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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음식 루머를 해부할 기회를 한권의 책으로 얻었다. 소비자가 시장에서 어떤 음식을 구매할 지 그 과정에서 갖는 공포나 미스터리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담겼다. 소비자를 불안에 떨게 하는 식품 공포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누가 주도했을까?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카페인에 중독된다는 음식물의 위협 심리는 우리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파고들어 있는 걸까.


의학과 과학, 역사, 심리한 등 다양한 영역을 줄타기하며 음식의 이해관계를 차근차근 정리했다. 사실 음식에 대한 콘텐츠는 참으로 다양하다. 몸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어떻게 조리하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지부터 어떤 음식점이 착한지 나쁜지 등 우리의 눈과 귀는 먹는 것에 언제나 열려 있다. 하지만, 보여주기 위해 보여주는 콘텐츠들은 우리에게 진실을 전부 보여주지 못하기도 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어떤 경로로 왔는지 알지 못하면 불안해지고, 그 불안은 자본주의 공장제 시스템에서 탄생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먹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황. 때로는 음식괴담에 떨기도 하고, 그 부작용으로 블랙 컨슈머가 생기기도 하는 등 의외로 많은 음식문제들이 우리 삶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런 음식 공포는 인터넷을 만나 더 쉽고 빠르게 전달되었다.  


하지만, 음식이나 식품 산업을 알게 되면 이 먹거리에 대한 공포는 거대 자본만 위에서 진실을 말하지 않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문제다. 


"선의의 공중 보건 당국은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과대 포장해 자신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늘 상기시키려 애썼다. 또 가정학자들은 적절한 식습관을 유지하면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교육함으로써 교육 시스템 내에서의 입지를 강화했다. 과학자와 의사들은 또 어떠한가? 지방, 설탕, 소금 및 수많은 종류의 식품에 내재된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구를 하겠다며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지원받았다.중산층을 타깃으로 하는 ‘품격 있는’ 신문과 잡지들이 첨병을 자처했고, 나중에는 라디오와 TV뉴스, 토크쇼도 가세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제 이런 기계적인 관심말고, 진짜 내가 먹는 것이 무엇이며, 어떻게 식탁에 왔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와 가짜 정보를 구별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양한 음식 콘텐츠 앞에 무지하다면, 우리는 계속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최고의 과학, 의학, 정부 전문가들의 든든한 후원이 있었지만, 진실하지 않은 음식들. 지나치게 과장되거나 권위에 의존한 이야기들.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건강을 어떻게 좌지우지할지 우리는 모르고 있다.


도시민의 삶을 사는 이상 주어진 대로 먹어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의 음식을 진정으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먹는 것 앞에 똑똑해져야 하는 이유는 책 곳곳에 적혀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커피다. 아침에 회사에 갈 때 잘 내린 원두커피 한 잔을 사서 마시고, 점심 식사 후에 인스턴트 커피를 타 마시고, 그런 후에도 생각이 날 때면 간간이 타 먹는다. 이렇게 자주 먹는 커피에 대해서도 그런데 도무지 아는 게 없다. 그냥 있으니 먹을 뿐이다. 수많은 섭취물 중 음료 한잔도 이럴진대 우리는 우리의 몸을 구성할 영양소들에 아주 깜깜하게 살고 있을 터다. 집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옷을 잘 차려입고, 해야 할 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면서도 진짜 중요한 '먹는 것'에는 무지하지 않은가. 물론 모두가 다 음식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진짜 살아가는 것의 문제다.


