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인사동이라는 이천동 고미술품거리에 왔다. 헐. 미군 부대따라 철저한 주5일제인가보다. 문 연 집이 거의 없어 유리창에 달라붙어 컴컴한 안을 들여다 봐야 했다. 오빠 말에 따르면 용산이건 이태원이건 평택이건 미군부대 앞에는 어디나 고미술품거리가 형성되어 있단다. 파병나왔던 군인이 돌아갈 때 사갈 기념품이 필요한데, 가난했던 그 시절 우리나라에서 사갈 거라고는 골동품이 최고였다는 것. 미국인들에게는 고작 100년 남짓한 조선말 생활용품도 아스라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물이었고, 암암리에 국보급 유물도 밀거래됐던 시절이 있었단다. 
유물유적에 대한 감시가 보다 철저해졌고, 우리나라의 다른 기념품도 많아졌고, 미군부대의 규모도 줄어들고, 여러 가지 이유로 고미술품 거리는 슬슬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 같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99계단벽화마을을 찾았지만, 자원봉사단이 그려놓은 빛바랜 벽화들이 더욱 아쉬울 뿐이었다. 사진속 모델은 오빠 부부의 귀염둥이 씽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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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촌 조카 결혼식에 오는 김에 기획했던 대구여행에 따르면 이천동 고미술품거리 다음은 불암동 고분군과 방짜유기박물관이었다. 하지만 모처럼 여행에 합류한 오빠 부부를 위해 이천동 고미술품거리의 실패를 만회하고자 반월당으로 코스 변경. 비록 드라이브로 보긴 했지만 구 제일교회랑 계산성당, 약방골목을 둘러본 뒤 대구 오면 거의 항상 들리는 계산예가와 이상화 고택에 왔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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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역사의 자랑 중 하나가 국채보상운동이다. 대구 제일의 명문가들이 모여 살고, 대구 제일의 상인들의 점포가 모여 있던 이곳 반월당에서 서상돈 선생은 국채보상운동을 시작했다. 나라 빚 몇 푼 갚는다고 대한제국의 독립을 지킬 수도, 일본의 식민야욕을 막을 수도 없었지만, 민초의 풀뿌리 애국심이 눈물 겹다. 시간이 되면 국채보상공원과 기념관에도 가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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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당으로 코스를 변경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곳. 언젠가는 자기만의 까페를 차리는 게 꿈인 새언니를 위해 딸기타르트가 맛난 한옥까페로 왔다. 낮에는 꽃꽂이 강습도 하고 옷이며 인테리어 소품도 파는 라미아에밀리는 대구에서도 이쁘기로 유명한 까페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너른 정원이 있어 씽씽이도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새언니도 1박2일 코스 중 이 곳을 제일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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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오빠의 추천으로 숙소의 정반대 방향인 청도의 전유성 철가방극장까지 왔건만 시간이 안 맞아 허탕치고 저녁을 먹으러 왔다. 마르게리타피자랑 짬뽕이랑 해산물볶음밥을 시켰는데, 맛은 무난했고 양은 꽤 푸짐했다. 전유성씨가 찍은 사진이 벽면 가득히 붙어있었는데, 그답지 않게 평범한 사진이었다. 사진은 오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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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으러 대구의 남쪽 끝까지 갔다가 이번에는 숙소를 위해 대구의 북쪽 끝으로 향했다. 우리는 미리 예약을 해둬 온돌방을 잡았는데, 오빠 부부는 아쉽게도 트윈룸이었다. 소박하지만 온천욕을 즐길 수 있어 좋은 곳이다. 숙박객은 50% 할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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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구여행의 하이라이트. 끊이지 않는 인재와 안전사고에 대해 조금이라도 경각심을 주고파 안전체험코스를 신청했다. 소화전체험 농연탈출체험 완강기체험 심폐소생술체험을 하는 1시간짜리 2코스를 먼저 하고, 1코스를 하는 게 정답인 듯. 
1코스에서는 대구지하철참사 관련 영상을 본 뒤, 실제 화재났던 차량을 보고, 그 뒤에 지하철화재 탈출체험을 하게 코스가 짜여 있다. 초등학생 5학년 이상만 참여할 수 있고, 부모 동반이 있을 때만 1학년부터 참여가 가능한데, 굳이 미취학 애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어찌나 많은지. 결국 화재 현장에서 3명이 울면서 체험을 거부했고, 부모가 꼬셔 기어이 체험을 시킨 애들도 비명을 지르며 패닉에 빠져 탈출체험이 많이 지연됐었다. 이미 1코스에서 농연체험을 해보고 어른인 나도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짙은 연기와 지하철에서 시작해 지하1층 매표소, 지상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생각 이상으로 긴 탈출코스와 중간 중간 열리지 않는 방화셔터에 기겁을 했었더랬다. 제발 이용안내 읽고 신청하자. 미취학생이 하기엔 너무 강도가 센 체험이다. 이외에도 지진체험 산불안전 폭우주의 등 자연재해와 산악안전체험 소화기실습까지 꽉 찬 코스가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교육 내용 중 가장 어이없었던 건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지하철 바닥에 야광으로 표시되는 대피지시로를 설치하기로 했다는데, 이게 의무사항이 아니라 설치하지 않아도 아무런 법적 제재가 없단다. 그래서 대구지하철 외에는 설치된 곳이 거의 없다는 얘기. 
돌이켜보면 마로 1돌 생일에 대구지하철 참사가 나는 바람에 어찌나 놀랐던지. 이미 돌잔치는 했지만 조촐하게 1돌 생일파티를 준비했었는데 이를 작파하고 전화통에 매달렸지만 다음날까지 대구에 사는 친척들과 연락이 안 됐었다. 안 그래도 삼풍백화점 옆에 살아 많은 지인을 잃어버렸던 나로선 정말 악몽같은 시간이었다. 
이하 딸. 
마로야 생일은 대구지하철 참사때문에 음력이라니 처음 알았다. 보이기 싫었겠지만 엄마야 운거 다봤다ㅋㅋㅋ(나도 울었당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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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충 떼운데다가 안성에서 오산까지 차가 막혀 저녁이 늦었다. 외가와는 감자탕을 먹는 게 전통이라는 딸의 주장으로 늘 그렇든 1인자 감자탕.
2015년 03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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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03-0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하철 사고가 언제였는지 벌써 아주 오랜 옛일처럼 느껴집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는 10여분 차이로 사고현장을 지나쳤다는 분도 여러분 있었어요

정말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조선인 2015-03-1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붉은돼지님, 삼풍백화점에, 아현동 가스폭발 사건에, 대구지하철 참사에, 세월호까지... 참혹한 역사이지요. 그 중에서도 대구지하철 참사는 하필 딸아이 생일과 같아 날짜까지 잊을 수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