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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 -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새로운 발상
폴 폴락 & 맬 워윅 지음, 이경식 옮김, 김정태 감수 / 더퀘스트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소외된 90%를 위한 비즈니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새로운 발상
폴 폴락, 맬 워윅 저 l 더퀘스트 l 2014.01
■ 소외된 그들은 누구인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항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내 선택이 잘 되었는지, 잘 될 것인지 걱정도 참 많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이번 주말에는 뭘 먹을까, 이번 달 수입에서 어느 정도를 저축해야 할까, 어떤 옷을 살까, 그 옷을 사면 어울리는 악세사리가 없지 않을까, 오늘 밤에 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볼까말까‥그러나 이러한 생각조차도 할 수 없는,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참 많이 있다.
‘선택’의 여지조차 없으며, 그날 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하루에 2달러, 2144원도 안 되는 돈으로 매일을 이겨내야 하는 사람들이 전세계에 아직까지도 30억, 인구의 3분의 1이 훨씬 넘는 수치라고 한다. 게다가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그 30억을 제외한 40억 중에서도 14억 명 정도는 하루에 4~13달러, 많아야 하루 1만 5천 원 정도를 벌어들이는 이들이라고. 그들은 주로 인도, 인도네시아, 네팔, 방글라데시, 케냐, 짐바브웨 등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에 밀집되어 살아가고 있다.
■ 그간의 노력은 모두 어디로?
지난 60년 전 세계가 빈곤 퇴치를 위해 쏟은 돈은 무려 2조 3천 억 달러, 250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60년 전의 빈곤층 수치와 오늘날의 빈곤층 수치는 전혀 달라진 바가 없다. 어마어마한 돈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세균이 득실거리는 물을 마시고, 가벼운 질병조차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으며, 벌레와 기생충에게 점령된 전기도 통하지 않는 집에서 산다.
투자한 만큼 그들의 빈곤과 가난을 개선하지 못한 이유는 그들의 ‘자발성’을 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팽배했던 단기적인 수혜 및 보여주기식 기부는 그들에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했고 외부 의존성만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닌 ‘자본’과 ‘희망’이다. 반짝 생겼다가 사라지는, 그저 오늘 하루 사는 데 급급하게 쓰이는 돈이 아닌 내일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줄 자본과 기술, 그리고 정보였다.
■ 왜 그들에게 자본과 희망을 주는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가?
소외된 그들에게는 선진국과 일부 신흥국들에게는 없는 기회가 있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 최소한의 여건만 채워진다면 샘솟듯이 넘쳐 날 구매력, 다양한 천연자원과 지속 가능한 기술로의 발전 등. 무조건적인 자애를 베풀라는 것이 아니다. 어느 정도의 투자만 받쳐준다면 분명히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고 경쟁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을 세우고 싶다면 도전하라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빵을 가져다주는 것과 빵이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가게 만드는 것의 차이점을 아는가? 빵을 주면 당장의 굶주림은 해소될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사람에게 빵을 굽는 방법을 알려주면 계속해서 빵이 유통되고, 굶주림을 면한 사람들은 드디어 ‘배고픔’을 벗어나 자신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실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비즈니스만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지름길인 것이다. 그 지름길에 대해서 이 책은 설명하고 있다.
■ 이 책을 읽고 나서
성공적인 아이디어나 참신한 사회적기업에 대해 소개하는 글인 줄 알았더니 오히려 세세한 부분까지 적어놓은 비즈니스 보고서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왜 소외된 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적혀져 있고, 실제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 기술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설명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얼마 전 기사로 접한 영국의 ‘커뮤니티 샾 마트’가 생각나기도 했다. 포장이 불량이거나 다소 훼손된 제품을 70%정도 할인해서 저소득층에게만 파는 곳인데, 오늘 온 손님이 하루 빨리 빈곤층에서 벗어나 다시는 이 할인마트에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품들을 판매한다고 한다.
다시 이 책으로 돌아오자면 네팔과 인도, 방글라데시와 같은 나라에 태양열 전등이나 방울 물주기 기술, 신생아 인큐베이터 등의 기술이 어떻게 최적화되어 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한 사례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본문 중 9할이 현지인과의 소통과 피드백, 문화의 차이 이해, 현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 가격은 아주 낮게 책정할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기획부터 제작, 유통, 마케팅, 시제품 테스트, 피드백, 수정 및 유지보수까지 끊임없이 현지인의 의견을 경청하고 최대한 반영하라는 저자의 말씀. 어떻게 보면 같은 내용이 계속 반복되어서 페이지수를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 게 사실이다.
또한 이 책에서 저자는 ‘정부에서 빈곤을 퇴치하는 방법은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 당장의 식량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저 멀리에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뜯어 고치는 것은 그들의 삶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다.’라는 뉘앙스로 말을 했는데, 나는 그 말을 저자에게 되돌려주고 싶다. 이 책은 나에게 매우 간접적인 영향만을 주었다. 저자는 충분한 자본과 기술이 있어 당장 동남아시아국가로 달려가 비즈니스를 시작할 수 있는, 시중의 가격에서 10%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는 용기와 실행능력이 있는, 거기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기업가들만을 타겟으로 한 것처럼 느껴진다. (얼마 전 나이지리아에서 오줌으로 전기를 만드는 발전기를 만든 소녀들처럼 비전문가가 단순화 및 대안적 부품을 찾아내는 경우도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
그러한 행동력이 뒷받침되거나, 그와 관련된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좋을 책. 지역사회와 NGO, 사회적 기업, 공공 및 민간기업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 그 외에는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