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씨 앞으로 택배 왔습니다."

며칠째 밤잠을 설친 터라 비몽사몽 간에 불퉁한 대답이 나왔다.

나 : 제 앞으로요? 그럴리가요.

"알라딘 껀데요. 일단 문부터 열어주고 확인하시죠."

나 : 아닌데. 진짜 주문한 거 없는데.

"아, 일단 보고 확인하라니깐요. 문부터 엽시다, 좀"

짜증스레 높아진 언성에 그제서야 깜짝 놀라 전화를 끊고 부리나케 문으로 쫒아갔다.

양손에 한아름 짐을 든 아저씨는 제일 위 알라딘 상자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확인해보란다.

미안한 마음에 얼른 집어들며 눈도장을 찍어보니 수신 주소도 맞고 내 이름도 맞다.

다만...

주문자 이름이 내가 아니었다. 어? **님이 이벤트라도 했나?

요며칠 다른 서재에 마실을 못 다닌 터라 갸우뚱거리고만 있었더니, 택배 아저씨가 또 짜증낸다.

"맞아요, 안 맞아요?"

나 : 아, 예. 제 앞으로 온 게 맞긴 하네요.

질질 끌며 대답하는 내가 영 못마땅한지 입속으로 투덜거리며 택배 아저씨가 휭 하니 돌아섰다.

뒷통수에 사과해봤자 아저씨의 바쁜 걸음이 멈출 거 같지 않아 나도 미안하다는 말을 입안에서 우물거렸다.

'전쟁도 없고 국보법도 없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선물포장되어온 2권의 책.

고맙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훈훈함에 눈가마저 따뜻해집니다.

동료직원이 외근나가려다 핀잔한다. "또 왜 우는데요? 하여간 요새 큰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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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31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4-12-3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보낸 건지 알겠어요.

마로 아주 좋아하겠네요.^^

(전 정말 저 책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주하보다도 더...)

비로그인 2004-12-31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분은 싼타랍니다. ^^ 읽는 저도 눈물이 나네요.

비로그인 2004-12-3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집에 아무도 없었을 때 저희집을 방문한 택배아저씨는 문자 하나 덜렁 남기고는 소화전에다 물건을 넣어두고 갔다지요;; 고가의 디카를 그렇게 소화전에 넣고 갈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이 없었던-_-

sooninara 2004-12-3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씨가 연말이라 바빠서 짜증을 내신거겠죠^^ 맘푸세요..

그리고 산타 선물 받으셨으니 힘내세요..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