얼마 전 기사에서 맛있는 식당은 모두 '소금'을 잔뜩 넣는 것이 맛의 비결이라는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 한 기사에서는 시중에 파는 치킨은 모두 소금이 평균 섭취량을 넘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도 알았다. 만약 우리가 음식 콘텐츠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하루하루 산다는 것이 곧장 하루하루 우리의 몸을 파괴하는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구의 90%가 농촌에 거주했던 과거에는 우리 식탁의 먹거리에 관여하는 외부인은 제분소와 소금, 당밀 등 요리에 필요한 몇 가지 필수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전부였다고 한다. 하지만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산업화와 도시화, 운송 혁명은 미국의 이런 모습을 통째로 바꿔 놓았단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서구화된 지구에서 우리는 먹는 것까지도 모두 같은 모습으로 통일되었고,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역시 모두 가지게 되었다. 우리는 식탁에 오르는 먹거리에 항상 불안해 하며 은수저를 음식에 넣어보는 일을 가까운 미래에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먹지 않고 다양한 알약을 섭취하는 것으로 대체할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날이 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것 같다. 식탁 앞에 모여 앉아 다정하게 수다를 떨며 보내는 시간을 잘 차린 음식이 만들어 주지 않던가. 그런 시간이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음식 뿐만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영양제로 먹는 '비타민'에 대한 이야기 등도 자세하게 나온다. 계란이나 새우를 많이 먹으면 축적되는 콜레스테롤에 대한 비밀도 잘 나와 있다. 어떻게 보면 전문가들이나 읽을 만한 이야기들이지만, 진짜 내 몸을 생각한다면 한번쯤 알아두어야 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단순히 마르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동물이 불쌍해서 채식을 하는 음식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을 넘어서 보는 게 어떨까. 먹는 것이 곧 우리다. 그리고 어떻게 먹는 지가 그 사회를 결정한다고 본다.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고, 어떤 음식의 역사를 후대에 물려줄 지 이제는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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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조은평.강지은 옮김 / 동녘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바우만을 처음 만난 것은 2009년이었다. <액체 근대>를 읽고 나서 '유동하는 사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시간이 있었다. 물론 그 깊이를 바우만의 깊이와 비교하긴 어렵겠지만, 나름대로 현 생활에서 내가 느꼈던 문제들에 대해 사회과학적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는 사회에 촘촘하게 자리한 문제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놀라우면서도 겁이 났다. 문제점을 알았지만, 그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세상, 무엇 하나도 진득하게 오래가지 못하는 상황 그 속에서 승자와 패자만이 나뉘어지니, 패자가 되기 싫으면 끊임없이 흘러흘러 가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불안감을 온몸으로 느끼며 지그문트 바우만과 만났다.


그리고 2012년,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다시 그와 만났다. <액체 근대>에는 그가 천착한 유동성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 들어갔다면, 이번 책에서는 편지 형식으로 44개의 글이 실렸다. 우리가 평소에 궁금해할만한 크고 작은 사회 문제들이 대체로 비관적으로 파헤쳐져 있었다. 바우만은 긍정적인 이야기를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의 아주 밑바닥까지 우리에게 보여주어야 할 책무가 있는 사회학자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긍정적이지 않은데, 장미빛 미래만을 제시한다면, 그건 거짓일테다. 그런 점에서 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속담처럼 어쩌면 이 세상에 널려있는 쓰레기 같은 현상들을 막지 못한다면 모르는 게 행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읽다 보면, 수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하지만, 불확실한 세상에서 그나마 우리가 어떻게 사는 것이 혼미한 정신을 조금이라도 또렷하게 할 수 있을지 힌트를 준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읽는 내내 도무지 타협할 수 없는 세상의 비극적인 이면들에 답답함을 느꼈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난 내가 세상 안에서 내딛어야 할 걸음의 모양은 계획할 수 있겠다는 마음은 생겼기 때문이다. 첫 번째 편지인 '유동하는 근대 세계에 띄우는 편지'부터 '나는 반항한다, 고로 우리는 존재한다'는 마흔 네 번째 편지까지 긴장하며 책장을 넘겼다. 그리고 나름대로 한 가지 결론을 얻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수수께끼의 시대, 우리가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서다. 그것은 바로,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외로움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외로움에 너무도 취약하다. 세상이 우리에게 너무나 강력한 외로움을 준 것인지, 우리가 외로움에 너무나 취약한 것을 습관화 한 것인지. 이것은 '닭이냐 알이냐'의 문제다. 어쨋든 우린 외롭다. 끊임없이 외로움을 느끼고, 끊임없이 그 외로움을 채우려고 안달내며, 실제로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행동을 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다양한 방식으로 그런 일련의 행동이 존재하겠지만, 아무래도 바우만이 꼽은 것처럼 가장 최강자는 '온라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온라인'은 우리 삶에 여러가지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그 중 요즘 가장 우리의 외로움을 손쉽게 채워주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을 타면 앉아있는 사람 일곱 명 중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 화면에 머리를 박고 손가락을 움직인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에 시선을 거두고 타인을 바라볼 때에만 그런 현상 개선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 현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세상은 액체처럼 온라인에 젖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가 다 외롭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만, 스마트한 삶을 살지 못한다. 스마트폰으로 이어진 인연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우리는 실제 삶에서는 그들과 깊은 연대를 맺지 못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하루하루를 스펙으로 채우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의 구체적 방향과 맞는 소규모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그 안의 사람들과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깊은 정에 기반한 관계 맺음이 지속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불확실하기에 개인의 인성 문제를 떠나 오랫동안 한 공동체에 머무는 시간이 부족한 탓이다. 그래서 우린 사람의 관계부터 물건과의 관계, 세상 전체와의 관계 모두가 복잡하고 아슬아슬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바우만이 펼쳐낸 수많은 편지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을 한 두개 소개하려고 한다. 


