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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
사사키 아타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춤춰라, 지금 그 자리에서


책을 덮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읽어라'다. 덧붙여, '읽어라'라는 단어와 겹쳐진 말이 '춤춰라'였다. 예전부터 전체적인 상황을 살피는 'context'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 왔지만, 'text' 자체가 문서가 아니어도 좋다는 생각을 유심히 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읽고, 쓰고, 고쳐 읽고, 고쳐 쓰는 것'이 글이나 말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런 생각을 해 나가는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203P

독서란 춤이고, 사람은 법과 춤춥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모든 것, 호흡법이나 발성법, 옷이나 장식품이나 소리나 리듬이나 노래, 춤의 안무는 그 자체가 법전이고 성전이며 신화이고 시인 것입니다. (중략) 우리는 말로 하면, 바로 읽고, 고쳐 읽고, 쓰고 고쳐 쓰는, '문학' 행위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그들의 '춤'은 그대로 그들에게 법적, 규범적, 철학적, 문학적인 '사고'인 것입니다. 그들은 사고하고, 그들은 읽고, 그들은 쓰고 있습니다 - 깊게, 깊게, 춤을 추면서.


유심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저자인 '사사키 아타루'는 '읽는 법'에 대해 처음부터 끝까지 조언하고 있다. 나는 어느샌가 그 조언에 (좋은 의미에서) 쇠뇌당해 한 문장 한 문장 곱씹고 있던 중이었다. 그가 책 속에서 말한 혁명 중에서도 중세 해석자 혁명은 오직 '글'에만 집중되었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진정으로 읽는 법을 잃어버렸다고 쓰고 있다. 그것을 제대로 읽기 위해, 203P의 윗 구절을 몸과 마음으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어느새 깨닫게 되었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단지 정치의 도구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치이자 삶이 될 수 있고, 영혼의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렇지 않아도 최근 몇 년간 대중매체를 통해 음악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고, 또 토크쇼에서는 정치인들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예능의 정치화' 또는 '정치의 예능화'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읽고 보면, 사실 예능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놀이야말로 정치 그 자체라는 것을 불현듯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더 깊이있는 생각은 책을 여러번 다시 읽은 후에 더 고민해 보기로 해야겠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책이란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다"라고.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사람은 한번 말고 여러번 되풀이해서 읽은 뒤, 그 깨달음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



2. 문학의 위기는 문학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


나 역시 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을 읽고 싶어서, 문학책을 가슴에 안고 다니며, 그 내용과 향기를 온 몸으로 흡수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인문학의 위기다, 뭐다 해도 개념치 않았다. 하지만 개념치 않는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더 넘어서 이것을 '문제'라고 여기는 것 자체에 대해 비판의식을 가진다. 


105P

왜 우리는 이렇게 문학을 폄하하고 문학부를 대학에서 추방하려고 할까요? 왜 문학자 스스로가 문학을 이렇게까지 업신여길까요? 그것은 바로 문학이 혁명의 잠재력을 아직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그것에 겁을 먹고 있는 겁니다.


무릎을 쳤다.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근원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의견에 동감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너무나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왔던 참이라 식상할 수 있는데, '인문학'에 '위기'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은 '인문학의 힘'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바라는 것일수 있겠다 싶었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보면 우리가 '인문학의 위기'라고 부르는 것이 불분명한 현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문학'이 가리키는 대상은 '글로 된 말로 된 그래서 자료로서 남겨진 text'인가? 그것이 위기인가?


앞에서 썼듯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text가 될 수 있다면, 존재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은 text다. 결국 살아 움직이는 모든 현상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text이자 인문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인문학에 '위기'를 말한다는 것은 웃음이 나오는 일이 되어버린다. 왜냐하면 지금도 우리 세상은 인문학의 힘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니까.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고, 그렇게 크고 작은 혁명이 일어나 세상을 바꾸는 것은 '인문학'이 만들어내는 예술이다.



3. '혁명'하고 쓰고, 읽고, 외칠 때 피를 떠올리지 말아라.


우리는 보이는 대로 읽는 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제대로 보고, 제대로 읽을 때, 보이지 않던 진실을 알 수 있고, 읽지 못했던 진리를 찾을 수 있다. '혁명' 역시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보통 떠올리는 혁명의 이미지는 붉다. 피의 이미지다. 하지만, 저자는 '혁명'이 꼭 피로 폭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진데, 역사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지 못하면 그렇게만 생각하고, 그 사고에 갇혀 버린다고 알려준다.


