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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크 피슈테르 지음, 최경란 옮김 / 책세상 / 199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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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993년 프랑스 범죄문학상을 받은 소설이란다. 하지만 숨겨진 음모나 알리바이도, 뜻밖의 범인도 없다. 제목 자체가 '스포일러'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전도 없고, 스릴도, 긴장도 없다고 안심하지 마라. 세상엔 극소수의 잘난 인간과, 그 그늘에 살아야 하는 대다수 인간으로 넘쳐난다. 하기에 이 소설은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외교관 출신의 인기많은 남자이자 작가인, 화사한 프랑스인 니콜라.

작가의 꿈을 버리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음울하고 존재감없는 영국인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1인칭으로 서술된 소설이라서가 아니라, 내 자신이 에드워드와 더 근접하기 때문에, 나 자신의 이야기인양,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단숨에 읽어치웠다. 아, 에드워드가 작은 시집을 쓰게 되었다는 사실에 난 또 얼마나 기뻐했는지.

여기서 잠깐. 그럼 니콜라는 정말 나의 재능을 가로챈 악마였을까. 혹시 에드워드야말로 잘난 인간에 대한 질투로 비틀린 영혼은 아닌가. 진짜 반전은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가 아닐까.

* 덧붙임.
이 책이 좀 더 일찍 나왔다면, 알랭 들롱이 니콜라 역을 맡아, '태양은 가득히'의 뒤를 잇는 정반대의 명작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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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10-03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셨군요. 정말 잼났었죠? 흐흐..맞아요. 책을 덮은 후 찜찜하면서 왠지 에드워드를 동정심으로 바라봤던 제 자신이 머쓱해지더라구요. 근데 궁금한 것이 있어요. 니콜라와 야스미나는 정말 사랑한 것일까요? 전 그렇다, 라고 생각했거덩요.

조선인 2005-10-03 0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복돌이님의 의견에 동조해요. 니콜라는 끊임없이 동양적 미모의 여인을 탐하잖아요.

클리오 2005-10-03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드워드와 야스미나는 사랑한게 아닐까요? 야스미나는 자신을 탈출시켜줄 사람을 원했던 것일까요... 하여간 에드워드나 니콜라, 둘다 참.... ^^

조선인 2005-10-0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스미나의 속마음은... 정말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