편지19. 질병 권하는 사회 中

오랫동안 계속되어온 수줍음이든 일시적인 수줍음이든 간에 그 수줍음이라는 경험을 활용한 성공사례 말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과연 그 누가 자신을 무언가를 꺼려하거나 조심스러워하면서 주눅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그처럼 아주 흔하며 자주 경험되던 그 수줍음이라는 일상적인 불쾌감을 요즘의 의료 업계에서는 '사회불안장애'라는 한층 더 심각하게 들리는 병명으로 규정한다. 


왜 현재 사회는 모든 것을 질병으로 만드는 걸까. 왜 사람들은 '성형 수술'을 해서라도 똑같이 예쁜 얼굴을 가져야 할까. 아니 그것이 정말 '예쁜' 것이긴 한 것일까. 마찬가지로 이제 질병은 마음의 영역, 정신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말았다. 우리는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의 어떤 요소들도 질병으로 몰아가고 스스로를 상처줄 수 있는 험악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세상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욕망의 상품들을 소비하며 일시적으로 수습하며 사는 방법밖에 없는 것만 같다. 적어도 힘없는 개인이 보기엔 말이다. 아무리 강철 심장을 갖고 '난 다른 사람과 달라!'를 외친다 해도 어느 순간에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자신의 삶을 발견하고 놀랄테니 말이다.


편지34. 불황에는 과연 끝이 있을까?

젊은 세대들은 계속해서 굴욕적인 행위들과 사회적인 배제로 인해 겪게 되는 궁핍한 상황, 또 무직이라는 부끄러움으로 뒤덮인 미랭 직면해 있다.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실업 상태로 지냈기 때문에 겪게 된 물질적 어려움과 취업상담소나 직업소개서 앞에서 기다리는 긴 줄을 견뎌내야 하는 상황, 또 정말 자신의 운수가 확 빨리 뒤집어지거나 갑자기 높은 지위에 진입할 수 있기를 바라는 헛된 희망들로 뒤덮인 미래에 직면해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아질 수 밖에 없는 것. 그것은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불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실제로 의식주를 채울 수 없는 '절대적 빈곤'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보다 더 나아지려는 '상대적 빈곤'의 문제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보다 더 나아지려고 하는 행위는 지금의 시대에서는 단순히 개성이나 인기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하는데 필요한 무엇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고, 힘을 갖는 것. 그것들을 꿈꾸면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우리. 하지만 인내심은 바닥으로 치달아 외롭지 않으려고 세상과 자신의 삶을 바르게 바라볼 고독의 시간을 바보같이 소모하고 있는 우리들. 그런 우리에게 진정한 고독의 시간을 권유하고 있다. 한번쯤은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고. 그래서 아주 잠깐씩이라도 검증하며 살아가라고.


