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종의 진화 로보 사피엔스 공학과의 새로운 만남 5
페이스 달루이시오 지음, 피터 멘젤 사진, 신상규 옮김 / 김영사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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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로보 사피엔스 : 명사 (자동제어에 의해 움직이는 장치를 뜻하는 영어의 로봇과 인류를 뜻하는 라틴어의 호모 사피엔스에서 유래) 1. 순전히 생물학적인 인류보다는 훨씬 우월한 지능을 가진 인간과 로봇의 혼합종 ; 21세기에 출현하기 시작. 2. 지구를 중심으로 한 태양계의 지배적인 종족. [Microsoft Universal Dictionary, 2099]

저자의 위트가 엿보이는 프롤로그이다. 저자는 일본의 혼다P3라는 로봇의 너무나 인간적인 움직임에 인상을 받고는, ‘생물 이후postbiological’라는 미래의 여명이 우리의 상상보다 훨씬 빨리 도래할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에필로그는, 2050년 살과 금속이 뒤섞인 로보 사피엔스가 선수로 뛰는 로보컵(월드컵)대회를 상상하며 마무리한다.

그러나 솔직히, 저자들이 취재한 수많은 로봇공학의 현장은 아직 로보컵을 상상하기엔 요원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여유 있게 50년 뒤를 가정하긴 했지만, 글쎄? 하여튼, 세계 100여 개의 연구소, 학교, 기업을 (주로 미국, 일본이다. 독일도 하나 있었던 것 같고... 한국은 없다) 취재하면서, 저널리즘 특유의 비현실적 과장의 유혹을 뿌리치고 차분히 그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은 인정할 만 하다. 인터뷰 위주의 책이라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엔 부족하고 좀 산만한 느낌도 있지만, 오히려 현장의 생생한 열정을 전달하기엔 적합했다고 본다.

하나 더, 한스 모라벡, 마빈 민스키, 로드니 브룩스, 스티븐 제이콥슨 같은 쟁쟁한 대가大家들의 인터뷰와 그들의 작품(?)을 기막힌 사진들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매니아들에겐 짜릿한 경험이겠다. 사르코스 로봇이 연구원들과 포커를 치면서 슬쩍 남의 패를 훔쳐보는 사진은 (물론, 연출된 것이지만, p.219)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인상적임엔 분명하다. 어쩌면, 저자가 상상하는 그러한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올지도 모르겠다. 그때에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인간성 일부를 잃게 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끔찍한 두려움이 될수도 혹은 위대한 희망이 될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 생각은?

ps) 책 껍질에, ‘내가 읽은 책 중, 마음을 긴장시키는 가장 무서운 책 중의 하나’라는 아서 클라크의 추천사가 있다. 이거 진짜일까? 에이, 설마 클라크가 이 정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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