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놀다 올게요! 국민서관 그림동화 58
팻 허친스 지음, 서남희 옮김 / 국민서관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아기동물들이 친구들과 함께 놀러나간다.
제일 왼쪽에 돼지우리가 있고, 그 오른쪽에 양울타리가 있고,
그 오른쪽에 마굿간이 있고, 그 오른쪽의 담을 따라 문을 나서고,
농장 밖에 있는 풀밭을 지나, 사과나무를 지나 건초더미를 지나,
순무밭을 지나, 제일 오른쪽 끝에 있는 물웅덩이까지.

실컷 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한다.
이제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이어지는 풍경을 기억해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모든 물체가 재배치되고, 변화된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
3차원의 공간 속에서 위치나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평면이라는 그림책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이렇게 공간지각력을 형상화한 놀라운 작품이다.

그림 역시 특이한데, 사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동물은 흡사 나무모형처럼 그려졌을 뿐 아니라,
농장의 나무나 트랙터 역시 장난감 모형 같다.
어쩌면 작가는 공간지각력 발전에 기여한다는 장난감으로 손꼽히는
블록쌓기나 집짓기 장난감까지 염두에 두고 그린 건 아닌가 싶다.

부모로서는 대단히 마음에 드는 책이지만,
4살짜리 딸 아이는 아직 이 책의 진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다.
현재로서는 동물들이 놀러나갔다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며 안심하는 수준.
층분한 효과를 얻으려면 오른쪽에 있던 그림이 왼쪽으로 오면 달라보이지만 같은 그림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부모가 앞뒷장을 비교해가며 관찰을 유도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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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5-11-1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 동감이에요.
새벽별님, 어머? 님도(?) 동감이신가요?

세실 2005-11-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예리하시군요. 전 조선인님 말씀듣고 고개 끄덕이고 있는중....
대충봤나봐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