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0대라면 제목만 보고도 끌릴 책 아닌가? 서울 상위 20% 주택 가격이 15억을
넘어가는 시대. 무려 서울에 자가가 있고, 공채 입사 후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서 부장까지 올라간 남자의 이야기라니.
당장 책을 읽고 싶어 서평 신청을
했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블라인드 앱에 매일같이 올라오는 전형적인 586
꼰대 스타일의 김 부장 이야기를 정독했다.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무조건 열심히 했던, 부당한 지시에도 의구심 없이 일했던 586 세대들이 요즘 겪는 카오스를
잘 그려낸 책이었고, 그 중심에는 김 부장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작년이었던가? 중견기업이었던 전 직장에서 '90년대생이 온다'는 책이 필수도서로 지정되어 임원과 독서토론을
했던 적이 있다. 그 임원은 최근 90년대생들과 일을 하면서
제일 충격 받았던 말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하는지 설명해달라" 였다고 했다. 김 부장의 이야기를 읽어나갈수록 그 임원의
얼굴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 8년차,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사회초년생들보다 좀더 직장생활에 순응해온 나로서는 김 부장의 직장생활 말년이 담긴 이 책 2권을 보면서 30% 정도의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가진 것과 남이 가진 것을
비교해보고 자기합리화해보지만 결국 내가 가진 것이 터무니없이 부족할때 오는 허탈감. 그 찌질한 심리가
너무나도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어 누가 내 방에 CCTV를 달아놓은 줄 알았다.
올봄 있는 돈 없는 돈 끌어서 서울에 집을 사고 매일같이 네이버부동산으로 평당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검색해보는 내 모습 속에 (인정하기 싫지만) 김 부장이 있었다. 그뿐만인가. 오늘만 해도 6만전자를 향해 달려가는
삼전주식을 보고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욕하는 내 모습 역시 김 부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웃음이 났다.
■ 공감 200% 문장
"(김 부장보다 인정못받고 아래라고 생각했던) 최 부장의 집주소를 알아낸 순간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불안한 느낌이 적중했다.
이 지역의 대장주, 바로 그 아파트다. 김부장은
핸드폰을 책상에 던지듯 내려놓는다. 김 부장 아파트보다 5억이
비싸다. 말도 안돼. 혹시 전세 아니야? 그래, 자가가 아니라 전세일 거야.
그래야만 해."
"띵... 최
부장이 전세이기를 간절히 바랐건만 자가였다. 꾀죄죄한 최 부장이...
나보다 훨씬 좋은 집에 산다. 보글보글 뻘건 닭볶음탕을 보고도 입맛이 뚝 떨어진다. 김 부장은 지금 밥을 먹을 기분이 아니다"
“월 2천만원을 번다는
놈팽이 친구는 어차피 격차가 너무 커서 질투심조차 들지 않는다. 그러다가 주식 앱을 켠다. 전엔 분명히 +50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300만원이다. 200만원 손해봐서 너무 억울한 느낌이 든다. 스타벅스로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빽다방으로 눈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