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표가 생겨 백만년 만의 감각으로 2일에 뮤지컬을 보러 갔다.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을 보다가 중간 쉬는 시간에 남편은 자신의 추리를 말했고,

원작을 읽었고 기억하고 있었던 나는 그의 추리를 사뿐히 비웃어줬다.

내용을 다 알아서일까? 난 좀 지루했다.

정말 간만의 부부외출이었고(아이들은 고모에게 맡김), 간만의 공연이었는데도 말이다.


시종일관 격앙된 멜로디와 웅장하기만 한 편곡이 귀에 부담스러웠던 탓이 컸던 것도 같다.

부회장 말고는 죄다 고음대의 가수라 더 피로한 느낌이었을지도 모른다.

딸랑 9명의 배우가 150분의 공연을 이끌어야 하니 배우들의 작은 실수도 두드러졌다.

기억에 남는 노래는 '시작됐어' 한 곡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찾아보니 타이틀 곡이었다.

또 기억에 남는 건 선우의 목소리. 워낙 맑고 고운 소리라 일애니 주제가 부르면 딱이겠다는 생각.


공연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는 이미 자정도 넘은 시간이었던 터라

어제서야 다이어리에 끄적끄적 소감을 남긴 뒤 원작을 주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라? 아무리 뒤져봐도 동일한 제목의 책이 없는 거다.

혹시나 싶어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창작 뮤지컬일 뿐 아니라 창작 에피소드란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분명 난 이 원작을 읽었다. 그저 기시감이 아니다.

난 두 발의 총성이 울리는 첫 장면부터 그 내용을 훤히 꿰뚫고 있었단 말이다.

혹시 순수창작이 아니라 에피소드 일부가 차용된 건가 싶어 구글링을 계속 해봐도 답이 안 나온다.

물만두언니가 있다면 이 기묘한 일을 물어볼 수 있을텐데, 더럭 언니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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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0-0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하튼
요즘 그 뮤지컬 얘기 많이 나오던데, 잼나게 보고 오셨네요. ㅋㅋ