시체의 손목에 감아두는 묵주에는 이중적인 기능이 있었는데 사자가 기도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사자가 무덤에서 나와 화를 초래하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사슬이기도 했다.

-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가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망자들은 아예 불에 달군 쇠로 심장을 꿰뚫은 다음 매장하는 관습이 오랫동안 행해졌다.


여기에 다 소개하기보다는 직접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알았던 사실들은 더 확실하게 알고, 몰랐던 부분들은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뱀파이어의 문화사'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이렇듯 뱀파이어의 모든 부분에 대해 훑으려고 하는 데 그 매력이 있다. 반면, 다소 뱀파이어 이야기만 하다보니 어떤 특정한 목적 의식이 있어야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읽어갈 수 있을 것도 같다. (이를테면, 새로운 뱀파이어 영화 시나리오를 써 보겠다거는 하는...^^) 앞에서도 밝혔듯 평소에 무서운 영화를 '하나도 안 무서워. 시시해!'라고 핑계대며 즐겨보지 않아서인지 책 속에 이야기들이 내게 많이 낯설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작품들을 즐겨 읽었던 내게도 <비이>와 같은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다만, 이것은 '뱀파이어'에 친숙하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근거로 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평소 꾸준히 '뱀파이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 온 사람이라면 '디스크 조각 모음'을 하듯이 뱀파이어 이야기의 비어 있는 부분들을 차곡차곡 채워 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부분은 가볍게 읽고 넘기면서 조금 익숙한 부분은 조곤조곤 따져 읽으면서 막바지로 오자 반가운 이야기가 나를 반겼다. 바로 영화 <렛미인>과 <박쥐>에 대한 설명이다. 신기하게도 나는 두 영화의 무섭고 섬뜩한 장면은 회피하지 않고 눈을 부릅뜨고 똑똑히 지켜 봤었다. 책 속 텍스트에 소개되어 있는 부분을 읽고나니 내 반응이 논리적으로 납득되었다. 두 영화에 나온 '뱀파이어'는 단순히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내가 뱀파이어였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바꿔 말하면 다른 영화 속 뱀파이어가 내가 맞서야 할 '적'이라면, 두 영화 속 '뱀파이어'는 나의 감정을 대입할 '주체'인 셈이었다. 피할 수 없는 '뱀파이어'의 운명을 타고난 그들이 곧 나라면? 이런 물음들을 끊임없이 하게 되는 사이 공포는 이미 뒷전이었다. 자신의 운명을 올곧이 받아들이며 고난에 대처해야 하는 뱀파이어의 고뇌를 느껴보게끔 함으로써 뱀파이어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마련한 두 영화였다고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책 속에 백화점식으로 진열된 그 모든 '뱀파이어'는 단연코 죽음을 두려하는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매력적인 이미지다. 각양각색의 이미지 파편들은 공포를 느끼고 그 공포에서 도망치려는 또는 이겨내려는 무수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스팟을 공략함으로써 '뱀파이어' 이야기의 역사를 끊임없이 새로 쓰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항상 '섹시한 핏빛 유혹'이 함께한다. 누가 그랬던가. 섹스 역시 죽음에 닿아있다고. 덧붙여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를 타는 것 역시 죽음의 공포를 간접체험 하는 것이 아니던가. 섹스처럼 섹시하고, 롤러코스터처럼 소름끼치는 죽음의 간접 체험 대상, 그것으로서의 '뱀파이어'. 아마도 답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인간이 삶에 대해 치열한 욕망을 갖는 것 만큼이나 죽음에 대한 간접 체험의 욕망도 날이 갈수록 진화한다고. '뱀파이어'는 그런 간접 체험의 가장 세련된 방식 중에 하나이며, 이것 역시 날로 다듬어지고 있다고.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이 삶과 죽음에 대해 가져왔던 이미지를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이, 그리고 우리 모두가 얼마나 죽음 앞에서 겁쟁이인지. 그래서 뱀파이어의 핏빛 유혹에 빠지며 잠시라도 죽음의 공포를 잊으려 한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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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이글 타오르는 8월입니다. 지구가 병났나 봐요. 윽.

그래도 읽을 책은 읽어야지요.

자, 그럼 더운데 얼른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너무 더워서 주말 내내 빌빌거리다가 어제까지 마감이었던 페이퍼를 오전에야 쓰게 되었네요. 

