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방에 처음 가던 날
오사와 시카 그림, 제랄드 스테르 글, 양진희 옮김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어머니 손과 개인탁아를 전전하던 마로는 16개월부터 어린이집에 갔더랬습니다.
집까지 이사한 터라 갑작스런 변화에 적응 못 하는 마로 때문에 한동안은 악몽이었죠.
아침마다 우는 아이를 떼어놓기도 힘들었고, 저녁이면 또 어찌나 악을 쓰며 보채는지 괴로웠습니다.
그래도 빠르면 1달, 늦어도 2달이면 적응할 거라는 어린이집 선생님의 장담처럼
2달이 지나자 갑자기 평화가 도래했습니다.
아침이면 어린이집 현관에서 두 손 모으고 혀짤배기 소리로 '안능히 오세요'라고 하는
딸아이의 배웅을 받는 마음은 기쁘고도 짠했습니다.
그제서야 원장 선생님의 충고가 옳았다는 것도 확신하게 되었구요.

당시 마로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은 마로가 아무리 난리치며 울어도
엄마, 아빠가 마로를 살짝 떼놓고 몰래 나가도록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엄마, 아빠가 지금은 회사 가지만, 저녁이면 꼭 돌아올 거야. 저녁에 꼭 다시 만나자"라고 인사하게 했죠.
몰래 나가는 건 그 땐 편할 지 몰라도,
아이에게 부모가 자기를 놔두고 언제든 몰래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준다는 겁니다.
이 불안감이 축적되면 부모가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그 부재를 견디지 못 하게 되고,
심지어 부모가 곁에 있어도 갑자기 없어질까봐 아이가 초조해하며 집착하게 되어,
애착과 분리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 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거죠.
지금 당장은 힘들어도 부모와 제대로 작별인사를 하고, 다시 재회인사를 하는 경험을 쌓아가면,
아이도 엄마, 아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생겨나 안심하게 된다는 겁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마로가 어린이집에 완전히 적응한 뒤에는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잠시 나갔다 온다고 아이에게 얘기하면 
집에서 기다리겠다거나 아니면 같이 가자는 의사표현을 하지
무조건 울며 따라나서는 버릇도 사라지더군요.

책 리뷰 대신 제 사연만 주절주절 떠든 것은 이 책의 상황 설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귀여운 아기곰 플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놀이방에 가기 전에
엄마, 아빠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빠와 산책가나 보다 싶어 아무 생각 없이 따라나섰는데,
낯선 집에서 잠깐 장난감에 한눈 파는 사이 아빠가 없어지고 만 거죠.
플로는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을까요?
비록 새로운 친구 플리를 사귀게 되어 즐거운 하루를 보내긴 했지만,
그거야 그림책 속의 설정이고 달랑 하루만에 어린이집에 적응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플로의 부모는 어린이집에 보내기 전에 미리 일찍 일어나 부모와 함께 식사를 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했고,
앞으로 어린이집을 다니게 된다는 변화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눠 주지시켜줘야 했으며,
마침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면 어린이집 현관에서 아이와 확실하게 작별인사를 했어야 합니다.
하기에 꼭 안아주고 싶은 사랑스러운 아기곰 플로와 플리의 귀여운 그림에도 불구하고 별은 달랑 하나.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퍼겜보이 2006-10-1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정보 알았어요. 나중에 꼭.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잘 새겨둔답니다.

건우와 연우 2006-10-13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부모가 우는아이를 달래는게 힘겨워 몰래 떼어놓아버릇하면 심한 분리불안을 겪게되는경우가 허다하더라구요.
그 어린이집 원장선생님 참 좋은 분이시네요. 추천을 원장선생님과 조선인님께..^^

꿈꾸는섬 2006-10-13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현준이랑 헤어지기 힘들어서 몰래 떼어놓았었는데 심한 분리불안을 느꼈어요. 그게 점점 더 심해져서 제가 더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조선인님 말을 듣고 보니 제가 참 많이 잘못했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