우리가 이 책을 집어들고 이 책을 끝끝내 읽고 덮었다면, 새롭게 열리는 것은 '혁명'을 사고하는 것의 뒤집는 방식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혁명'은 일상에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움직임으로도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살아가는 방식을 되새김질 하는 것도 혁명인 것이다.


210P

 우리는 '문학'을 읽었습니다. 우리는 시를 읽었습니다. 춤을, 연극을, 노래를, 음악을, 회화를, 복실을 - 한마디로 말하면 예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법이나 규범, 정치와는 관계없는 장소에 몰려 질식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오락', '장식물', '사치품'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에 법이나 규범, 정치도 질식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실, 상실이라며 우리가 한 번이라도 그것을 결정적으로 손에서 놓아버린 적이 있을까요. 그것 없이 살 수 있었던 예가 있을까요?


저자는 우리가 '혁명'에 눈 뜨길 바란다. 책 내내 이어지는 '종교 이야기'가 지루할 법도 하지만(나처럼 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특히), 저자가 '종교'를 말하려기 보다 진정한 의미에서 인간이 '읽어야' 하는 이유를 조근조근 이어가고 있어서 재미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설득당한다. 나도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제대로 읽는 것을 시작해야지, 하고.


이 책에서 나는 힌트를 많이 얻었다. 요즘 유행하는 '정의'에 대해서도 73P를 읽으며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고, 훈련에 의한 인간 통치에 대한 '노동'의 문제에 대해서도 220P에서 사고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책의 첫 장부터 읽기 시작하려 한다. 이 리뷰를 읽는 이들에게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읽는 것은 스스로 그것에 몸과 마음을 던지고 성실하고 우둔하게 싸워가는 것이니까. 그냥 읽어보기를.


멋진 책이다. 하지만 직접 읽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읽기가 될 수 있을 때, 당신에게도 멋진 책이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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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비가 내리고, 이제 무더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위를 이기려 저는 조만간 사람들과 서울숲에 놀러 가 음악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생각인데요. 그런 즐거움 속에 책 한 권 가지고 가는 행복함도 빼놓을 수 없겠죠? 자, 이번 여름을 지켜줄 책들을 한번 추천해 볼까요.

1. 폴리티컬 마인드_조지 레이코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지은이 조지 레이코프가 진보주의자를 위한 더 강렬한 책을 썼답니다. 올해는 총선도 있었고, 대선도 있을 예정이라 사람들이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이 있을 텐데요. 이 책에서는 사람들의 뇌가 정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에서부터 21세기 마음이 정치에 어떻게 도전해나가야 할지 그 방향을 가르쳐 주려고 합니다. 자신이 서 있는 토양이 진보든 보수든 논리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 될 테지요. 빨간 표지에 하얀 이미지 역시 얼른 첫 장을 펴고 싶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2. 셰익스피어, 정의를 말하다_켄지 요시노


문학과 사회를 함께 읽고 싶으시다면, 이 책은 어떨까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이신 분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가 우리가 죽고 사는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평소에 치열하게 사색하시는 분들께 맞춤인 책입니다. 햄릿, 베니스의 상인 등 총 9개의 희곡 작품을 현실의 문제와 연결하며 우리가 찾아야 할 정의를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또 어떤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지 초조해지는 분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책에 집중해 봅시다.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라고 카프카는 말했죠. 우리 무작정 초조해하지 말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3. 믿지 않아도 꼭 알아야 할 종교 이야기

                                                  _러셀 리 매닝 엮음


 요고 흥미롭네요! 저 역시 무교이지만, 그렇다고 종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잘 모르는데 무언가를 강렬히 믿는다는 것이 어려울 뿐이죠. 그럼 알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물론 '종교를 글로 배웠어요.' 하면 안 되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계에 어떤 종교가 있고, 그 종교가 무엇을 외치고 있는지 살펴보자고요~ 물론 깊이에는 약할지 모르는 입문서이지만, 종교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은 저 같은 초보자에게 반가운 책입니다.



4. 진화 심리학_데이비드 버스


진화심리학은 원래 호불호가 갈리는 학문이죠. 학문을 통해 현재 일어나는 사실을 합리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고요. 때론 굉장히 명쾌한 근거를 제시해 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렇게 저처럼 애매하게 알고 있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한번 진화 심리학의 매력에 빠져 들어 봅시다. 구성도 굉장히 흥미로워요. '성과 짝짓기', '생존', '양육과 친족', '집단 생활' 등 우리가 살아가는 A-Z의 방법들의 뿌리가 되어줄 주제들입니다. 망설이지 않고, 집어 들어요.