가연님 죄송해요 ㅠㅠ 그런데 제가 페이퍼를 쓴 책들이 게다가 또 선정이 잘 안되더라고요 ㅎㅎ)



 1.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 댄 애리얼리

 

 TV와 신문이 항상 시끌시끌한 이유. 부정행위에 이끌려 비판받는 사람들 이야기 때문이지요. 태어났을 때부터 '부정행위 하며 살아야지'하고 마음먹은 것은 아닐텐데, 왜 우리들은 나쁜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것일까요. 또 우리는 왜 때로 '거짓말하면서 스스로 착하다'고 착각하는 거죠? 그 이유들을 가짜 학위, 짝퉁 명품, 논문 표절, 불법 다운로드, 분식회계 등의 사례를 통해 저자는 파악해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착하고 바르게 살려고 하는 욕망 만큼 나쁘고 그르게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우리가 무슨 선택을 해야할지, 책을 읽으면서 한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2.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 브랜든 포브스


 이제 '라디오헤드'의 음악만 듣지 않겠다. 그들이 부른 노래와 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 등 그 영향력을 통해 철학을 파고들어 보겠다, 하시는 분들에게 함께 읽어보자고 말하렵니다. 그들이 더이상 '낙오자의 슬픔'을 노래하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으시다고요? 감성적인 음악에 담겨 있는 메시지, '기술의 발전에 따른 인간의 소외현상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윤리의식, 음악산업과 세계 정치에 대한 비판' 등을 이성적으로 따져보시겠고요? 니체, 알베르 카뮈, 장 보드리야르, 마르크스 등 현대 철학자들이 고민했던 현대인의 삶과 정치라는 화두에 라디오헤드의 음악이 겹쳐집니다. 한국에서 가장 보고싶어 하는 밴드 1위로 꼽힐 만큼 우리 대중문화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 있는 라디오헤드로 철학하면서 단단한 머리와 심장을 만들어봅시다.





 3.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세계화를 보는 열한 가지 생각

- 앤드루 존스


 올드한 주제라고 생각하셨나요. '세계화'라는 이야기를 항상 듣고자랐고, 세계인들이 실생활 속에 들어와 있는 우리에게 다시 한번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한류'도 '세계화' 흐름의 한 갈래일 거고요. 40년간 이어져 온 주요 세계화 논쟁을 한 권의 책으로 읽을 수 있다고 합니다. 18명의 주요 사상가들이 제시한 이론을 11개의 주제로 나눠 체계적이고 비판적으로 정리해 놓았는데요. 끝나지 않는 세계화 논쟁의 명과 암을 차근차근 살펴보며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보고 싶습니다. 무조건 찬성 혹은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명확한 논리와 근거를 가질 수 있도록 내용을 섭취해 봅시다.





4. 강요된 비만- 늘어진 뱃살에 대해 당신은 아무 책임이 없다

- 프란시스 들프슈 외


 당신이 깨어났는데 어느 순간 비만이 되어 있다면? 비만인 사람들의 문제는 과연 의지박약, 게으름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이 흥미로운 제목의 책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네요. '비만'이 세계적인 질병인 상황에서 이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환경을 만든 커다란 사회적 틀을 살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왜 풍족해질수록 먹을거리는 더 나빠지는지, 비만은 단지 운동 부족 탓인지, 왜 가난할수록 더 뚱뚱해지는지 다양한 사안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평소에 많이 들어보아서 새롭지 않다고요? 항상 중요한 이야기는 당연한 것을 좀더 자세히 보는 데 '다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이 먹되 운동은 덜 하라’라고 부추기는 환경을 꼬집어 줍니다.





5. 또래압력은 어떻게 세상을 치유하는가

- 티나 로젠버그


 '소속감에 대한 열망이 만들어낸 사회 치유의 역사'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아주 흥미로운 책입니다. '또래 압력'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요즘 가장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왕따)'이 먼저 떠오르실 텐데요. 며칠 전 버스를 따고 가다가 어려운 학교 생활 문제에 대해 또래 친구가 상담전화를 받아준다는 광고를 보면서 서점에서 얼핏 보았던 이 책 제목이 생각 나더라고요. 어쩌면 '또래'가 가장 상처를 많은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가장 직접적으로 치유를 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빈곤, 질병, 폭력, 아노미, 우울에서 해방시키는 긍정적 또래압력의 힘을 ‘사회적 치유책’이라 명명하는데요. 무조건 이 책의 해결책에 동의할 수 없지만, 가장 최선의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래압력이 사회적 치유책이 되는 순기능을 샅샅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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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저자 피터 L. 버거의 말마따나 그가 어쩌다 사회학자가 된 첫 길목은 '착각'에서 시작됐다. 루터파 목사가 되고 싶었지만, 그것이 과연 자신의 천직인지 회의하던 도중, '에라 모르겠다'며 한 사회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그래서 미국 사회를 잘 알 수 있을지도 모를 사회학 공부를 하게 된 것이었다. 저자는 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사회학자로 명성을 떨친 인물이라지만, 책을 관통하는 그의 인생의 '결정적 지점'들은 여느 사람처럼 '우연'의 요소가 따랐다. 우연히 빠져든 일이 필연이 되어가는 과정의 묘미를 알아 갈 때의 즐거움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사회학을 제대로 공부해 본 적 없는 나 역시 간간이 감정 이입을 하며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이 책을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중간중간 농담과 유머를 녹여가며 자신의 지적 경험담을 시간 순으로 풀어가는 그의 재치 덕분에 내가 발 담아보지 않았던 세상에 조금씩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사회학을 공부하게 된 첫 학기 때, '세상을 사회학적으로 바라보는 데서 오는 흥분을 알게 됐다'고 말한다. 그리고 책에서 보여준 그의 사회학자로서의 여정은 그 첫 설렘의 흥분과 열정을 지치지 않고 끌어온 치열한 흔적들이었다. 그 길의 시작엔 발자크가 띄고 있던 '상류 사회에서 감추고 부정하는 행위들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이라는 사회학자의 상을 해부해 보겠다는 저자의 젊은 혈기가 녹아 있었다. 그랬다. 이 책의 저자이자 저명한 사회학자인 피터 L.버거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혈기'가 아닐까. 단순히 부글부글 끓는 피가 아닌, "난 안달하지 않는 걸! 아무렇지 않아!"라면서도 학문에 집중하며 달려갈 땐 온 힘을 다하는 그런 은근하게 지속되는 혈기말이다.