'어쩔 수 없다'는 말에 동요하지 않는 것. 가장 어렵지만, 인간이라면 가장 기본이 아닐런지. 어쩔 수 없지만, 인간이기에 나눌 수 있는 정과 지켜야 할 세계관이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뉴스들을 보면 모두가 불확실한 세상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는 일들 천지다. 이런 세상 속에서도 또 누군가는 자신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 있을 테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고 싶다면, 정신적으로 벅차더라도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역시나 지크문트 바우만의 책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그만큼 짐도 주었다. 이제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또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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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이제 2012년도 세달 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래도 책을 읽고, 생각은 무럭무럭 키워가야죠.



1. 똑똑한 바보들 - 크리스 무니


부제가 '틀린데 옳다고 믿는 보수주의자의 심리학'입니다. 보수주의자가 하는 생각을 무조건 틀리다고 하는 책은 아니길 바라며. 어쨌든 고집쟁이들의 심리를 파악하는 책일테니 책 넘기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습니다. 표지도 재미있네요. 딱 보자마자 끌린다고 해야하나? 색깔을 빨강으로 쓴 것도 특이하고 ㅎㅎㅎ 색이라는 건 상징성이 있으니까요~ 보수와 진보는 뇌부터 다르다고 하니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자고요. 정치적인 것 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에 대해서도 다루니 지금까지 보수와 진보에 대해 지속적으로 살펴보신 분들은 이 책을 읽고 또 새롭게 정리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싸이노믹스 - 조월화


요고요고, 제목부터가 인기를 예감합니다. 경제학과 심리학이 만난 책이네요. 총 12장으로 나뉘어 있어요. 관계심리학, 경영심리학, 직장심리학, 정서심리학, 생활심리학, 결혼과 연애심리학, 사회경제학, 소비경제학, 경영경제학, 관리경제학, 직장경제학, 경쟁경제학. 헉헉...;; 힘드네요. 각 장에 맞게 에피소드들이 묶여 있는 형식이예요. 이것 한 권만 있으면 남보다 종이 한 장은 더 알겠는걸요. 한 장 차이가 크잖아요?^^ 심리라는 게 딱 '이거다'라고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불확실한 인생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저지르는데 도움이 되니까요. 




 3. 하버드 교양 강의


전 교양있는 현대지식인이니까뇽. ㅎㅎㅎ 총 10장이네요. 한번쯤 읽어보면 최근 가장 핫한 교양 강의를 습득하는 셈이에요. 1장 인간정신 _ 스티븐 핑커 / 2장 도덕이란 무엇인가? _ T. M. 스캔론 / 3장 지구화시대의 지구사 _ 찰스 메이어 / 4장 세계 인권에 관한 철학적 탐구 _ 마티어스 리스 / 5장 사이버공간에서의 자유 _ 해리 루이스 / 6장 진화의 증거 _ 조너선 로서스 / 7장 종교 문맹 극복하기 _ 알리 아사니 / 8장 질병의 과학 _ 캐린 미셸스 / 9장 에너지 자원과 환경 _ 존 쇼 / 10장 문학과 생태 비평 _ 로렌스 뷰얼 

철학적 의제부터 환경과 과학에 이르기까지! 읽어볼만 하죠?^^




4. 헌법 사용 설명서 - 조유진


조금은 딱딱한 주제의 책만 고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우리는 헌법 체제 하에서 살아가고 있고, 모든 것이 다 법과 관련되어 있잖아요. 그런데도 법과 우리의 삶을 가깝게 두고 살펴보고 그러질 못하는 것 같아요. 헌법을 딱딱하게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 알려줄 책입니다. 그래서 제목도 심플하게 '헌법 사용 설명서' ㅎㅎㅎ 저자가 우리가 몰랐던 헌법의 이면을 알려준다고 하니까요. 이 기회에 속속들이 알아가도록 합시다. 이 책의 부록에서는 저자만의 독자적인 헌법 개정안을 제안하는데요.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도 기존의 헌법과 이 책의 부록을 비교해가면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법을 만들어가야할지 생각해 보죠!