5.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_이현우


'세계문학', 이걸 읽기 위해 초등학교 때 땀을 꽤 뺐죠. 학교 다녀오면 가방도 안 벗고, 옷도 안 갈아입고 엎드려서 책을 펴들었어요. 물론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세계문학들은 제가 좀 나이가 더 들어서 읽은 책들인데요. 어쨌든 새롭게 사유하는 방식을 알려줄 거라 기대해 봅니다. 내가 보고, 듣고, 읽은 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분해하고 조합해 볼 것인가. 이 고민을 하는 것이야말로 상상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첫걸음일 테니까요. 그 명성만큼이나 이번 책도 흥미로울지 눈 크게 뜨고 샅샅이 읽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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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9 17: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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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을 위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강신주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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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우리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꿈꾸는 그 이름이 될 수 있을까?

 

김수영은 김수영이 되길 위한 시인이었다. 그는 또 구름의 파수병이 되길 바랐다. 자유롭게 고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들판의 민들레도, 가난한 아이의 눈물도, 그리고 시인이 서 있는 높은 산정도 내려다볼 수 있는 그런 구름. 김수영은 살아서 써 내려간 시 덕분에 죽어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마음껏 의지하고 싶은 푸근하면서도 저릿한 구름이 되었다.

 

김수영을 위하여는 철학자 강신주가 김수영을 사랑하며 열병을 앓고 열꽃을 피운 그 절절한 이야기들을 담아낸 책이다. 김수영이 풀이 눕는다고 하면 바람이 불어 풀이 눕는구나 했었고, 의자가 걸린다 하고 테이블도 걸린다 하면 참 피곤하겠다고 우리들은 멀찍이 놓고 생각할 것이다. 다행히도 시인이 쓴 시를 시답게 시처럼 읽도록 도와준 저자가 있었기에 풀이 눕는 것이 의자가 걸리는 것이 얼마나 슬픈 것인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영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김수영이라는 한 시인의 인생과 그 시에 힘입어 제대로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이 만들어 주었다.

 

 김수영을 읽으면, 몸이 금방 뜨거워진다. 뜨거워진 손은 또 김수영처럼 시를 쓰고 싶게 만든다.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을 보면 된다. ‘이란 한계점이다. 고치려야 고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다. 숙명이다.’로 시작하는 산문 ()’(1966)을 읽다 보면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를 둘러싼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며, 그 생각의 부산물을 잘 다듬어 한 편의 절절한 글로 써내고 싶다. 읽으면, 자연스레 느끼게 되고, 말하게 되고, 글로 옮기고 싶게 만드는 묘한 힘을 가진 시인, 그가 바로 김수영이다.

 

 김수영은 어려우면서도 쉽고, 쉬우면서도 어렵다. 그래서 이 책은 대중적이면서도 대중적이지 않고, 밀어내면서도 당긴다. 김수영에 대해 오래 전부터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거나 김수영 시를 가끔이라도 읽었던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에 김수영의 정신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모른다 하더라도 이 책은 한번쯤 읽어볼 만하다. 시인이기 이전에 거대한 흐름으로써 한 인간의 면모를 느낄 수 있고, 그의 일대기를 시와 함께 흡수하며 지금 자신이 고뇌하고 있는 삶과 세상의 의문들에 대해 답을 풀어낼 수 있는 힘이 되어 주리라. 다만, 결코 이 책에 담긴 사색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에 심호흡 한 번 제대로 하고 맞이해야 할 테다. 그리고 책장을 덮을 때는 자신이 꿈꾸는 이름에 가까워 질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리라.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생각이 하나 들었다. 요즘 한창 물이 올라 뿜어대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 서비스를 보고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시인이 되고 싶어하고, 철학가를 꿈꾸고, 행동하는 사회인을 자처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써내는 짤막한 글 곳곳에 생각을 담고, 생각에 힘을 주고, 리듬을 살린 흔적을 자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수영은 1967년에 이런 세계를 예상했을까? 다음의 글을 보고 문득 떠올려 본 것이다.

 

 서구의 어느 비평가가 말했듯이 앞으로 먼 후일에는 모든 세계의 인류가 시를 쓰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오. 또한 헤세가 그의 시에서 읊고 있듯이, 시가 필요하지 않은 낙원이 도래하고 모든 사람들이 착한 시인의 생활을 하고 오늘날의 시가 무효가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오.

