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를 위한 세계 SF 걸작선
아이작 아시모프 외 지음, 정영목, 홍인기 옮겨 엮음 / 도솔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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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마니아가 아닌 초보자 (본인을 말함) 에게 본책의 많은 단편들이 마찬가지지만, 코니 윌리스의 ‘사랑하는 내 딸들이여’ 는 작가가 창조해낸 듯한 상황과 신조어 (특히 性에 관한) 가 아무런 설명 없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더욱 낯설고 이해하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예로 지그지그(섹스?), 플로트(마약?), 본과 바즈(남녀 성기?) 등등. 그리고 낯뜨거운 욕설 (역자가 나름대로 고민해서 번역했겠지만 원어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들이 어린 여학생 입에서 선생님이나 남자 친구 그리고 심지어는 아버지 (실제로는 단지 정자 제공자에 지나지 않는) 에게 수시로 튀어나오는 상황도 독자에게 불편함을 (적어도 본인에겐) 배가 시켰을 듯 하다.

그러나 본 단편이 끝나고 사족처럼 달려 있는 작가 소개 글에서 본 단편에 대한 짧은 해설을 읽자 이 작품의 커다란 문맥이 비로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해설 내용인 즉, ‘충격적인 소재와 언어를 이용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도식적인 시선으로 폭력적인 남녀 관계를 바라보던 기존의 관념에 통렬한 일격을 가하고 있다.’ 본책에 실려있는 라쿠나 셀던의 ‘째째파리의 비법’ 이나 팻 머피의 ‘채소 마누라’ 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직 본인은, 해설을 읽기 전까진 작품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지엽적인 낯선 상황과 단어들에 불편함만 느끼는 초보자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본책의 마지막에 첨부된 역자의 후기 ‘과학 소설에 첫발을 들여놓으려면… 독자들은…상상해 내고, …머리 속에 그리는 급진적인 행위를 수행해야만 한다.’ 처럼, 그 불편함을 기꺼워하고 그로부터 본인만의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진정한 SF 의 맛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코니 윌리스, 라쿠나 셀던, 팻 머피의 작품들을 꼭 해설대로만 이해하라는 법도 없고 본책이 ‘마니아’ 만을 위한 것일 이유도 없다. 여러분들은 어떤 상상을 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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