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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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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를 한번도 내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이 책을 읽는 순간에도 그랬고, 이 책을 덮은 순간에도 그랬다. 하지만, 코뮤니스트를 읽은 것은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믿지 않는 것, 내 삶에 기반하지 않는 것을 안다는 것, 알아서 이해한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믿고 그것에 기대어 살아갔던 사람들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본다는 것은 진정 가슴 뜨거운 일이니까. 그래서 이 두꺼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며 읽지 못하고, 중간중간 스킵하고, 때로는 주의깊게 살펴 읽으며 느꼈던 감회를 풀어내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결국 유토피아를 꿈 꾼 것이었다. 물론 그들 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는가. 어렸을 적, 이렇게 생각하니까. 날 수 있지 않을까. 난 어디서 왔을까. 난 고귀한 사람일거야. 그리고 난 언젠가 어디로 가겠지. 등등 내 마음을 둥둥 띄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의 모습들을 꿈꾼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이 입에 손에 가슴에 묻히고 나면 유토피아 같이 먼 단어는 더욱이 꿈꾸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된다. 여기, 코뮤니스트는 그 꿈을 멈추지 않고 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현실에 충실했던 사람들과는 반대의 지점에서 안타까움이 드는 역사다. 그야말로 역사상 가장 매력적이지만, 그래서 피가 묻혀질 수 밖에 없었던 아련한 슬픔인 것이다.


코뮤니스트. 그러니까, 공산주의자의 이야기다. 마르크스, 레닌, 마오쩌둥, 카스트로, 호찌민, 티토, 김일성...그 이름은 적잖이 우리의 뇌에 파동을 일으킨다. 멀게만 느껴지는 그 이름들이 사실은 한때 세상의 큰 범위를 아우르고 있었다는 것을 읽었다. 그리고 그것이 힘이 잃어가고, 그리고 그것이 허물어졌을 때도 이미 없는 이름을 수많은 학자들이 부르짖었다. 꿈이었지만, 꿈이 아니었고, 현실이었지만, 현실이 아닌 그런 찬미와 비판의 일들이다. 순식간에 영향력이 벗겨지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로버트 서비스는 구구절절 짚어내 놓았다. 공산주의의 이념은 무엇이지? 공산주의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지? 왜 그리고 가슴 뛰게 사랑받았다가 그리고 나풀나풀 쓰러져갔지? 라는 모든 물음에 끈질기게 답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한번 질문해 보자. 지금 우리 곁엔 공산주의가 있는가? 공산주의의 움직임이 있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이 또 공산주의를 되묻고 있지 않은가.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마르크스를 다시 읽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산주의의 근본을 알고 있는가? 책에서는 공산주의가 그것을 지향했던 공산주의자들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과 양태로 각을 세웠음을 알려주고 있다. 한마디로 지금 우리가 읽어내려는 공산주의라는 것의 실체가 누구에게나 다르게 자리잡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을 보자.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 있다. 그러니 공산주의를 읽는다 한들 공산주의가 자리할 곳은 없다. 그런데다가 공산주의의 이념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 주의의 폐해를 해결해 보려는 대안책을 끊임없이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공산주의'는 그 본질과는 달리 우리가 꿈꾸는 꿈, 그 자체일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누구나 원하는 누구나 자신이 살아있을 때 이루고 싶은 그 유토피아의 상징어로서 코뮤니스트가 자리잡을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한국에서 '코뮤니스트'를 당신이 읽으려 한다면, 아마도 현재의 삶에 상처를 받았거나, 아니면 상처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안아주려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고 있을 확률이 크다. 자본주의에서 착취를 참아내고, 경쟁에 신물이 난 많은 이들이 이 책의 한자한자에 감정 이입을 하고 희망의 빛을 보려고 할 테다. 이는 따뜻한 싹을 키워내는 바탕이 될 것이다. 나는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진보는 육안으로 발견해낼 수 없다. 오직 그냥 누군가가 오늘 하루도 새로운 세상, 바뀐 세상을 상상하는 그 기운 하나하나가 아주 오랜 뒤의 한 움큼의 성장을 짐작하게 해 줄 뿐이다. 이 책 역시 그 싹을 키울 여러가지 에너지를 널리 퍼뜨려줄 책임을 맡은 것 같다. 


우리는 이 책에서 어쩌면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쉽게 판단 내리기가 힘들다. 판단을 내리고, 실행을 해 봐도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는 오히려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코뮤니스트를 읽을 때도 그런 방법을 추천해 본다. 공산주의가 왜 실패했는지, 왜 수많은 공산주의자들이 같은 꿈을 꾸면서도 다른 행동과 말을 취했는지, 이 책을 통해 흡수했으면 한다. 코뮤니스트를 읽고 만들어낼 수 있는 변화는 우리 안의 공산주의, 혹은 자본주의로 상징되는 그 두 대립선을 없애고 색을 빼는 것이다. 오히려 감정 없이 냉정하게 그 틀 자체를 허물고, 그 내용의 속살을 파헤쳐보는 것이다. 색깔과 상관없이 고양이만 잡으면 된다는 공산주의자의 지난 역사 속의 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이런 고민부터 시작하면 된다. 물론 기본적인 역사 지식이 없으면 이 책과 가까이 하는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아는 만큼 애정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정을 갖는 것부터 시작해도 되겠다.  인물이 남긴 구체적인 말과 그 말을 한 상황까지 세세하게 기록해 두었기에 급한 마음을 버린다면 충분히 읽어낼 수 있는 책이다. 


최근에 '무슬림의 무지' 영상과 관련해서 세계가 혼란스럽다. 이것은 종교의 문제다. 그리고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문제는 종교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믿음의 문제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 문제는 결국 먹고 사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잘 먹고 살 수 있을지가 믿음의 문제 아래에 단단히 깔려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음'에 집착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믿을 것인가. 무엇을 주장할 것인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 하지만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일들이 우리 역사에 상흔을 남길 때 그것은 먹고 사는 것을 넘어선 어떤 것이었다. '믿음' 그 자체에 집중하는 순간 무엇 때문에 싸우는 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코뮤니스트를 읽으면서 사람들이 '믿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무엇으로 상징되는 그것 자체를 믿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하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가를 특정 사상이나 특정 종교로 풀어가서는 똑같은 역사를 되풀이할 뿐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하지만 책을 읽고난 나도 수많은 텍스트들이 생각 안에 생각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그 답은 쉬이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여러분도 나도 시간을 가지고 다시 첫 장을 펼쳐보자. 그리고 싸워보자. 내 안의 자본주의와 내 밖의 공산주의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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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개미 2012-09-28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 엄청 길었죠. 저도 오늘에서야 서평 올렸는데,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나니 오히려 생각할거리가 많아지네요...

koopuha 2012-10-04 13:33   좋아요 0 | URL
책...전, 코뮤니스트 페이퍼에 추천 안 했는데 ㅎㅎㅎ 한 달에 두 권이 이렇게 크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