- <문단추천제 폐지론>(1967.2)

 

 물론 이 글을 쓴 배경과 내가 짚어낸 상황이 맥락은 다르지만, 이렇듯 이 책의 김수영의 글을 현실에 맞춰보며 상상력의 재료로 쓰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수영은 시인을 꺼리는 시대, 목소리를 가려야 하는 시대에 살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목소리를 쏟아내지만, 그것이 진정 소통으로 받아들여지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 김수영이 살았던 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면 너무 슬픈 것 아닌가? 이모저모 의문도 품어가며,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성숙한 내 영혼의 속살들을 훔쳐볼 수 있다. 그리고 반성하게 된다.

 

 그렇다. 이 책은 철저히 글을 읽는 사람에게 나직이 반성하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반성해야 할지도 모르는데하지만 언제든 그러하지 않았나. 늘 반성하고, 그보다 더 많이 겸손해지려는 것도 습관이니까. 그런 습관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 이 책을 펴 들고 각자 모두 다른 이야기를 가지 치길 바란다. , 한가지 마지막까지 김수영 그와 공유해야 할 것은 자유리라. “두려움 사이에서도 자유를 잊지 말고 슬픔 속에서도 환희를 잊지 말고고뇌하는 노인이 두 손을 주먹 쥐고 얼굴을 가린 채 의자에 앉아있는 그림과 함께 제시된 이 문장이 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우린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사색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김수영을 만난 저자의 에필로그와 또 김수영을 만난 편집자의 글도 일품이다. 그것을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우린 모두 허기를 느낄 테다. 나도 내 삶에 오롯이 기대고 내 목소리로 인생을 쓰고 싶은 허기를. 이제는 그 허기를 채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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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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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로 책을 대여해주는 공공도서관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책을 빌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욕심을 내서 1인당 대여 권수 5권을 꼭꼭 채워 빌렸는데, 다 읽지 못해 반납일을 넘겨버린 일이 자주 일어나진 않았는가. 우리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자신 때문에 이 책이 필요한 누군가가 책을 빌리지 못한 상황을 떠올렸을 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죄책감의 징후를 느꼈을 것이다. 지역 주민이 무료로 책을 공유하는 도서관의 경우엔 연체벌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연체된 기간만큼 책을 빌리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마련해 놓는데, 전자이든 후자이든 규칙을 어긴 행동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책임을 졌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느끼는 작은 부끄러움은 그대로 남아야 한다. 만약 연체료를 내거나 연체된 기간만큼 책을 빌리지 못하는 것을 감수하기 때문에 다음번에도 그 다음번에도 책을 연체하는 것을 당연시한다면 공공도서관의 원래 목적을 훼손시키는 것이다.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만들어지는 재화와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원래 목적이나 취지를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책 전반에 녹여냈다. 공공도서관에서 물어야 할 벌금요금으로 인식되는 순간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규칙은 허물어지고, 사회에서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누군가의 권리가 침해받는다.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인 데 비해,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무거운 의미의 벌금요금으로 가벼워지는 순간 우리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제해야 하는 나쁜 행동이 하나 더 늘어난다.

 

이 책은 읽는 내내 머리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읽어 내려가는데 어렵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 즉 시장이 깊게 침투한 시대에 살면서 불편한 진실들에 눈을 감아버리는 사례들을 다양하게 책에 풀어냈다. 그래서 웬만하게 책을 즐겨 읽는 사람이라면 책 한 권을 정독하는 데는 겁내지 않아도 된다. 머리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는 건 다른 차원에서 한 말이다. 우리가 평소 그럴 수도 있지!’ 혹은 그런 것들을 다 지키면서 사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등으로 합리화시키며 손쉽게 돈을 내고 소유했을 것들에 저자는 의문을 던진다. 정말 그것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말이다.

 

여러분은 우정을 돈으로 살 것인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마약에 중독된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대가로 돈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가? 많은 액수의 돈을 주고 전담 의사들을 채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한쪽에서는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이 필요해서 제약 회사의 약물 안전성 실험대상이 되고, 더 높은 보수를 받기 위해 더 위험한 상태로 자신의 몸을 방치시킬 권리가 있을까? 로비스트 대신 줄을 서서 공청회 좌석표 전부를 거액에 넘기는 바람에 기후변화 공청회를 방청하기 위해 도착한 환경운동가들은 그냥 돌아서야만 한다면?