5. 동물 해방 - 피터 싱어


이번 달은 마지막까지 엄숙하게. 요새 굉장히 동물에 대한 관심이 커졌잖아요. 단지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을 함께 공존하는 생명체로 보기 때문에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고요. 표지에 저건 제가 맞다면 토끼죠? ㅠㅠ 음 정말 동물 해방해야 할 것  같은 심정입니다. 총 6장으로 나눠져있고요. 인간이 어떻게 동물을 지배해 왔는가에서부터 지금 공장식 농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줍니다. 당장에 채식주의자가 되진 못하더라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를 겁니다. 행간의 사이에서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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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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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를 한번도 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이 책을 읽는 순간에도 그랬고, 이 책을 덮은 순간에도 그랬다. 하지만, 코뮤니스트를 읽은 것은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믿지 않는 것, 내 삶에 기반하지 않는 것을 안다는 것, 알아서 이해한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믿고 그것에 기대어 살아갔던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본다는 것은 진정 가슴 뜨거운 일이니까. 그래서 이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읽지 못하고, 중간중간 스킵하고, 때로는 주의깊게 살펴 읽으며 느꼈던 감회를 풀어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결국 유토피아를 꿈 꾼 것이었다. 물론 그들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는가. 어렸을 적, 이렇게 생각하니까. 날 수 있지 않을까. 난 어디서 왔을까. 난 고귀한 사람일거야. 그리고 난 언젠가 어디로 가겠지. 등등 내 마음을 둥둥 띄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의 모습들을 꿈꾼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이 입에 손에 가슴에 묻히고 나면 유토피아 같이 먼 단어는 더욱이 꿈꾸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된다. 여기, 코뮤니스트는 그 꿈을 멈추지 않고 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현실에 충실했던 사람들과는 반대의 지점에서 안타까움이 드는 역사다. 그야말로 역사상 가장 매력적이지만, 그래서 피가 묻혀질 수 밖에 없었던 아련한 슬픔인 것이다.


코뮤니스트. 그러니까, 공산주의자의 이야기다.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카스트로, 호찌민, 티토, 김일성...그 이름은 적잖이 우리의 뇌에 파동을 일으킨다. 멀게만 느껴지는 그 이름들이 사실은 한때 세상의 큰 범위를 아우르고 있었다는 것을 읽었다. 그리고 그것이 힘이 잃어가고, 그리고 그것이 허물어졌을 때도 이미 없는 이름을 수많은 학자들이 부르짖었다. 꿈이었지만, 꿈이 아니었고, 현실이었지만, 현실이 아닌 그런 찬미와 비판의 일들이다. 순식간에 영향력이 벗겨지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로버트 서비스는 구구절절 짚어내 놓았다. 공산주의의 이념은 무엇이지? 공산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지? 왜 그리고 가슴 뛰게 사랑받았다가 그리고 나풀나풀 쓰러져갔지? 라는 모든 물음에 끈질기게 답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한번 질문해 보자. 지금 우리 곁엔 공산주의가 있는가? 공산주의의 움직임이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이 또 공산주의를 되묻고 있지 않은가.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마르크스를 다시 읽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산주의의 근본을 알고 있는가? 책에서는 공산주의가 그것을 지향했던 공산주의자들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과 양태로 각을 세웠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읽어내려는 공산주의라는 것의 실체가 누구에게나 다르게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보자.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있다. 그러니 공산주의를 읽는다 한들 공산주의가 자리할 곳은 없다. 그런데다가 공산주의의 이념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 주의의 폐해를 해결해 보려는 대안책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공산주의'는 그 본질과는 달리 우리가 꿈꾸는 꿈, 그 자체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누구나 원하는 누구나 자신이 살아있을 때 이루고 싶은 그 유토피아의 상징어로서 코뮤니스트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한국에서 '코뮤니스트'를 당신이 읽으려 한다면, 아마도 현재의 삶에 상처를 받았거나, 아니면 상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안아주려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자본주의에서 착취를 참아내고, 경쟁에 신물이 난 많은 이들이 이 책의 한자한자에 감정 이입을 하고 희망의 빛을 보려고 할 테다. 이는 따뜻한 싹을 키워내는 바탕이 될 것이다. 나는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진보는 육안으로 발견해낼 수 없다. 오직 그냥 누군가가 오늘 하루도 새로운 세상, 바뀐 세상을 상상하는 그 기운 하나하나가 아주 오랜 뒤의 한 움큼의 성장을 짐작하게 해 줄 뿐이다. 이 책 역시 그 싹을 키울 여러가지 에너지를 널리 퍼뜨려줄 책임을 맡은 것 같다. 


