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의 계획은 단순했다.

오전에는 집에서 느긋히 쉬다가 점심 먹은 뒤

10월 4일에 오픈했다는 창룡도서관에 딸, 아들이랑 가서 책 몇 권 빌려오는 것.

국가공휴일에는 도서관도 쉰다는 걸 깜박한 게 실수일 뿐이다.


도서관을 헛탕친 뒤 바로 집에 돌아올 수도 있었지만,

작은아이가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동동거렸다.

할 수 없이 길 건너의 동공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랴.

화장실을 나온 아이들은 좋다고 동공원 정산 퉁소바위까지 올랐고,

약수터로 내려가는 길은 자연스레 수원천변으로 향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거 수원천변을 따라 산책을 하다 보니 어느새 화홍문에 다다랐고,

그러다보니 수원화성축제의 각종 행사를 기웃거리게 됐다.


가을 땡볕에 쉬고 싶다는 마음은 대안공간 숨으로 향하게 됐고,

이러저러한 전시를 구경하다가 운이 좋아 전시중인 작가님과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은 뒤

커피가루로 한참을 장난치다가 한참만에야 커피 한 잔과 한과를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원기를 회복한 뒤에는 벽화거리를 마저 산책했는데 어느새 저녁 시간.

아예 저녁까지 해결하자 싶어 장안문까지 내처 걸어가서

늘 그렇듯 보영만두냐 보용만두냐 근원적인 고민을 하다가

갑자기 몰려드는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보용만두에서 군만두와 쫄면을 사들고 귀가하였다.


예정했던 건 딸랑 1시간이 안 되는 외출이었는데,

오후 내내 책 읽으며 빈둥거릴 계획이었는데,

6시간짜리 산책이 되다니 나름 즐거운 생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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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10-1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수원에서 살고 수원에서 직장다닐때 수원 화성을 얼마나 자주 갔던지. 성을 따라 걷다 보면 화성, 화홍문, 장안문, 방화수류정 등을 다 거치곤 했어요. 그 빨간 용 모양의 열차 아직도 다니나요? ^^
그러나저러나 조선인님 생일이셨어요? 축하드립니다!!

Mephistopheles 2014-10-1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 때문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S상고에서 매일 마주쳤던게 빨간용 열차였는데...

조선인 2014-10-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축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빨간 용 모양의 열차는 아직도 다닙니다.
메피스토님, 열차를 타는 것보다는 짚신 신고 화성 돌기에 도전해보세요. ㅋㅋ

Mephistopheles 2014-10-13 13:01   좋아요 0 | URL
장작패는 머슴과 싱크로율이 400% 날 것 같아 피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