사회학자로서 뿐만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인 그의 특성을 책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군대에서 신상 정보를 적던 하사가 '사회학자'라는 직업을 잘 알지 못해 '사회복지사'라고 적은 실수 덕분에 겪은 경험담을 보자. 병원에 오는 병사들을 상대로 상담일을 하며 그는 개인의 신상이 무수히 적힌 서류철을 갖게 됐고, 그것으로 미국의 현실에 대한 보고를 얻을 수 있었다며 기뻐한다.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그가 뼛속 깊이 사회학자라는 점을 이때 눈여겨보았다. 누군가에게는 따분하고 피로한 일도 그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고 풀어야할 세상의 숙제였던 것이다. 그의 이런 성격은 이 책이 나가가야할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것을 보여주는 데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풀어낼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사회학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소설도 쓰게 되는데, 이 점만 미루어 보더라도 그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관심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론 그의 기록 욕구가 앞서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라고 갸우뚱하게 만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수다를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삶에 '사회학'이라는 영양분이 왜 필요한지 조심스럽게 설득되고 만다. 그것도 그의 유머와 농담이 깃든 명랑 사회학자로서의 주장에 말이다. 다양한 흐름의 사회학 이론들을 종합해 지식사회학을 의식사회학으로 재정립한 <현실의 사회적 구성>을 바탕으로 한 활동 이야기들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또한 그가 좀 더 인간적인 '사회주의'가 아니라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자본주의'를 더 지지하게 된 연유는 무엇이었는지 그 흐름을 따라가 볼 수 있어서도 좋았다. 누군가가 어떤 생각을 하고, 하나의 주장을 신념을 갖고 지지하게 되었을 때 '왜 그렇게 되었나?'가 궁금할 때가 많다. 하물며 학자의 학문적 바탕에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들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가 사회학자라면 어떤 논리적인 과정을 거쳐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사회학자의 해결 방식을 개인지도 받을 수 있다. 그가 스스로도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금연 이권'과 '간접흡연' 논증에 관한 예측 이야기가 나에게 와 닿았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는 '금연 운동'이 가장 성공한 사회 운동이라고 말한다. 


사회 운동이 성공하려면 이데올로기와 실질적인 이해관계가 결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 과학의 정치적 이용과 오용(흡연이 흡연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그다지 명혹하지 않다)에 대해서, 대중의 지지를 얻는 데 있어서 두려움의 중요성에 대해서, 그리고 이른바 불법 행위의 시비가 어떠하든 '큰 주머니'를 찬 상대에 대해서 어마어마한 돈을 빼낼 수 있는, 미국의 소송의 힘에 대해서 알게 됐다.(239P)


담배와 관련된 사회운동에 대해 그가 풀어가는 방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은 그가 어떤 측면에서 '재미'를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겪은 일들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내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사회학자로서의 성과나 지적 모험담을 푸는 데 있어서 좀더 개인적인 감정들을 더 많이 끌어내 책에 녹여줬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책의 근본적인 성격일지도 내가 지적한 스토리텔링의 방식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중적인 책이 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끈질기게 한 분야를 파고들어 자신의 인생의 점들을 한 선으로 그어보려는 저자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독자들이 자신의 삶에 견주어보며 각자가 가는 길에 있어서도 보탬이 될 수 있으리라 예상해 본다. 혹시 모르지 않는가. 우리도 '어쩌다, 어쩌다, 어쩌다 그 무엇이 되어 있을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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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2-07-24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데올로기와 실질적 이해관계으 결합부분은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몇개 안되는 동감가는 부분중 하나였습니다. 재밌을 것 같은데 참 읽기 힘든 책이었는데 다른 분들 리뷰 보니 오히려 정리가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koopuha 2012-07-25 11:51   좋아요 0 | URL
저도 책 혼자만 읽는 게 아니라 리뷰를 읽다보니 같이 읽고 대화하는 느낌이 들어 좋더라구요. 새로운 텍스트가 하나 더 생겨나서 정리되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다음 책은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