우리는 이 책에서 어쩌면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쉽게 판단 내리기가 힘들다. 판단을 내리고, 실행을 해 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오히려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코뮤니스트를 읽을 때도 그런 방법을 추천해 본다. 공산주의가 왜 실패했는지, 왜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이 같은 꿈을 꾸면서도 다른 행동과 말을 취했는지, 이 책을 통해 흡수했으면 한다. 코뮤니스트를 읽고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는 우리 안의 공산주의, 혹은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그 두 대립선을 없애고 색을 빼는 것이다. 오히려 감정 없이 냉정하게 그 틀 자체를 허물고, 그 내용의 속살을 파헤쳐보는 것이다. 색깔과 상관없이 고양이만 잡으면 된다는 공산주의자의 지난 역사 속의 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부터 시작하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역사 지식이 없으면 이 책과 가까이 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애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정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도 되겠다.  인물이 남긴 구체적인 말과 그 말을 한 상황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두었기에 급한 마음을 버린다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최근에 '무슬림의 무지' 영상과 관련해서 세계가 혼란스럽다. 이것은 종교의 문제다. 그리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문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믿음의 문제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 문제는 결국 먹고 사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살 수 있을지가 믿음의 문제 아래에 단단히 깔려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음'에 집착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 하지만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일들이 우리 역사에 상흔을 남길 때 그것은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선 어떤 것이었다. '믿음' 그 자체에 집중하는 순간 무엇 때문에 싸우는 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뮤니스트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믿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무엇으로 상징되는 그것 자체를 믿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가를 특정 사상이나 특정 종교로 풀어가서는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하지만 책을 읽고난 나도 수많은 텍스트들이 생각 안에 생각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답은 쉬이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도 나도 시간을 가지고 다시 첫 장을 펼쳐보자. 그리고 싸워보자. 내 안의 자본주의와 내 밖의 공산주의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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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2-09-28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엄청 길었죠. 저도 오늘에서야 서평 올렸는데,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생각할거리가 많아지네요...

koopuha 2012-10-04 13:33   좋아요 0 | URL
책...전, 코뮤니스트 페이퍼에 추천 안 했는데 ㅎㅎㅎ 한 달에 두 권이 이렇게 크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
 
[가족 기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가족 기담 - 고전이 감춰둔 은밀하고 오싹한 가족의 진실
유광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술술 잘 읽혀 들어간다, 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가족 기담'이라는 제목처럼 그 내용도 우리가 어릴 적부터 접해 왔던 '옛날 이야기'들이고, 저자가 글을 풀어내는 방식도 대화하듯 톡톡톡 던져내는 방식이어서 글 읽는 품이 적게 든다. 나 같은 어른이나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아이나 쉽게 읽을 수 있을 터이다. 이야기를 한 땀 한 땀 내어놓는 데에도 재주가 있어서 양파 껍질 까듯이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벗겨내는 글쓰기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계단에 오르듯 하나씩 하나씩 숨겨진 질문과 답을 오가며 책에 빠져드는 묘미가 있다. TV드라마도 아닌데 긴장을 놓치 못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에 '그림동화'를 읽었을 때의 충격과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늘 알던 고전 스토리에도 자극적이고 믿지 못할 씨크릿들이 많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그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서도 마냥 즐거워하지 못하는 반전 요소다. 그렇다. '가족 기담'은 우리가 늘상 접해오던 친근한 이야기소리에 기이한 공포가 뚝뚝 묻어나는 그런 책이다. 첫 장부터 '장화홍련전'이 나오기에 '공포'라고 하면 귀신 이야기 정도로 생각할 지 모르겠으나, 이것은 귀신 보다 더 무서운 사람 이야기다. 그것도 이야기 주인공들이 가장 가까운 심리적 거리의 사람들과 얽히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무서운 사연이다.


