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삼각지의 배호 동상. 아들은 누군지 몰라도 사진을 찍어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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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와 그림들 전시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쟁기념관을 찾았다. 평화도 아닌 전쟁을 기념하는 슬픈 장소, 게다가 베트남 전쟁에 사용된 융단폭격기와 자주포 등 살상 무기들이 버젓이 전시된 장소에 거부감이 들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아트와 함께 꾸며진 전시회를 딸과 만끽했다. 이제는 단순 전시가 아닌 뉴미디어와의 결합이 일반화되는 듯 하다. 전시 중 그의 마지막 시가 깊이 남는다. 데미안과 유리알 유희도 다시 읽어봐야지. 

잎도 없이 껍질도 없이 
벌거숭이로 빛이 바랜 채 
너무 긴 생명과 너무 긴 죽음에 지쳐버렸네. 

'꺾어진 가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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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을 나오다 비상대비체험관이 있는 걸 보고 들렀다. 실제 체험할 수 있는 건 방독면 착용요령 뿐이라 실망했지만 비상대비 물품찾기 게임이나 비상시 국민행동요령 퀴즈 등을 아들이 재밌어 했다. 
방독면의 경우 착용만 해보는 게 아니라 강사님의 각종 안전교육이 병행되어 보람이 있었다. 폭탄 투하가 있을 때 눈코입을 막고 몸을 웅크리는 자세를 강사님이 물어볼 때 자세를 완벽하게 맞춰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영광(?)을 누리고, 전자파 차단 금박 스티커 3장과 포스트잇 세트를 받았다. 간호장교 출신으로 늘 실전처럼 가르쳐주셨던 고등학교 교련 선생님의 빡센 수업으로 툭하면 온몸에 몸이 들었지만, 덕분에 20년도 더 지났는데 몸이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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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비상대비체험관 덕분에 점심이 늦어져버렸다. 뭘 먹을까 방황하다 삼각지 대구탕골목에 가기로 했다. 왕대구에 고니 듬뿍 올리고 남은 국물에는 밥까지 볶아먹으니 배가 빵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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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서울에 나온 김에 국립중앙박물관도 들렀다. 미리 예약해둔 관장님이 추천하는 유물 큐레이터 해설을 들었다. 삼한시대의 부장품 오리모양 술주전자, 신선사상과 불교 미술이 어우러진 백제의 금동향로, 신라의 독보적인 금공예를 볼 수 있는 황남대총 금관과 금허리띠, 고려시대 원나라 기황후 시절의 영향을 보여주는 경천사 10층 석탑, 고려시대 불교미술의 정점 싯다르타 태자의 반가사유상, 최상등급 참외와 꼭 닮은 청자까지 핵심 유물만 짚어 보는 코스였다. 좀 짧다 싶어 아쉬웠는데 그새 1시간이 지났단다. 
시간이 늦어 고대불교조각대전은 포기하고 기획전시인 신석기전과 일본의 무대예술 노만 보고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2015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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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0-2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산전쟁기념관은 초딩들 대단히 좋아한다고 하던데요??? 혜림씨도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해요 ㅋㅋㅋ 대구에는 지하철 사고 때문에 시민테마안전파크라고 있죠 아내와 혜림이는 두 세번 다녀왔는데 정말 유익하다고 하더라구요....(아아아!! 조선인님 전에 거기 다녀오셨다는 페이퍼를 본 듯도 합니다..ㅜㅜ)

조선인 2015-10-2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밀리터리 매니아는 못 되나봐요.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는 다녀왔어요. 페이퍼를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