 

위의 질문들은 놀랍게도 모두 현재 존재하는 것들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언뜻 없어 보인다. 이것 외에도 우리가 도덕성이나 공정성을 무시하거나 모르는 체하는 사이에 우리 인간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고, 세상을 점점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거래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동시에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묻혀 버리고 만다. 이 상황은 분명 모두에게 위기다. 저자인 마이클 샌델은 이 위기를 경계하고, 우리에게 기회를 줄 목소리들을 살려내기 위해 이 책을 내놓았다. 자유지상주의자와 공리주의자들에게 논리적인 반박을 하며, 부패한 현실의 고름을 짜내고 새 살을 돋게 할 질문과 답을 멈추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이런 것 정도는 거래되면 서로서로 좋은 일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내 이익(내 밥그릇)’에 집착하다 보니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본질과 가치를 따져보는 일에 무책임하고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부끄러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저자가 던지는 질문에 자신이 깨달은 바를 풀어내는 일은 단지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논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우리에게 닥칠 삶이자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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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반을 마무리하는 달, 6월이네요. 시간을 촘촘하게 쓰시는 분이라면, 나름대로 상반기를 정리하고 계실텐데요. 아래의 책을 읽으며, 한 땀 한 땀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보면 어떨런지요.


1.  68년, 5월 혁명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읽는 듯, 글과 그림이 우리에게 똑똑히 각인되지 않을까요. 30년 전 그날들을 완전하게 재생해낸다는 건 싶지 않고, 또 그것을 만화로 보여준다는 건 더욱 많은 정성이 필요한 일이겠지요. 기존의 권위주의와 관습주의에 맞서 좀더 나은 미래를 열고자했던 목소리들을 들어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만화 칸 중간에 등장하는 포스터들과 벽에 쓰인 낙서, 슬로건들은 68년 당시 실제로 사용되었던 것들을 고스란히 옮겨오고, 지리적인 위치나 주변 건물의 모양 등 단순해 보이는 그림 속에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았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네요^^


2. 조선 궁궐의 그림
지금 그림도 모르는데, 조선시대 그것도 궁궐 그림을 먼저 본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지난해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해서 생각해보곤 했었는데요. 결국 올바른 한류를 제대로 알리려면 우리 것을 제대로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지요. 역사 속 그림을 알고, 음악을 알고, 패션을 알고 무엇이든 알아야 그 다음이 보이니까요. 궁중 장식화를 감상하면서 우리 문화속 깊이 뛰고 있는 문화의 맥을 짚어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았으면 합니다. 목차를 보다가 인상적인 건 궁중 양식 장식화가 민간에 전파된 예로 종로에서 지전을 경영하던 '주인섭'이라는 상인에 대한 내용인데요. 책을 읽으며 이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고 싶네요.


3. 취향의 정치학
내가 가진 취향이 단지 나만의 것일까요? 개인과 타자와의 구별은 주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제적으로 일어나는 건 아닐까요? 내가 원하는 삶의 취향을 갖기 위해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 책이 많은 질문을 던져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짓기'를 한국에서 어떻게 쓰고 읽어야 할지 지은이인 홍성민 교수가 길잡이 역할을 해줄 테지요. 취향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고 봅니다. 개개인이 처한 다양한 환경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것들이 마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인양 받아들여지고, 또 그것은 너와 나를 구분짓고 나아가 옳지 않은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바꿀 수도 있겠고요. 그러니 먼저 알고 봅시다.


4. 당신의 계급 사다리는 안전합니까?
굉장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발로 뛰어 쓴 책이자, 지금 우리 현실을 제대로 마주한 살아있는 글이네요. 미국 언론사 [뉴욕타임스]가 1년의 취재기간을 거쳐 ‘계급이 문제다(Class Matters)’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기획기사를 모은 것인데요. 이를테면, '심장마비'가 걸렸을 때, '계급'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제적 수준으로 계급이 결정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 의료, 소비, 주거, 결혼 등 인간 생애의 다양한 면면에 마주하는 개인이 어떤 선택과 결과를 맞이하는지 우리는 진중하게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건 정말이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와 나의 가정에 닥칠 굉장한 이야기죠. 우리는 사다리 어느 즈음에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것일까요.


5. 청춘 착취자들
"인턴십이라는 겉모습 아래 행해지고 있는 청춘 착취의 현실을 고발하는 시의적절한 책!" 허핑턴 포스트가 이 책을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정리해주었네요. 전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인턴십을 착취로만 볼 수 있을까요?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 줄 기회가 될 수 있을텐데요. 아마도 인턴십 제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 문제겠지요. 그렇다면 인턴십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 아닐 겁니다. 한국에도 공개채용 외에 다양한 방식의 채용 제도가 도입되고 있는데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아마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꿈의 왕국 '디즈니 랜드'에서의 실상을 먼저 보여주면서 집중시키는 이 책. 꼭 한번 읽으면서 젊은이들도 고용자들도 현실을 마주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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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 2012-06-06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처음 추천하신 책이 끌리는데, 저런 그래픽 노블은 읽기도 쉽고.. 선정된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