왜 무서울까.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적 삶과 끈끈하게 엮어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치 요즘 뉴스사이트에서 읽는 르포 기사 혹은 기획 기사를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기존에 우리가 알던 이야기에 저자가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가면서 풀어놓은 것이라 책에서 주장하는 바를 모두 수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름대로 설득가능한 근거들이었다.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간의 보편적인 의문, 그러니까 누구나 의문을 가질 만한 부분과 그 부분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들을 저자는 비춰낸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장화홍련의 아버지 배좌수는 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두 딸을 시집보내지 않았을까. 이런 퀘스천을 던지는 것이다. 계모가 장화홍련을 죽인 것은 누구나 아는 기정사실이다. 사실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계모를 향한 비난 자체에 이상한 꼬투리를 잡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배 좌수에 대한 시선은 다르다. 아니 이때까지 은폐되어 왔다. 그렇게 은폐되고 숨어 있는 부분, 그 부분을 저자는 영리하게 잡아낸다. 생부인 배 좌수는 왜 일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나. 거기엔 숨은 이야기, 뒷목 잡을 진실이 숨어있는 것이다.


이 책은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기한 것은 그 9장의 이야기들에 요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대비해가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껍데기는 멀고 먼 옛날인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일들을 굴비 엮듯 엮어들어가도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냥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유쾌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옛날은 옛날이니까 그렇다고 하지, 지금은 인권, 성문제, 가부장 문제 등등 이 책에서 다루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없어야 정상인 것 아닌가.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책 속의 황당무계함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먹먹함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거꾸로, 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저자가 원한 것은 거꾸로 아니었을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혐오와 증오의 비인간적인 일들을 직구로 던져 풀지 않고, 옛날 이야기에 빗대어 풀어 보려는 시도를 한 것일 수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식의 해학과 풍자는 강한 목소리보다도 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게 사람을 잡아 끌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이었다. 안 믿으면 그만이니까 부담없이 읽었다. 하지만, 읽을 수록 불편했다. 그냥 이야기로만 끝날 것 같지 않아서. 뭔가 지금 우리가 사회에서 해결할 부채가 남아있는 것 같아서. 내가 쓴 서평 안에 책 속의 내용은 일부러 담지 않았다. 이 책 속에 있는 내용을 구구절절 덧붙일 정도로 두껍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반나절에 이 책을 곱씹어 읽고, 개인의 욕망이 사회의 불합리성과 만나 부조리를 만들어 낼 때 얼마나 교묘하게 희생을 만들어내는지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괜한 상상을 해 봤다. 내가 지금 이 책 속 이야기들을 두 손에 쥐고 아주 안전한 내 방에서 편안히 읽는 것처럼, 지금 우리가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번으로 읽을 수 있는 비참한 사연들을 백년 뒤 천년 뒤 누군가는 또 읽어내지 않을까 하고. 적어도 그때는 이 책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 속 장삼이사의 인생이 정말이지 과거의 일로서만 남았으면 좋겠다. 어떤 콘텐츠의 인기는 그 사회상이나 시대상과 반대일 때 더욱 인기가 많다고 했는데, 이 책이 지금 정말 인기가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더이상은 병들지 않았고, 이 책도 그냥 한낱 옛날 이야기에 대한 스캔들이었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깨달은 것. 진실을 찾는 것이야말로 정말 온 인생, 온 우주를 바쳐도 힘들다는 것. 우린 진실에 가까워지기 위해 숱한 말과 글로 이렇게 궁리를 하며 살아가는구나 하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 찾지 못하는 진실들이 읽고 보고 생각하는 행위만으로 조금씩 그 모습을 보여주는 데 가까워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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