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일 작, 그림자 - 정신
수원 월드컵 조각공원에 있는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조각이길래 누군지 궁금해져버렸다.
http://www.kcaf.or.kr/art500/kimseil/main.htm
김세일은 지금까지 주로 나무를 조각하여 가느다랗고 자세가 뒤틀린 듯한 인체를 보여주고 있다. 왜곡과 단순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그의 인체들의 전체 형태와 색상은 물리적 해부학이 아니라 심리적 해부학을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나무꾼과 선녀>의 가족 세 명은 나무기둥 하나 속에 분리되지 않은 채로 있고, 얼굴색이 창백한 <囚人(수인)>의 사지는 세부 묘사가 생략되어 자루처럼 조각된 의복 속에 갇혀 있다. 뼈와 살이 분리되지 않고 전통적인 천(지)하대장군들처럼 한 개의 기둥으로 묘사된 인물들의 심리상태들에 상응하는 그의 조형 방식은 매우 금욕적이다. 이것은 일본의 다도(茶道)에서 말하는 '사비', 즉 '가난함Armut'과도 통하는 것이리라. 이들의 자세는 작가가 선택한 나무의 원래 모양에 따라 결정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의 인물들을 멀리서 보게 되면 중력과 바람에 순응하면서, 다시 말해서 자연의 원리에 따르면서 성장하는 나무 줄기의 모습과도 같으며, 흰 바탕을 배경으로 솟아오르며 그어진, 동양화 속의 모필선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선線 형태의 인물들은 여러 종류의 외압에 눌린 소박한 군상이다.

囚人(수인) / 1992 / 30x40x180 / 나무

나무꾼과 선녀 / 1993 / 30x30x180 / 나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