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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취업 전쟁 보고서 - ‘취업 준비생’이라는 새로운 계급의 탄생
전다은 외 지음, 황예랑 외 / 더퀘스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불안한 경제, 불안한 기업, 불안한 취준생들의 이야기
드라마 ‘미생’의 인기와 함께 취준생, 사회초년생, 직장인의 고통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해가 갈수록 경제의 성장은 더욱 정체되고, 기업들은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채용하기 꺼리며, 아직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가는 듯하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현재 대한민국
취준생들의 현실과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노력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학교에 흥미가 없어 자퇴,
그 후 다시 입학하여 졸업이 5년이나 늦어진 20대 후반 여성‥
국민대 사학과 전공,
그러나 평균적인 스펙보다도 뒤떨어져 괴로워하는 남성‥
서울 상위권 대학에 평균 이상의 스펙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안되어 주위 눈치만 살펴보느라 급급한 여성‥
이 사람들의 이야기는 학교에 다니면서, 대외활동을 하면서 귀에 딱지가 얹도록 들은 이야기들이며 지금도 가입되어 있는 취업 관련 카페에 들어가면 쉽게 볼 수 있는 이야기들.
보는 내내 공감이 가기도 했지만 답답하기도 했다.
그리고 잊고 있던 나의 4학년 시절 및 입사 후 1년을 되돌아보게 됐다.
간절해질수록 마음이 약해지고, 조그만 희망에 매달리게 된다
1년 전만 해도 나 또한 이 글에 나오는 취준생처럼 취업이 내 인생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러나 사실 나는 글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무조건 좋은 기업만을 바라지 않았다. 내가 그만큼 좋은 스펙을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하위권 중 하위권의 경영학과, 3점대를 겨우 넘긴 학점, 평범한 영어성적, 졸업을 위해 따놓은 자격증 서너개, 인턴 및 해외연수 경험 전무. 그나마 내가 가진 거라곤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은 경험과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했다는 사실뿐이었다. (오히려 지금은 회사에 다니면서도 아침 5시에 기상해 매일 2시간 가까이 영어 공부를 하고 한 달에 2권 이상 책을 읽고 간간히 한국어시험도 준비하는 등 더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기도..)
그러던 나는 2013년 8월에 코스모스 졸업을 하고 3개월이 다 지나기 전
직원 80명 정도 규모의 마케팅대행사에 무사히 입사했다.
우리 회사에 대기업 및 공기업 클라이언트가 많아 다양한 이벤트, 공모전, 기자단, 서포터즈 운영을 직접 해보며(혹은 옆에서 지켜보며) 든 생각은.. 취준생, 대학생들이 목숨 걸며 참여하는 그 활동들을 기업들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모전 하나 수상하고, 서포터즈나 인턴 활동 하나 잘하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 것 같지만, 그 회사 인사과에서 눈여겨봐줄만한 경력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뭐 없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중 좋은 거 하나 건져보자는 게 그들의 주된 목표고, 누군가 몇 달을 밤새 짜낸 아이디어가 그 회사의 매출과 직결될 만큼 뛰어나도 결국 그 공모전을 기획하고 서포터즈 활동을 관리한 ‘현직원’에게 모든 공이 간다. 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십중팔구는 그렇다.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들, 취업을 위해서라면 돈과 내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사람들, 학원비 몇십만원을 내고 생활비가 없어 밥 한 끼 값에 벌벌 떠는 사람들에게 나는 조금만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보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토익 점수 50점을 올리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기보다는 외국인 친구를 만나 관심사를 자유롭게 이야기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고,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한 대외활동보다는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대외활동을 해보는.. 뭐 대충 그런 거. 남녀 간 사랑에도 한쪽이 너무 당기기만 하면 금방 사랑이 식듯이,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알듯이. 기업과의 관계에서도 밀고 당기기의 기술을 적용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취업을 빌미로 자기 이익만 계산하는 사람들에게 당하지 말고,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으로 직장인과 관련한 유머를 보다가 인상 깊게 남은 말이 있다.
“오늘 힘들었다고 슬퍼하지 마세요. 내일도 어차피 힘드니까”
취업이 되고 나서도 인생이 힘든 건 마찬가지.. 이쯤 되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주장한 쇼펜하우어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살아있는 한 고통을 반복하며 살아갈 바에야 그저 앓는 고통으로 끝내기보다는 나를 성장시켜줄 성장통으로 발전시키는 게 조금 덜 억울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